"안~녕 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안~녕 하세~요!"
"네!"
대답을 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사하는 사람들의 말씨나 악센트(Accent, 强勢, 音調)가 똑같았다. 머리를 들어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을 보니, 외모도 비슷하게 생겼다. 단지, 나이 차이가 있을 뿐...
눈은 앞을 보고 있지만, 귀는 두 사람 쪽으로 열어놓고, 나의 뇌피셜로 짐작한 둘 사이의 관계를 귀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역시, 짐작으로 예상한 것과 같이 모녀 사이였다.
말하는 내용이나, 관심사로 보아 일반인보다는 지적능력이 조금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이나, 말의 톤으로 보아 아주 즐거운 상태임에 틀림없었다.
다른 누구들처럼, 앞으로의 비관적 삶에 대하여 논하는 것도 아니요. 작금의 코로나 사태나, 올림픽 메달 획득에 관하여는 하나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시끄러운 버스 내의 상황으로 자세한 대화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장에 가서 뻥튀기 산다는 얘기와 신발가게에서 슬리퍼 산다는 얘기 정도...
유전형질에서는 우성(優性, dominant) 유전자와 열성(劣性, recessive) 유전자가 있다.
이들 두 성격의 유전자가 짝을 이루는 경우, 발현되는 유전인자를 '우성 유전자'라고 하고, 발현되지 않고 잠재해 있지만 후대에 유전되는 유전 인자를 '열성 유전자'라고 하는 것이지, 우성이 우월하다거나 열성이 열등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유전학자들이 이렇게 이름을 붙여서 그렇것뿐이다.
그래서 유전자 학회는 ‘우성’은 ‘현성(顯性·눈에 띄는 성질)’, ‘열성’은 ‘잠성(潛性·숨어 있는 성질)’으로 바꿔 사용키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 현시대를 살아가기에 전혀 필요가 없거나, 닮지 말았으면 좋았을 유전자가 현성인 경우가 많다. 이것 또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조금 전 두 모녀의 경우처럼...
사실 부모 된 입장에서 내 자식은 '나의 이런 안 좋은 점은 안 물려받았음' 하는 생각이 드는 자신의 특성이 한두 가지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놈 들이 점점 커가는 것을 보다가 문득 자신도 모르게 놀랄 때가 있다. 자신의 아이들이 예전에 자기 하던 것과 똑같이 행동을 할 때다.
경제관념이 희박하거나, 타인과의 경쟁심이 부족해 악착같은 면도 없고... 가끔씩 악의 없는 뻥도 잘 치고...
그러나 제 물건도 저보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 친구에게 아낌없이 양도하는 성인군자 같은 아들을 보면서 나는 뿌듯 함을 느낄 때도 있다.
운행이 비번인 날은 아들을 학교에 등교시키는 일이 나의 일이다. 학교 운동장 한편에 자리 잡은 자전거 거치대에 눈에 익은 자전거가 보였다. 시골 동네에서 보기 드문 모델이어서 한눈에 알아보았다.
"아들! 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이 괴산에도 있네!"
"응! 저거 내 거야! 내가 친구 타고 다니라고 빌려 줬거든"
"아빠가 비싸게 산 건데..."
"내가 요즘 안 타고 다니잖아! 그리고 그 친구는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애매해서 나보다 그 친구가 더 필요해!"
자꾸 물어보면 꼰데 소리 들을까 봐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아내가 이 사실을 알면 꼭 한마디 할 것 같다.
"아빠만 닮아서 하는 짓이 똑같아요!"
나도 예전에 성인군자 같은 시절이 있었거든...
여러분들이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