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내려줘요!"
"내리신다고 말씀을 하시거나 벨을 누르세요!"
"지난번 기사는 벨 안 눌러도 잘 도 내려주더구먼!"
엄밀히 따지면 내려달라는 말씀을 하기는 했다.
내가 평생 개미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아마 개미가 소리를 낸다면, 지금 내리시는 할머니의 목소리 음량만 할 것이다.
그리고 개미 목소리의 주인공은 무사히 잘 내려드렸다.
그러나, 시골 버스기사는 괜히 속이 부글거려 애꿎게 남아있던 승객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어르신들 내리실 거면 기사가 알아듣도록 말씀을 하시거나 벨을 누르세요! 사흘 피죽도 못 얻어잡순분처럼 조그맣게 말씀하시면 기사가 어떻게 알아듣습니까!"
시골버스는 조용하지가 않다.
가는 귀가 잡수신 분들이 여러 계시다 보니 그런 분들의 대화는 거의 고함치며 싸우는 수준이다. 그런 상황 중에 내리신다는 소리는 버스 안의 소음에 묻히기 일쑤이고, 대부분 그런 분들이 정차를 요구하는 곳은 승강장이 아닌 곳이 대부분이다. 벨을 누르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벨을 누르게 되면 기사는 당연히 정해진 승강장에 버스를 정차시킨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곳에 내리지 못하니, 말로써 하차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다. 일말의 죄책감이랄까, 미안한 감정 때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려달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다.
내가 시골버스기사 생활 2년 반이 넘었으니, 그런 이유를 모를 리 없겠지만,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속이 상한다.
기사들 중에 승객, 특히 할머니 승객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눈치껏 알아서 내려 드리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 분들하고 비교하기에는 나는 아직 경력미달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승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제가 관상가도 아니고... 어르신들 얼굴 보고 어디에 내리시는지 맞출 수 있는 능력 있으면 버스기사 안 해요! 벌써 시장통에 돗자리 하나 깔았지!"
우스개 말로 쓰린 속을 달래 본다.
갑갑한 시골 노인들하고 말싸움하는 내가 죽일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