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갯츠비

by 한지원

<1장>

<한 달 전>

"김 과장! ㅇ월ㅇ일 오후 5시쯤 미팅 끝내고 식사하러 갈 수 있게 좀 고급스러운 집으로 예약 부탁 좀 해줘! 회사 근처 이면 더욱 좋겠고! 중요한 손님인 거 김 과장도 알지?"


"예! 차장님! 제가 아주 잘 아는 집으로 부탁해놓겠습니다. 그 집 웬만해서 예약하기 힘든 집입니다."


"오! 그래! 수고 좀 해!"


<당일>


"아! 이놈들 온다고 했으면 와야지! 못 올 거면서, 왜 미팅 약속을 잡아! "


"차장님! 비행기가 못 뜬다잖아요! 이번 건은 용서해 주시는 척하시고, 다음 달 물량 흥정해서 삼십 톤만 더 받아내죠! 저도 일본 놈 안 좋아하지만 이번 기회에 좀 우려먹자고요! 걔네들 지금 우리한테 엄청 미안해하고 있어요!"


"그래! 그렇게 라도 해야겠는데..."


"우리 가려고 예약한 집 취소 좀 해줘! 무슨 술집이었지?"


"차장님 술집이 아니라 한정식 집이에요!"


오늘의 미팅은 우리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었다.

근래 10년 동안 좋은 파트너십을 보여준 거래처였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한 우리의 경쟁업체로 솔 에이전시를 옮긴다는 정보를 입수한 날로부터 나는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사실, 한국에서의 독점 판매권은 계약서상의 명시처럼 금년말로 효력이 소멸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 입장으론, 다른 메이커를 확보하던가, 국산화를 하던가, 아니면 재계약을 맺던가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또, 경쟁사가 일본의 메이커에게 프라이스를 얼마로 제시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어서 재계약을 하더라도 얼마를 제시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이에 나의 모든 촉을 동원해 경쟁사가 제시한 조건 파악에 전력투구를 하던 중 나의 카운터 파트너였던, 미스터 나까야마(中山)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나에게 꼭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런데 하필 오늘 태풍이 올게 뭐람...'

"일본에서 연락 왔는데, 재방문 스케줄은 2주 후에나 가능하다고... 차라리 잘 됐어!

그 사이 우리도 그림을 만들어 보자고..."


<2장>

내가 그녀를 만난 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같은 과에서 그나마 제일 친하다고 치부하던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뭐하니? 나 여자 친구 만나러 가는데, 너 할 일 없으면 나와라!"


사실 속 없기로는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내가, 눈치 없게 그 자리에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내 20세 평생에 그렇게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는 여자는 처음 보았다. 영화배우 리처드 버튼과 일곱 번의 결혼과 이혼을 했다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닮은 여자였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그러나 짙은 눈썹만큼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보다 더 진하면 진하지 옅지는 않았다.

나는 수선화 같이 여리고, 코스모스같이 하늘하늘한 여자가 좋다. 사실 그녀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력적이고 더구나 상당한 미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체형과는 달리 가늘고 매력적인 하이톤의 음색을 지닌 여자였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오빠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녀는 녀석을 오빠라고 불렀다.


'듣기는 뭘 들어!... 녀석이 혼자서만 히히덕거리며 좋아했지, 나에게는 여자 친구 만난다고 한 마디도 않더구먼...'

" 저 놈은 적당히 사귀십시오! 곧 군대 갈 녀석이니"


"하! 하! 재미있으신 분 이시네요!"


"아니요, 시기심에 배가 아파서 그럽니다. 이런 미인을 혼자 숨겨놓고... 나쁜 놈 같으니라고"


우리는 그 후 그 친구가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 셋이서 가끔씩 만나서 밥도 먹고, 놀이공원도 가고 했다. 물론 당연히 나 모르게 둘이 만났기도 했겠지만...


"나 영장 나왔어!"


"언제 가는데?"


"일주일 후에..."


"네가 수현이 좀 봐죠!"


"다 큰 어른을 보긴 뭘 보냐! "

"이놈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맞기지, 나한테 자기 여자 친구를 부탁하냐! 그래도 나를 많이 믿나 보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친구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뿌듯한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녀석은 군에 입대를 했다.

입대를 한지 삼사일쯤 지났을까...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를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제가 지원 씨 보고 싶어 전화했어요!"

만나서 나에게 말한 첫마디다. 그리고...

"우리 나중에 오빠 면회 갈 때 같이 가요!"


"뭐 그럽시다. 어려운 일 아닌데..."

그녀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어, 예전의 생기 넘치던 낯빛이 아니었다.


"뭔 고민 있으세요?"


"...."


"있으면 다 털어놓으세요! 내가 다 받아줄 테니"


"오빠가 지원 씨 하고는 비밀이 없다고 하던데요"


"그 녀석 음흉해서 나한테 숨기는 비밀 많아요. 그래도 웬만한 건 털어놓는 편이지요"


조용한 찻집에서 둘이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는 친구와의 관계에 대하여 조금씩 나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집에 오빠가 없었는데, 자신을 푸근하게 대해 주어서 가까워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친구를 너무도 사랑한다고 했다.

그 녀석의 집에 놀러 오라고 하여 놀러 갔다가, 가족이 모두 외출했는지 아무도 없었고, 그 틈을 타 그놈에게 순결을 빼앗긴 이야기 까지...

그녀의 몸에 변화가 있어서 산부인과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도무지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고민 끝에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했다.

여자 친구도 있었을 텐데 굳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좀 의아스럽기는 했다.

최대한 격한 감정을 싣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여 안쓰러워 보였다. 이야기를 담담히 전하는 그녀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혀 있었고, 내 마음도 그 이슬에 조금씩 젖고 있었다.


'죽일 놈! 여자를 그렇게 해놓고 군대로 도망을 가?'


같은 학교 친구이지만, 이건 범죄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는 데이트 폭력에 대하여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엄연한 범죄행위였다.

그때부터 생기발랄하고 활기찼던, 녀석의 여자는 사라지고...

내 앞에는 측은하고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가냘픈 여인이 한 명 있을 뿐이었다.


<3장>

"차장님! 음식점 취소했습니다. 그런데 차장님은 꼭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차장님 성함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성함이 예전에 아시던 분하고 똑같다고 한번 뵙고 식사 대접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음식은 특별히 준비한 것이라서 폐기 처분하기 아까우니 꼭 오셔서 드시라고..."


"그러면 음식값은 법인 카드로 결제해 드리지"

"음식값은 필요 없다고 하시네요"

'참! 별일 일세'


사실 중요한 미팅이어서 날짜를 금요일로 정한 것이다. 토요일, 일요일은 일본 사람들도 휴일이니, 내가 관광가이드를 자처해서 그 일본 관계자들과 주말을 보내려고 내 스케줄을 모두 비워놓은 상황이라, 오늘 저녁부터 별로 할 일도 없었다.


"그래 그러지 뭐! 그런데 나만 오래? 같이 갈 사람?"


"아니 차장님만 오시길 바라던 걸요!"


'진짜 별일이다. 별 희한한 경우가 있네'

의외의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음식점 사장이 누구길래 나를 보고 싶어 하나?'


<4장>

비록 단기사병이지만, 나도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신분이니, 그녀와 만날 기회가 많았다.

휴일이면 우리 두 사람은 만나서 웃고 떠들었다. 우리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의 생리적인 부조화는 산부인과에 갈 필요가 없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그녀와 나와는 서로의 깊은 비밀을 간직한 애인처럼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내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증오가 무게감 있는 짐처럼 나를 짓누르고 있었고, 또 다른 친구들에게 친구 애인 가로챈 파렴치한 놈으로 낙인찍히는 것도 괴로웠다.

그러나 그녀를 내가 외면한다면,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 자신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점점 흘러 결단을 내려야 될 시기가 오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 후 취업을 했고, 나는 제대를 하여 친구보다는 일 년 일찍 복학을 하였다.

내 행복한 마음을 위하여 그녀를 내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녀 또한 내 곁에 있는 것이 그녀의 운명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이기심일 뿐, 그녀는 내 곁에 있으므로 친구의 사건이 평생 그녀를 괴롭힐 것이며,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였다. 친구와 나를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곳으로 보내는 것이 그녀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를 보낼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나 보고 집에서 선 보래!"


"잘 됐다. 만나봐서 좋은 사람이면, 시집가라!"


"진심이야?"


"내가 수현 씨한테 거짓말하겠어?"


며칠 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

조동진 LP를 하나 사고, 책 한 권을 사서 앞 페이지에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성스레 적어 넣었다.

두 가지 선물을 끝으로...

나는 두 번 다시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다. 아니, 내가 그녀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갑자기 내 주변의 전깃불이 모두 나가 버렸다.

내 주위는 온통 암흑세상으로 변하고,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려 무얼 먹어도, 계속 토하기만 했다.

나중에 토할 것이 더 이상 없었는지, 노란 쓸개즙과 붉은 피가 섞여 올라왔다. 그렇게 일주일을 앓아 누웠었다.



<5장>

오늘따라 가을비가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5분 거리에 있다는 김 과장의 설명을 듣고 주차장에 차를 고이 모셔둔 채 우산을 받쳐 쓰고 비 오는 가을 저녁을 음미하면서 걷고 있었다.

한 5분쯤 걸었을까...

눈에 '수현'이라는 음식점 간판이 들어왔다.

예전에 그 앞을 무수히 지나쳤건만, 내 눈에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간판이 왜, 지금에는 보이는 것 일까? 예전의 작은 기와집을 몇 채를 통합하여 리모델링한 식당이었다. 분위기에 옛 스런 정취가 그대로 드러나는 집이었다.

커다란 통유리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자그마한 연못과 꽃으로 장식된 중정이 보인다. 직원인 듯한 젊은 여자분이 이름을 물어본다.

이름을 말하니 좀 더 안쪽으로 나를 안내한다.

안쪽 내실에 자리를 잡았다.

벽에 달력이며, 시계 등이 걸려 있고,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작은 박스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 직원이나 관계자가 사용하는 방인 것 같았다.

그러나 워낙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아, 손님을 맞이해도 될만한 공간이었다.

미닫이 문이 미끄러지듯 열리더니 사십 대 중년의 여성이 들어왔다. 얼핏 얼굴을 보니 병색이 완연한 얼굴이었다.

"지원 씨! 나 모르시겠어요?"

여자의 얼굴이 너무 말라서 누군지 짐작도 못하였지만, 짙은 눈썹과 가늘고 매력적인 하이톤의 목소리에서 나는 그녀임을 직감했다.

"수현 씨 구나! 수현이!

음식점 간판이 '수현'인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지원 씨! 그동안 잘 지냈어?"

"...."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조금 전 나를 이곳으로 안내하였던 젊은 친구가 들어왔다.

"사장님! 음식 준비해 드릴까요?"

"참, 최실장 인사해! 내가 가끔 얘기하던 그분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수현' 지배인 최도경 실장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내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네! 안녕하십니까? 아까 잠깐 뵈었죠?"

"오늘 요리는 귀한 손님 이시라고 주방장께 맡기지 않고 사장님께서 직접 하신 겁니다. 그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은 방을 나가고 그녀와 나 둘만이 남았다.

그녀가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녀가 선을 본 남자의 아버지는 강남에 건물을 몇 개 갖고 있는 준 재벌급 집안이었다. 개차반 같은 아들을 장가보내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에게 혼담을 넣어 정략결혼을 성사시켰다. 그녀의 아버지가 당시 경찰간부로 근무 중 이어서 권력을 써먹을 요량이었던 것이다.

이 아들놈 여자관계가 복잡하여 신혼 여행지까지 여자 친구가 쫓아와서, 그놈은 신혼 첫날밤부터 외박을 했다고 했다. 억지로 일여 년을 살다가 이혼하여 받은 위자료와 대출을 얻어 지금의 음식점을 열게 되었다고...

올초 계속 체중이 줄어 진단을 받아보니 췌장암 말기라고, 6개월밖에 못 산다고 의사가 선고하였다고. 그런데 죽기 전에 나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어 하던 중, 예약자 명단에 같은 이름이 있어 예약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나' 라는 확신이 섰다고 하였다. 병원생활을 하던 중 특별히 주치의에게 며칠 휴가를 얻어 오늘 나를 만나러 나온 것이다.

그래도 지금이 10월이니 사형 선고받은 것보다 3개월 더 살아서 나를 봤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희고 고운 이가 드러나며 생기발랄하던 예전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났다.

지배인이 나를 유심히 본 것이 생각나...

혹시 지배인에게, 나를 리처드 버튼쯤으로 묘사하지 않았냐고 따지니 깔깔거리고 웃었다.


"우리 내일 아무 데나 놀러 가자!"

" 아! 좋아!"

"아침에 올게! 몇 시가 좋겠어?"

"아침 아홉 시쯤 데리러 와죠!"


<6장>

아침 새벽부터 세차를 하였다.

그녀와 함께 간다는 생각에 그녀가 앉을 시트와 발판, 손잡이 등 그녀가 만져야 될 부분을 먼지 하나 없이 깨끗이 닦고 또 닦았다

아홉 시가 되기를 기다려 '수현' 앞에 차를 대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배인은 보이지 않고 다른 직원이 나를 맞았다.

"사장님이 오늘 새벽에 고열로 혼수상태가 되어 실장님이 급히 병원 응급실에 모시고 갔습니다."


병원 응급실 앞에 지배인이 앉아 있었다.

"사장님 상태가 어떴습니까?"

"계속 위험했는데 지금은 조금 안정됐다고 하네요! 아직, 사람은 못 알아보시고 면회 금지입니다."

"이거 사장님이 정신을 잃기 전에 주신 건데..."

"선생님 오시면 드리라고..."

대 봉투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사장님은 그 봉투에 들어있는 책을 수십 번도 더 보셨을 거예요! 항상 그 노래도 같이..."

"사장님과는 처음에 어떻게 아시게 되셨나요?"

"요리 학원에서요! 사장님이 요리를 배워 꼭 대접해야 할 분이 계시다고 학원에 오셨어요. 그리고 한정식집도 그분께서 꼭 오실 거라면서 오픈하신 거고요.

"그분이 먹는 걸 엄청 좋아하신다고 했어요."

"아차, 그분이 선생님이죠?"

"그 가게 자리도 빈 곳이 아니었는데, 맞은편 빌딩에서 보여야 된다고 삼 년을 기다려서 얻은 가게고요! 그리고 가게는 얼마 전, 사장님이 우리 모두에게 명의를 이전해 주셨어요!"

가게 맞은편 빌딩은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 사장님이 나에 대하여 평소 어떻게 묘사하시던가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최 실장이 내 얼굴을 쓱 보더니..

"저는 최소 원빈이나, 장동건 수준인 줄 알았어요!

아! 그런데 사장님이 제대로 말씀하신 것이 있어요! 먹는 거 엄청 좋아하시게 생기셨어요!"

최 실장과 나는 그 와중에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어 이렇게 울다가 웃으면, 신체에 변화가 생기는데... 나는 괜찮은데 최 실장은 좀..."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면서 응급실로 간호사와 의사가 뛰어 들어갔다.

"어레스트! 어레스트!!"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멀리서 들렸다.


<7장>

나는 그녀를 또 그렇게 보냈다.

나는 그녀를 가슴에 묻었다.

그녀를 보내고 오는 길에 휴게소에 잠시 들러 생리 현상을 해결한 후 차에 오르는데 최 실장이 주었던 봉투가 조수석에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대봉투를 열어보니 USB하나와 '위대한 갯츠비' 책이 들어 있었다. 내가 이별의 선물로 그녀에게 주었던 책이다.

이십 년이 지나, 수십 번을 읽어서 그런지 표지가 많이 낡아 있었다.


USB를 카 오디오에 꼽아 놓고 책을 펼쳤다.

'당신은 나의 영원한 친구입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책 속에 내가 써넣은 문구이다. 그런데 그 밑에 나의 필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써놓은 문구가 보였다.


'친구란 말은 당신이 거짓말한 거예요!'

'나는 알고 있었어요! '

'지원 씨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진심을 다해 영원히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는... 당신뿐 이었어요!'


그동안 참았던 뜨거운 눈물이 '위대한 갯츠비' 위로 뚝뚝 떨어졌다.

스피커에서 가수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이 흘러나왔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외로운 가요 당신은 외로운가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렿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아직도 바람 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 있으니


https://youtu.be/uyJMdYs6E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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