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내면

by 한지원

지금까지 그 여자를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

외모로는 일반인과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단지 머리 모양만 특이하다. 삭발이다.

가족이 그 여자의 외출을 삼가라고 강제로 그랬는지 아니면, 본인의 헤어스타일 취향 인지는 가늠되지 않으나, 내 예상으로는 전자의 경우가 아닐까 생각했다.

선천적 농아인(聾啞人)이어서 언어장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청각장애인이자 언어장애인이라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나는 그 여자를 오늘 처음으로 자세히 봤다.

나이는 30대 후반쯤 되었을까...

항상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

원피스와 꽃무늬 모자...

그것이 그 여자의 패션이었다.

꽃무늬 모자는 뒷모습만 봐도 그 여자인지 다른 여자인지 알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 기억에 각인되었다.


그 여자의 집에서 그 여자의 외출을 규제하기 위하여 강제로 삭발을 했다고 내가 짐작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여자에게 꽃무늬 모자는 삭발한 머리를 감추고자 항상 쓰고 다니는 필수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꽃무늬 모자가 삭발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 생각이었다.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자 언어장애인...

그 여자가 버스를 타고 괴산 바닥을 유람하는 이유는 길게 설명이 필요치 않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버스로 여행하는 괴산은 그 여자의 해방구 일런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도 가끔 내가 운행하는 버스에 승차한 적이 있었다. 버스 요금을 내지 않거나, 맨 뒷좌석에서 누워있기도 하고 책상다리로 앉아 있어,

안전을 위하여 그 여자와 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물론, 대화가 되지를 않으니 답답하였지만, 종이와 펜으로 필담(筆談)을 하였다.

그 여자의 글씨체는 의외였다.

많은 반복적인 학습과 필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필체였다. 거기서 나는 그 여자의 지적 수준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고 그 여자의 기이한 행동은 다른 이들 특히, 버스기사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사들 에게도 그런 행동을 보이니 버스기사들이 그 여자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쪽 노선을 오랫동안 운행했던 동료기사의 말을 들어보면, COVID-19가 창궐하는 요즘 시기에 마스크도 없이 버스에 승차하는 그 여자가 그 노선의 최고 진상 승객으로 등극했다고 한다.

그중에도 대화를 시도했던 기사들은 말이 안 통하고 답답한 와중에, 그녀의 얼굴 표정이 기사들을 놀리거나 비웃는 모습이어서 대화 도중에 욕이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고도 했다.


그 여자가 내가 운행하는 버스에 올랐다.

물론, 마스크도 안 한 얼굴로 버스요금도 내지 않고 버스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몸짓으로 마스크 착용과 버스요금을 낼 것을 요구하였다. 금방 알아들었는지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고, 오천 원 지폐를 보이면서 두 팔로 도착지에서 교환하여 내겠다는 표시를 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차량 뒷문을 여니 신속히 내리는 것이 룸미러로 보였다. 편의점으로 환전을 하러 가는 것으로 알았으나, 음성터미널 옆 편의점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어허! 이거 봐라!'

선배 기사들이 이야기하던 기사를 골탕 먹이려는 짓으로 보여, 나도 재빠르게 버스에서 하차하여 그 골치 아픈 승객을 뒤쫓아갔다. 얼마나 빨리 도망갔는지 그 여자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그 꽃무늬 모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부지런히 쫓아가 얼굴을 확인하니, 나를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잘도 쫓아왔네!'

이런 표정이었다. 손짓으로 먼저 가라고 하고 여자의 뒤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

가끔씩 내가 쫓아오는지 뒤돌아 보면서 알 수 없는 비웃음을 웃어 보였다. 그 여자는 멍청하고 순진한 버스기사를 놀려먹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답답한 처지를 잊기 위한 쾌감을 잠시나마 얻기 위해, 자신의 핸디캡을 이용하여 상대를 놀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여자의 필체에서 그렇게 확신했다.

나는 지금껏 그 여자에게 예의 없이 대하거나, 그 여자가 알아들었던 아니던 관계없이 반말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지옥 같은 삶을 살았을 그 여자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비웃는 그 여자의 웃음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이 올라갈 뻔했다. 내 생애에 그렇게 화가 났던 적은 없었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까지의 내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


그 여자에게 버스요금 천오백 원을 챙겨서 음성터미널로 돌아온 한심한 시골 버스기사는, 천정과 땅바닥을 오가는 것처럼 출렁거리며 한 없이 길게만 느껴지는 길을 따라 괴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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