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골버스기사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들숨은 최소한으로, 날숨은 최대한 길게...
지금 호흡법 요가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운전석 바로 뒤에 앉은,
산에서 도를 닦다 내려온 행색의 놈이 풍기는 악취를,
안 맡으려는 시골 버스기사의 서글픈 몸짓이다.
'아~녀석! 젊은 놈이 도만 닦지 말고 몸도 좀 닦지!'
하여간, 시골 버스기사에게 예민한 후각은 골치 아픈 능력임에 틀림없다.
나는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신봉자다. 그러나, 이놈의 DNA(DeoxyriboNucleic Acid)는 장님이자, 지각이 없는 놈이어서 취사선택(取捨選擇)을 할 줄 모른다. 인간이 조상에게 물려받은 특성 중에 쓸만한 형질만을 골라서 자손에게 물려주면 좋으련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직업에 별로 쓸모없는 형질도 물려받는 경우가 있다.
나는 나의 부모로부터, 특히 모친으로부터 아주 예민한 후각, 소위 '개코'를 물려받았다.
어떤 무식한 인간이, 배우 윤여정 씨에게 “브래드 피트에게 어떤 냄새가 났느냐”는 질문을 했던 일을 상기해 보면....
아마도 그 인간은 브래드 피트의 냄새를,
배우 윤여정 씨의 말을 통해서 간접경험이라도 하고 싶은 정신병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냄새와 사람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적 활동에 지대한 역할을 미치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냄새는 가장 강력한 기억의 촉진제다.
한적한 시골길 허름한 음식점에서 먹었던 된장찌개에서 어릴 적 어머니의 정을 느끼기도 하고,
예전 TV에서 보았던 향수 광고처럼
서로 엇갈려 지나치는 생면부지(生面不知) 여성의 머릿결에 붙어있는 샴푸 냄새는, 사랑하던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람의 향기는 예전의 기억을 되새김질시키는 촉매(觸媒, catalyst)이다.
젊은 사람은 간단한 샤워만으로도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좋지 않은 냄새를 지울 수 있다고 한다. 땀구멍이 수시로 열리는 탓에 그 땀구멍으로 배출된 죽은 세포들의 흔적을 씻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몸에 쌓인 노폐물들이 잘 열리지 않는 땀구멍을 통해서 자연 배출되기는 불가능하고, 가장 좋은 해법(solution)은 몸을 뜨거운 물에 푹 담가 땀구멍을 강제 개방 후 쏟아지는 노폐물을 씻어내면 된다고 한다. 문제는 본인 몸에서 나는 냄새는, 본인이 인지 못 한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은 코가 문들어지도록 냄새가 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낀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의 기성세대 중 이런 고집불통 세력들이 존재한다. 이 세력들은 불의(不義), 편견(偏見), 오만(傲慢)등이 피부 내부에 켜켜이 쌓여 샤워만으로는 악취가 가시지 않는다. 이런 인간들은 개혁탕(改革湯)에서 오염된 육체를 충분히 물에 불린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태리타월로 박박문질러 썩은 냄새를 지워야 한다.
나의 요가와도 같은 호흡법은 대 실패로 끝났다.
들 숨과 날 숨의 부조화는 뇌에 산소공급을 저해하여 뱃속을 울렁거리게 하고, 급기야 버스기사를 멀미에 시달리도록 만들었다.
잠시의 휴식시간을 보낸 후, 지금 왔던 노선을 되짚어 돌아가는데...
저 멀리 그놈을 내려주었던 승강장이 보인다.
아!~ 그놈이 또 내 차를 타려고 준비 중이다.
오! 신이시여! 저를 얼마나 중요한 곳에 쓰시려고, 이 엄청난 시련을 또 제게 안겨 주시나이까!
'쓰벌! 내 이럴 줄 알았다!'
'아까 쉬는 시간에 철물점에서 방독면을 사놓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