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2)

by 한지원

할머니 한 분이 버스에 올라오셨다.

한 손에는 대나무로 만든 자그마한 부채를, 다른 한 손에는 꽃무늬 손수건을...

옷은 보기에도 시원한 마(麻)로 만든 투피스를 입으시고, 시골스럽지 않은 스타일의 할머니이시다.

버스에 오름과 동시에...

탈 많고, 말 많은 버스기사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착석하시었다.

그런데...

시골버스기사의 쓸데없이 예민한 개코에 상큼하고, 시원한 수박 향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향수에 대하여 조예가 깊지 못한 관계로 이렇게 밖에 설명드리지 못함을 독자들에게 깊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시골버스기사는 몇 차례에 걸쳐 고약한 냄새에 때문에 고통을 겪었던지라, 이런 상황이 얼마나 반갑고, 행복했는지 그 할머니를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 내가 냄새 가지고 글을 쓰기 잘했지!'

'아마도 신께서 버스 안을 내려다보시다가, 버스기사가 하늘에 대고 원망하는 소리를 듣고 이 할머니를 내게 보내신 모양이다.'

버스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내리지 마시고 종점까지 가시라!'

할머니가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 계신 동안에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고, 그 시간 동안 버스기사는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기는 육체적 냄새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향기도 존재한다.

깊은 물은 썩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고요해서 주변을 평온하게 하는 힘이 있다.

집 앞을 흐르는 동네 개울은 조금만 멈춰 있어도 녹조(綠潮)가 끼고 썩기 시작한다. 더구나 상류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개울물은 변덕(變德)이 죽 끓듯 하여 넘쳐서 범람하기도, 바싹 말라서 바닥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람도 물과 같아서 속이 깊은 사람은 향기로운 물 냄새가 나며, 잔머리만 굴리는 놈에게서는 썩은 시궁창 냄새가 난다. 시골버스기사 같이 후각이 예민한 사람만 아는 것도 아니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을 안 할 뿐이다.


나는 매일 출근 전 새벽에 샤워를 한다.

혹시 모를 나와 같은 품질의 개코 소유자가, 버스 승객으로 승차할 때를 대비하여...

그리고 짬짬이 머리 속도 채우려 노력한다. 내 정신에서 썩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천사 같은 할머니를 모시고 10분쯤 달렸을까...

전화벨 소리와 함께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의 아니게 전화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진짜 본의 아니게 버스 내서는 남의 전화 대화를 엿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이 연로하신 이유로 청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대화 자체가 커지는 경황도 있지만, 대부분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한다. 왜, 그렇게 하시는지 이유는 아직 모른다.

그 할머니도 예외 없이 스피커폰으로 전화통화를 하셨다.

"어머니! 에미예요! 어디 계셔요!"

"버스 타고 터미널에!"

"조금 기다리시지! 제가 모시고 갈 테니 다음 ㅇㅇㅇ에서 내리세요!"

"아니! 너 일 봐라! 그냥 버스 타고 갈 테니!"


'이상한 아줌마야! 그냥 버스 타고 간다고 하시잖아?'

내가 전화기를 빼앗아서 얘기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교양 있고, 향기 나는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할머니는 그렇게 다음 승강장에서 하차하셨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안 좋은 기적이...

바로 그 승강장에서 그놈이 탄 것이다.

행색만 도 닦는 놈이지, 허구한 날 버스 타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아 놈팡이가 틀림없다.

'쓰벌! 이놈의 시골 버스는 타고 내리는 승객이,

어떻게 매일 그 얼굴이 그 얼굴 이냐! '


향기가 내리고, 악취가 탔다.

터미널에 들어온 기사는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고 온라인 마켓을 뒤지느라 정신이 없다.

검색어는...

'냄새 잡는 탄소 필터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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