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4)

by 한지원

버스가 충돌사고가 날 경우 운전기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보존키 위하여 핸들(스티어링 휠)을 좌측으로 꺾는다고 하여, 버스에서 가장 위험한 좌석은 버스기사의 우측 좌석, 즉 조수석이고 안전한 좌석은 버스기사 바로 뒷좌석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통계적으로 검증이 되었거나, 학자의 연구로 보고 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아직 듣지 못했다.

시중에 떠도는 '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버스에 타는 승객의 8할 이상은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미련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시골 버스의 승객들은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운전석 바로 뒤에 앉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운전석 바로 뒷자리는 사람의 냄새가 물씬 나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민감한 후각을 자랑하는 시골 버스기사에게는 바로 뒷좌석 승객의 위생상태뿐 아니라, 바로 전에 먹었던 식사의 메뉴도 향기가 말하여 준다. 혹시, 뒷자리의 승객이 입을 벌려 말을 하거나, 설상가상 트림이라도 하는 날이면, 식사를 했던 메뉴의 주된 양념도 맞출 수 있다고 장담한다.

비록, 어떻게 요리한 음식을 먹었는지 검증해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생선 조림을 먹었는데...'

주된 양념이 고추가루인지, 간장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버스기사는 그날의 향기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진다.

그래서 항상 좋은 향기가 나는 젊은 아가씨가 그 자리에 앉기를 바라지만, 기사 맘속의 바램일 뿐 그런 아가씨가 운전석 뒷자리에 앉을 경우는 확률적으로도 의미 없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젊은 아가씨 나이의 기준이 한 60세 미만이라면 모를까, 괴산군에서 20~30대의 젊은 여성을 본다는 것은 행운에 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런 여성은 버스에 잘 타지도 않을뿐더러, 비록 버스에 승차했다고 해도 버스기사가 배우 정우성쯤 되지 않는 이상 버스기사 뒤에 앉을 확률을 제로(0)에 가깝다.

지난 글에 말씀드린 것처럼 향기가 나는 할머니가 앉아 주셔도 감지덕지다.


사람의 향기가 꼭 가까이 붙어 있어야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있어도 말소리로도 느낄 수 있다. 말하는 어투나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의 향기가 난다.

더 나아가 아예 생전 일면식도 없는, 몇 천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향기를 느낄 때가 있다.


그 사람의 글을 보면 그 사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말 같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인간성이 썩은 냄새가 난다. 자기 말만 고집하는 사람에게서는 인간이 상한 냄새가 나고,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의 글에서는 도금공장 정화조의 화학약품 냄새가 난다. 뇌물을 받아먹고 변명하는 사람에게서는 썩은 양심의 냄새가 풍긴다. 아무리 양치질을 잘해도 소용이 없다. 내장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향기는 마음에서 뿐만 아니라, 전파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TV를 보고 있노라면, 힘들고 어려운 우리의 이웃을 도왔다는 이름 모를 독지가(篤志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의 거실에도 아름다운 향기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고,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나 파렴치한 인물들이 뉴스에 나오면, 우리집 거실은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주 비번날에는 꼭 대형 할인매장을 방문하여 '냄새 먹는 하*'나 '*브리즈를' 를 대량으로 구매해 비치해 놓기로 마음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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