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첫눈 아래 드는 잠
첫눈이
숨결처럼 내려와
잎맥 위에 가만히 눕자
텃밭은
하루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영하의 밤,
배추는
한 장 한 장
자신의 체온을 접어
겨울을 덮는다
낮 동안
잎에 모아 두었던
햇살의 기억 한 줌이
아직 속에서
미지근하게 살아
긴 밤을 건너간다
누군가의 밥상으로
피어날 이름을 안고
채소들은 오늘
가장 깊은
숨의 잠에 든다
땅은 알고 있다
이 고요가
끝이 아니라
다시 솟아오를
봄으로 가는
느린 숨이라는 것을
첫눈 아래
텃밭은
말 없는 생명들의
작고 따뜻한 기도를 품고
아주 천천히
겨울의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