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체
가을이 오면 마음이 이상하게 허전해진다.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선선한데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스며든다. 그건 아마도 떠나가는 계절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가을이 그리움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꼭 누군가의 얼굴이나 이름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리움의 방향은 늘 ‘그때의 나’를 향해 있는지도 모른다. 더 솔직했고, 더 뜨거웠고, 세상에 대해 아직은 믿음이 남아 있던 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던,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던 그 마음.
가을은 짧다.
여름의 뜨거움이 완전히 식기도 전에, 벌써 공기 속엔 겨울의 냉기가 묻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처럼 무언가를 붙잡으려 한다. 스쳐가는 햇살, 한때의 웃음, 다정했던 손끝, 그 모든 것이 금세 멀어질 것 같아서...
어느 날 문득, 바람결에 오래된 노래 한 소절이 들려오면 마음 한가운데서 잊고 지냈던 감정이 피어난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웃었을까, 왜 그렇게 쉽게 울었을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조금 부끄럽고 조금 더 그립다. 그건 누군가를 잃은 그리움이 아니라 온 마음으로 세상을 사랑하던 ‘나’를 잃은 그리움이다.
지금의 나는 조금 더 현명해졌지만 그만큼 조심스러워졌다. 감정을 깊게 담기 전에 계산부터 하게 되고,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미리 거리를 둔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알게 된다. 그리움은 결국 ‘다시 그렇게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온다는 걸.
가을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를 그리워하니? 떠나간 사람을? 아니면 그 시절의 너를?”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잠시 멈춰 선다. 그때의 나는 세상이 전부 반짝이던 시절을 살았고 그 반짝임 속에 사랑도, 두려움도, 꿈도 있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너무 멀리 느껴지지만... 바람 한 줄기, 햇살 한 조각에도 그 마음의 잔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느낀다.
가을은 늘 짧다.
하지만 그 짧은 계절 안에서 우리는 조금 더 인간답게,
조금 더 따뜻하게 변한다. 잊고 지냈던 나를 잠시 만나고 그때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올 때마다 마음이 조금 아프면서도 좋다.
그리움은 때로 슬픔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서...
계절이 또 지나가도, 나는 알고 있다.
그때의 나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내 안에 사랑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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