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생활비를 받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by 독립단장

육아휴직이 6개월을 넘어가면서, 육아휴직 수당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도 가고, 장도 보고, 내 용돈도 수당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이너스가 되었다. 나와 바통터치를 하고 복직한 아내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여보, 나 생활비가 부족할 것 같아. 육아휴직 수당으로 고정비용을 내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아."


아내의 월급도 빠듯한 것을 알고 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고, 아내가 육아휴직 중에 돈 이야기를 하기가 참 어려웠겠구나. 나에게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할 때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외벌이 부부라고 하더라도 월급은 부부 공동의 것이다. 그런데 돈이라는 게 조금 사람을 어렵게 만든다.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도, 돈을 쥐고 있는 자와 부족한 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내가 조금 헤프게 썼나? 그냥 허리띠를 더 졸라맬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감정이다. 아내는 그냥 쉽게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말을 하라고 했던 내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현명한 사람은 어떨까?


특출난 사람은 남의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 배운다고 하던데, 특출 나지는 않더라도 현명한 사람은 될 수 있을까?


건강한 부부는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실제로 반대편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육아휴직은 아내의 생활뿐만 아니라 생각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제 몇 달 후면 복직을 하고, 월급을 받을 시기가 올 것이다. 적어도 아내가 나한테 돈 때문에 야속함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생활비 + 알파를 보내야겠다. 돈을 많이 보낸다고, 아내가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아내도 나름대로 현명하게 소비를 하고, 저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육아휴직은 단단하고, 건강한 부부를 만든다.

keyword
이전 11화마음 편한 육아 : 한 번에 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