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가 필요해

너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by 일상에 반하다

참 많은 날들을 ‘기다림’이라는 단어와 함께 보냈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첫걸음을 떼길 기다렸고, 첫 말을 내뱉길 기다렸다. 이제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첫째와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를 보며 지금은 또 다른 기다림의 연속이다.


특히 고등학생 딸아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매일같이 마음을 다잡는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 스스로 해낼 거라고 믿자.” 하지만 그 다짐은 너무나도 빠르게 바스라지기 쉽다.

지금까지 학원을 한 번도 다니지 않았다.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 학습방식으로 여기까지 왔고, 나는 그게 너의 강점이라고 믿고 있고 너 역시도 자부심이 있어 보인다.

초등학교 때는 혼자 책을 펼치고 문제를 풀던 너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친구들이 학원 숙제를 쌓아갈 때, 너는 조용히 방에서 교과서를 읽으며 너만의 속도를 지켰다. 그때는 그 모습이 대견했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된 너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불안으로 채워진다. 학교 성적이 중요해졌고, 학생기록부라는 낯선 단어가 우리 사이에 무겁게 놓였다. 너는 여전히 느긋하고, 나는 점점 더 초조해진다.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무대는 단순히 시험 점수만이 아니라 너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나는 너에게 그걸 말해주고 싶다. “조금 더 치열하게, 조금 더 계획적으로 해보자”라고. 하지만 너는 내 말을 듣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네 속도는 느리고 다소 안일해보인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혹시 잘못된 공부 습관이 굳어진 건 아닐까? 내가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계속 의심하게 만든다.


나는 너에게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한다. “시간을 나눠서 계획을 세워봐. 어려운 과목부터 먼저 해보고, 쉬운 건 나중에.” 이렇게 말하며 너의 책상에 메모를 붙이고 메시지를 보내고 공부 스케줄을 같이 짜보기도 했다. 하지만 너는 고개를 끄덕이고 좋다는 말은 하지만 행동은 여전히 느리다.


너에게는 너만의 세상에서 돌아가는 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너를 너무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너무 놔두는 것은 아닌지 이 질문들 사이에서 나는 매일 흔들린다.


사실, 나도 안다. 너는 나와 다르다. 너는 다소 느긋하게 너의 템포에 맞춰 혼자만의 길을 걷는 아이였다. 그게 너의 힘이었고, 내가 너를 믿어온 이유였다. 하지만 고등학교라는 현실 앞에서 그 믿음이 흔들리는 걸 느낀다. 세상은 너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고, 나는 너를 그 세상에 잘 맞춰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혹시라도 네가 뒤처질까, 네가 힘들어할까, 그런 걱정이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가끔은 너를 보며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왜 이렇게 조급한 걸까? 왜 너를 더 믿지 못하는 걸까? 너는 아직 열여섯이고, 네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인데, 나는 벌써 너의 미래를 걱정하며 너를 재촉한다. 너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건 나에게 더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너를 기다려줄 용기, 너를 믿어줄 힘. 그걸 내가 잃어버린 건 아닌지 되묻는다.


너와 나, 우리 둘 다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너에게는 네 속도대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나에게는 너를 믿고 기다릴 인내가.


나는 매일 다짐한다. 너의 선택을 존중하고, 너의 시간을 믿어주자고. 하지만 그 다짐은 또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너의 느린 걸음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고 이런 일상의 연속이 또렷이 보인다.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아이보다는 좀 더 단단한 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마음을 준비한다.


언젠가 너는 네 속도로 네 꿈에 닿을 거라 믿는다. 그때가 되면, 나는 너를 보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지금의 이 답답함과 불안이, 너의 성장을 지켜본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너의 책상 옆에 조용히 앉아 너를 응원한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시간과 믿음일 테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년 서울 고교학점제의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