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연작처당
저출산은 우리 삶의 많은 모습을 바꾸고 있다. 정치, 경제, 산업, 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기관도 예외일 수 없다. 학령인구감소로 입학자원이 감소하며 한때 잘나가던(?) 대학들도 위기에 처했다고 아우성이다. 지방대학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지방 대다수 대학들의 모집 경쟁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실질경쟁률이 1대 1도 안 되는 대학의 학과, 전공들이 허다하다.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 지방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위안 삼을 때가 아니다.
사실 지방대학들 그동안 운이 좋았다. 가만히 있어도 해마다 들어오는 입학자원이 넘쳐났다. 기업으로 치면 물건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팔렸다는 소리다.잘 만들든 못 만들든, 잘 가르치든 못 가르치든 고객이 줄을 이었다.
호(好)시절 다보내고 나니 학령인구가 감소했다고 야단법석이지만, 따지고 보면 입학자원 감소는 이미 예견된 문제였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수십 년 간의 대학 내부 무사안일이 위기를 방치했고, 내부 쇄신을 게을리한 결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지방대학 경쟁력 약화, 갈수록 심화되는 지방, 지역인재 유출, 지방 고교수험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주원인이라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란 점이다.중도탈락학생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기업으로 치면 내부 실망고객 속출이다.
입학 후 중도탈락,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대학 무용론 속에서 지방대학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 학생들의 이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논어 자로편‘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라는 구절이 나온다.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오는 법이다. 이미 지방대학에 들어온 학생들마저 실망해 떠나가는 판에 신입생,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한 대학발전 전략은 언감생심이다.
지방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향을 떠나는 지방청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입학만 하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대학들은 현실을 곡해하고 지방 학부모와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다.
대학 4년,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의 실질적 성장은 이뤄지고 있는가. 학생, 제자들의 제대로 된 사회진출, 졸업 후 일자리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대학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 나무의 종말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변화의 기회와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그동안 혁신, 특성화, 교육선진화, 프라임, ACE, 역량강화 등 수많은 정부지원 교육사업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다. 대학의 본질적 변화, 총체적 교육 질 개선, 제대로 된 교육혁신은 정작 뒷전이었다.
앞으로 지방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지방청년들의 역외 탈출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다. 교육, 산업, 기업, 경제 등 지방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
대학위기가 현실로 닥친 2022년.이제 지방대학은 존재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지역교육계는 물론 지역민, 지역언론이 관심을 가져주는 바로 지금이 지방대학 경쟁력을 회복할 원년이 돼야 한다. 차일피일 하다 또 한 번 골든타임 놓쳐선 안 된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