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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디오 Jk Feb 16. 2022

나는 지방대생이다

Episode 1. 연작처당

Episode 1.   연작처당(燕雀處當)    



<00신문>

                                                               

지방대학 교육혁신, 여유 부릴 시간 없다 


                                                                          2022년 0월 00일 


저출산은 우리 삶의 많은 모습을 바꾸고 있다. 정치, 경제, 산업, 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기관도 예외일 수 없다. 학령인구감소로 입학자원이 감소하며 한때 잘나가던(?) 대학들도 위기에 처했다고 아우성이다. 지방대학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지방 대다수 대학들의 모집 경쟁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실질경쟁률이 1대 1도 안 되는 대학의 학과, 전공들이 허다하다.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 지방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위안 삼을 때가 아니다.     


사실 지방대학들 그동안 운이 좋았다. 가만히 있어도 해마다 들어오는 입학자원이 넘쳐났다. 기업으로 치면 물건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팔렸다는 소리다.잘 만들든 못 만들든, 잘 가르치든 못 가르치든 고객이 줄을 이었다.

   

호(好)시절 다보내고 나니 학령인구가 감소했다고 야단법석이지만, 따지고 보면 입학자원 감소는 이미 예견된 문제였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수십 년 간의 대학 내부 무사안일이 위기를 방치했고, 내부 쇄신을 게을리한 결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지방대학 경쟁력 약화, 갈수록 심화되는 지방, 지역인재 유출, 지방 고교수험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주원인이라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란 점이다.중도탈락학생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기업으로 치면 내부 실망고객 속출이다.    


입학 후 중도탈락,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대학 무용론 속에서 지방대학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 학생들의 이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논어 자로편‘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라는 구절이 나온다.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오는 법이다. 이미 지방대학에 들어온 학생들마저 실망해 떠나가는 판에 신입생,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한 대학발전 전략은 언감생심이다.    


지방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향을 떠나는 지방청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입학만 하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대학들은 현실을 곡해하고 지방 학부모와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다.   

 

대학 4년,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의 실질적 성장은 이뤄지고 있는가. 학생, 제자들의 제대로 된 사회진출, 졸업 후 일자리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대학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 나무의 종말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변화의 기회와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그동안 혁신, 특성화, 교육선진화, 프라임, ACE, 역량강화 등 수많은 정부지원 교육사업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다. 대학의 본질적 변화, 총체적 교육 질 개선, 제대로 된 교육혁신은 정작 뒷전이었다.    


앞으로 지방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지방청년들의 역외 탈출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다. 교육, 산업, 기업, 경제 등 지방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


대학위기가 현실로 닥친 2022년.이제 지방대학은 존재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지역교육계는 물론 지역민, 지역언론이 관심을 가져주는 바로 지금이 지방대학 경쟁력을 회복할 원년이 돼야 한다. 차일피일 하다 또 한 번 골든타임 놓쳐선 안 된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중략>............    

                                                          

 남00 기자




전공 서적이나 수험서가 아닌 책을 보는 것 ..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이다. 대학 입학 후 아마 처음인 듯하다. 대학에 가면 공부 말고 보고 싶은 책, 마음껏 읽어 봐야지 했었는데.. 책 한권 보지 못했다.     


하는 일 없이 그저 바쁘게만 보낸 것 같다. 사실 바쁘다는 것도...핑계였다. 엄마가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건모 아저씨’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저 대학이 주는 입시의 해방감(?), 그 정도 수준을 즐기기에 바빴던 것 같다.

   

책, 첫 장을 넘기며 나도 어엿한 지성인, 독서 좀 하는 대학생이라는 생각에 뿌듯하다. 그런데 왠...연작처당? 신문기사? 첫 장의 제목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 책 표지는 알록달록하더니... 사자성어 공격까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덮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작가소개라도 읽어 보기로 했다.  

   

<....13년차 현직 지방대학 교직원이 쓴 '성장하는 지방대생은 따로 있다'. '학생성장에 진심', '지방대생 진로 취업 지도에 진심입니다'를 말하고 있는 저자 ....>    


흠... 취업도 해야 하고 저자가 말하는 진심이 뭔지 궁금하기도 하기도 하고 왠지 지방대생인 나에게 맞는 것 같아서.. 일단 조금 더 책을 살펴보기로 했다. 내친김에 연작처당의 뜻도 찾아본다. 역시 난 마음이 넓은 大학생, 독하게 읽는 독서인이다.  



  

『*연작처당 : 제비와 참새가 둥지를 튼 안전한 곳을 말한다. 어느날 집에 큰 불이나서 마룻대와 추녀를 태우려고 하는데도 새들은 그저 둥지에 가만히 머물러 있기만 한다. 큰 불이 자신과 둥지를 태울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둥지도 타고, 자신도, 새끼도 불에 휩싸이고 만다. 처마 밑 둥지에서 추녀 타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현재의 안락함에 젖어 미래를 대비하지 않은 자의 어리석음을 비유한다.』

 

저자는 몇 천 년 전 중국 역사 속, 위나라가 ‘어쩌고 저쩌고.,,’, 진나라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조정 대신들을 비판하기 위해 '연작처당'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말한다. 이어 현재의 대학교육, 지방대학이 '연작처당'에 빠져 있음을 위 00신문 기사와 함께 열렬히 설명하고 있다.    


아 ‘연작처당’이 이런 뜻이었구나. 뜻을 알수록 오묘한 맛이 있네. 내일 친구에게 알려줘야겠다. '열매 맺지 못하는 대학‘,‘이제 지방대학은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입학만 하면 취업이 보장’된다는 대학들...' 이란 글귀가 자꾸 머리를 때린다. 

   

 대학 입학 후 별반 달라진 바 없는 생활들, ‘취업? 뭐~대충하면 되지’.. 안일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연작처당....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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