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텐션 #연애콘텐츠 #로맨스 #몽글몽글 이야기 #고민상담 #사연신청
제목 : 약 말고 연애, 남들 사랑이야기
나는 기본적으로 텐션이 낮은 사람이다. 기분이 들뜨면 실수할까 불안하고, 기분이 올라갈 때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 애쓴다. 겉으로는 감정 기복이 없어 보이지만, 속에서는 끊임없이 혼잣말이 흘러나와 정신이 분주하다. 외부 자극에 민감한 나는, 그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하지만 자극이 강하게 들어오면 감당하지 못하고 재가 되어버린다. 이런 순간을 ‘감정 번아웃’이라 부를 수 있겠다. 대부분의 자극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며, 관계는 결국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그래서 나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텐션이 낮은 사람으로 자리잡는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최소화하려 애쓰다 보니 기본적으로 텐션이 낮아진 것이다.
약을 먹기 시작하기 직전, 내 텐션은 이미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원래 조용한 톤이었지만, 어느새 암흑 같은 어둠으로 변해 있었다.약을 먹는다고 해서 에너지가 솟구치진 않았다. 내 원래 낮은 텐션보다 더 높아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약은 불안과 긴장, 공포 같은 감정에 무뎌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어찌 보면 내 안을 헤집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셈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해 보였지만, 나 역시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살고 싶었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잘 누리는 것 같아 부러운 순간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오디오클립 ‘임경선의 개인주의 인생상담’에 사연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길게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고, 간단히 고민을 남겨도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 사연이 뽑힐 거라는 기대 반, 텐션 없는 내 글이 뽑히지 않을 거라는 단념 반으로 보낸 글에 답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시간 오디오로 송출됐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핵심은 이랬다.
“텐션이 낮은 게 나쁜 건 아니에요. 그걸 왜 굳이 고쳐야 하죠? 그래도 텐션을 높이고 싶다면 [연애 콘텐츠]를 보세요. 몽글몽글한 감정이 텐션을 올려줄 거예요.”
오호, 평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답변이라 좋았다. 무엇보다 내 사연이 뽑혔다는 생각에 이미 텐션이 올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억지로 올리는 텐션이 아니라, 부드럽게 텐션을 높이는 방법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애 콘텐츠라면 정말 다양했다. 웹툰, 드라마, 짧은 영상, 영화, 소설까지 무궁무진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따라 해보았다.
모든 연애 콘텐츠가 내 감정선을 울리진 않았지만, 내 마음을 건드리는 창작물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장면이나 주인공들이 몽글몽글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나도 함께 두근거렸고, 내 표정도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남의 사랑 이야기에 내가 설렘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소중했다. 무겁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었다.
나는 여전히 낮은 텐션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게 싫었던 적도 있었다. 낮은 텐션에 세상의 풍파가 닥치면 한없이 우울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때때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며 나만의 속도로 텐션을 올린다. 나는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마음속에 굴을 파지 않고 기분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 하나를 찾았다. 누군가에겐 스릴러나 공포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연애물이 딱 맞았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인류애가 뚝뚝 떨어질 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이야기, 사랑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로맨스 장면은 ‘사랑’이 결국 나를 구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게 해준다.
단약을 하는 과정에서 준비물이라면 '남의 사랑이야기' 다. 약 대신 로맨스. 나의 텐션을 높이는 이야기. 사랑 이야기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