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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단약 선언, 리액션 3종 세트
내가 단약을 시작한다고 선언하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한 번 당황했고, 단약에 대한 입장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랐다..
한 상사는 말했다.
“그 좋은 정신과 약을 왜 끊어? 계속 먹어도 괜찮아. 나는 말이야, 그 약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 진작에 먹기 시작할 걸, 후회했던 적도 많다니까.”
한 어른은 또 이렇게 말했다.
“그 약은 뇌를 망치는 약이야. 서서히 뇌를 통제하는 거라고. 안 먹을 수 있으면 안 먹는 게 좋지. 이제 목표는 천천히 약을 끊는 거야.” 거라고. 안 먹을 수 있으면 안 먹는 게 좋지. 우리 목표는 이제 약을 서서히 끊는 거야.“
가족은 말했다.
“그냥 안 먹으면 되지. 의지로 버티면 되지.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
첫 번째는 보수파다. 무리해서 단약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대부분은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거나 여전히 약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의 정신과 치료를 지지하고 응원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약의 도움을 받는다는 공감대 덕분에 처음에는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상상했던 것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가까이에 많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고, 정신과에 다니는 일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는 위로도 얻었다.
하지만 함께 단약을 시도하자는 말은 선뜻 꺼낼 수 없었다.
두 번째는 강경파다. 온전한 삶을 위해서라면 약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약을 먹었겠어.”
그녀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단약을 결심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했고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덧붙여 한 번에 약을 모두 끊으면 몸이 망가질 수 있으니 조금씩, 천천히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강경파는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약을 복용하게 된 나의 지난 이력과 그 힘듦, 슬픔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해준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믿었고, 나를 응원해주는 그녀의 말을 믿었다.
세 번째는 무감각파다. “약 안 먹으면 그만이지.” 단약을 그렇게까지 굳건하게 다짐할 일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다.
사실 나도 단약의 어려움을 몰랐던 만큼, 그들도 모르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이들에게는 단약 과정에서 겪는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할 수 있다.
단약 시도만 보고 내가 이미 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은 줄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약을 선언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보수파에게는 보여주고 싶었다. 약을 끊을 수 있다는 걸, 그래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무감각파에게는 알려주고 싶었다.
약을 끊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단약은 간단한 결심으로 끝나는 게 아니며, 그 과정 역시 약을 복용하기 시작할 때처럼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큰 부담이 따른다는 걸 말이다.
실제로 단약 과정에서 나는 급격한 기분 변화를 겪었고, 어지러움과 싸워야 했으며, 매스꺼움에도 시달렸다. 때로는 온몸에 열감이 올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리며 힘들어했다.
일상을 버티기 위해 시작한 약 복용이었지만, 다시 내 일상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단약을 결심한 나는 응원과 지지가 필요했다. 화려한 응원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저 내가 힘든 싸움을 시작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했다. 어쩌면 단약이 곧 치유는 아니라는 걸, 조금 더 지켜봐 달라는 조용한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단약을 선언한 뒤, 나는 내 마음과 몸에만 집중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과 잠시 거리를 두었다.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자 몇몇 가까운 사람들에게 미리 알렸다. 단약을 하는 동안 심신이 지칠 수 있으니 당분간 나를 그냥 내버려 두어 달라는 신호였다. 구조 요청이 아니라, 잠시 비행기 모드를 켜겠다는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