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약 다이어리> 열이 위로 솟구치니 잠이 안 와

#족욕기 #혈액순환 #족욕 #수면제 #단약 #한약 #잠이 보약 #우울증

by 산책이

제목: 열이 솟구치니 잠이 안와


내가 처음 복용한 약은 수면제였다. 시끄러운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충분한 수면이 필요했지만, 현실은 자는 시간보다 뒤척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침대에 눕기만 하면 금세 잠드는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나는 이렇게 밤마다 불면과 싸우고 있는데, 남편은 아무 걱정 없이 숙면을 취하는 게 부러웠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당신이라도 잘 자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 둘 다 잠을 못 잤다면 가정의 생활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숙면을 취해야 밥도 제때 챙겨 먹고, 집안일도 할 힘이 생긴다. 무엇보다 남편이 푹 자고 나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 예민한 내 감정도 너그러이 받아줄 수 있었기에 그 점은 지금까지도 고맙게 느낀다.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었다. 아무리 마음이 시끄러워도 ‘어차피 나는 곧 잠들 수 있다’는 믿을 구석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면제는 나의 마지막 히든카드였다.

하지만 그 약을 끊는 일은 쉽지 않았다. 2년 동안 매일 수면제에 의지해 잠들었기에, 그만큼 불안함도 더 컸다.

그래서 수면제를 본격적으로 줄이기 전에 먼저 한의원을 찾았다. 옛말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잠을 못 자니 대신 보약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면증 때문에 왔다고 말씀드리자, 선생님은 내 몸 상태를 이곳저곳 살펴보시고 생활습관도 꼼꼼히 물어보셨다. 마지막으로 진맥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몸의 열기가 위로 치솟고 있어서 잠들기 힘든 거예요.”

다시 말해, 머리가 뜨거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라는 설명이었다.

선생님은 몸속 열기를 내려야 한다며 족욕을 추천해 주셨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 위로 치솟는 에너지를 하체에 붙잡을 수 있다고 했다. 뜨거운 기운을 아래로 가라앉히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말은 쉽다 해도 족욕은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매일 따뜻한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다시 그 물을 버리는 과정을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활기 없는 내가 그 일을 하려면 또 다른 힘을 짜내야 했다.

그래도 평생 약에 의존하며 살 수 없기에, 나는 족욕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족욕기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기능을 살피는 일조차 버거웠다. 나는 우울이 만든 ‘핑거 프린세스’였으니까.

그래서 검색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족욕기 추천’으로 검색해 신중히 글 하나만 보고 족욕기를 구매했다. 살겠다는 마음으로 그 힘을 내어 바로 결제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사겠어?’ 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운이 좋았다. ‘10개 넘는 족욕기를 사서 써본 결과, 이게 최고’라는 블로그 주인장의 글에서 신뢰가 느껴졌다. 이동이 편하도록 바퀴가 달려 있었고, 물 빠짐도 쉬웠으며 마사지 기능까지 있었다.

하얗고 예쁜 족욕기를 보고 바로 구매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게 얼마인데’ 하는 생각에 배송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마사지 받는 것도 아까워했는데, 이번엔 스스로에게 주는 호사라 생각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하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내 몸속 열기가 발바닥을 통해 빠져나간다고 상상하니, 믿거나 말거나 에너지가 순환하는 느낌이었다.

족욕하는 시간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되어, 나는 매일 빠짐없이 그 시간을 가졌다.


물론 족욕기에 발을 담갔다고 해서 바로 수면제 복용을 멈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약의 용량을 줄일 용기는 얻었다. 처음엔 매일 발을 담갔지만, 족욕기와의 허니문이 지나고 나서는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두 번으로 횟수를 조절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건 한꺼번에 몰아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하는 것이다. 어찌 됐든, 수면제 단약을 위해 내 몸속 위로 솟구치는 열을 아래로 아래로 내리는 연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keyword
월, 수, 토, 일 연재
이전 06화<나의 단약 다이어리> 다른 대안들이 살아 숨 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