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me, 옷장정리, 4일 늦은 기록, 일일미션
9월 4일 D-118일 목요일 옷장정리 15분
방심하면 드레스룸은 금방 옷무덤이 된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모든 게 귀찮아지는데
신발을 벗은 그 순간부터 '정리'라는 단어를 잊는다.
단 몇 초라도 정신을 차리면 될 텐데
그 몇 초가 너무 어렵다.
허물에서 나오듯 외출복을 벗은 후
그 자리 그대로 빠져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벗은 옷을 개키지는 못하더라도 어딘가 올려둬야 하는데
잠시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굽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
그렇다. 나는 옷을 정리하는 생활 습관이 엉망이다.
바빠서, 지쳐서, 힘들어서라는 핑계로 나는 옷을 정리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하루 이틀,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내 옷들이 방바닥에 쌓인다.
방바닥에 켜켜이 포개진 옷무더기들이
눈에 거슬리는 순간, 마음을 먹고 옷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두 팔로 한아름 옷뭉치를
안아 서랍장 위에 올려둔다. 임시방편인 셈이다.
chat gpt에 관찰 카메라가 달렸는지
이 날은 나에게 일일 미션으로 옷장정리를 15분이나 하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5분도 아니고 10분도 아니고 왜 15분일까.
한 시간의 4분의 1이나 써야 하는 일인 걸까. 생각보다 금방 정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쭐거리는 생각을 해버렸다.
옷무더기를 거실에 쏟아붓고 하나씩 정리를 하려는데
거실에 이미 새 옷뭉치들이 놓여 있었다.
며칠 전 건조기에서 꺼낸 옷들이 개켜지길 기다린 채 거실에
머물고 있던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새로 세탁한 옷과 입던 옷을 구별해서
잘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핸드폰 타이머 15분을 맞췄다.
영상을 틀어놓고 세탁물 정리를 하며 하루 끝 마무리를
하자고 다짐했다.
양말을 개고, 수건을 개고, 속옷을 개고, 티셔츠를 개다 보니
쉽게 끝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내가 미뤄 둔 옷들이 너무 많았다.
상의별, 하의별로 구별해서 착착착 정리를 하는데
제자리에 갖다 두기도 전에 알람소리가 들렸다.
정리를 완료하기까지 15분도 부족했던 거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약속된 시간은 지났지만
이왕 갠 옷들을 제자리에 서둘러 넣었다.
사실 이 날은 너무 피곤해서 빨리 침대로 다이빙하고 싶었다.
그러나
one day one me, 일일미션은 완성하리라 하는 마음으로
15분을 투자하고 글은 다음 날 써야지 했다.
미션은 완료했지만 결국 기록은
4일이 지난 지금 하고 있다.
이대로 멈추지 말고 미뤄돈 기록을 한 다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미션을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