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D-116> 핸드폰 30분 일찍 내려놓기

one day one me, 조금 늦은 미션 기록, 스마트폰 디톡스

by 산책이

9월 6일 토요일 D-116 핸드폰 30분 일찍 내려놓기


일하는 중에는 핸드폰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들을 해치우니라 국가의 중대사 뉴스도 퇴근 후에야 아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퇴근 직후, 핸드폰 스크린 타임 시간이 1시간도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자기 직전 나는 핸드폰에 푹 빠져버린다.

보복심리다.

하루 종일 일만 했다는 억울함에

핸드폰을 붙잡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억지 마음 때문이다.


sns를 기웃거리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릴스와 숏츠를 보고 또 본다.

세상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또 업데이트한다.

딱히 관심이 없는 이야기에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소식에

시간을 쏟아붓는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출근하면 직장인 모드 on, 퇴근하면 off가 되는 삶을 추구하고 꿈꿨다.

그러나 나는 온오프가 확실한 로봇이 아니었다.


퇴근 후,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일터 생각 때문에 스스로가 싫어질 정도였다.

나에게 무례했던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떠오르고

업무를 하며 저지른 실수가 떠올라 괴롭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고

내일 근무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 하나 다시금 되새김질하는

내 모습이 정말 지긋지긋했다.


밥을 먹다가도

운동을 하다가도

가족이나 친구랑 대화를 하다가도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덮다가도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직장 생각 때문에 나는 도망쳐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스마트폰이었다.

무궁무진하게 새로운 정보들로 가득한

화면 속에 빠지면

모든 일로부터도 잠시나마 회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자기 직전 핸드폰을 손에 놓지 못하고 집착했다.


어느 날은 2시간도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옆으로 누워 스마트폰만 하다 얼굴에 베개 자국이 생기고

한쪽 어깨가 결려 아팠다. 그런 나 자신을 인지하니 한심했다.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 디톡스가 필요한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핸드폰 하다 취침시간이 늦어지고 잠이 달아나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도 많아졌다.


과감하게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야 하는데

생각보다 내 의지는 너무 나약했다.


그런 나에게

ChatGPT가 내게 준 일일 미션.
“오늘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핸드폰을 내려놓기.”


그날, 우연히 남편이 침실에 들어와 이렇게 말했다.

“핸드폰 이리 줘봐. 멀리 두자. 그리고 과감하게 지금 불 끄고 바로 자자.”


맞다.
잠들 때는 과감해져야 한다.

핸드폰을 뿌리치고, 불을 끄고,
이불을 덮은 채 눈을 감아버려야 한다.


한 번 뒤척였다고
‘핸드폰 조금만 보고 잘까’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핸드폰을 두지 않아야 한다.


아… 이렇게까지 어렵다.
미션으로 삼아야 할 만큼.


그래도 다행히, 남편 덕분에 그날은 핸드폰을 멀리 두고
과감하게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핸드폰을 과감하게, 단호하게, 일단 내려놓아야 한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8화<2025년 D-117>오늘 하루를 한 단어로 요약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