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연작소설 #골치 아픈 선착순 #에세이느낌의 소설
"다했다!"
"끝"
"내가 1등"
선착순이 문제다.
맨 앞줄을 차지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아이.
과제를 제일 먼저 해냈으니 인정받고 싶은 아이.
혹여나 선생님과 친구들이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모를까 싶어 온갖 말로 티 내는 아이들
의외로 이런 친구들은 교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1, 2학년에서.
저학년 교실이 아닌데 우리 반에서 자꾸 이 소리들이 들린다.
합리적 의심이 간다.
성장단계에 맞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배려와 양보를 통해 스스로 욕구를 조절하게 된다.
1학년때 수업시간에 계속 돌아다니던 친구도
복도에서 해맑게 웃으며 화장실로 뜀박질을 하던 아이도
보드게임을 하다 지기만 하면 판을 뒤엎던 아이도
10살 정도가 넘어가면 어느 정도 어른스러운 성숙함이 느껴진다.
"네가 먼저 해"
"기다려 줄게"
"멋지다!"
돌아다니고 싶고, 뛰고 싶고, 이기고만 싶은 그 욕구가 사라진 게 절대 아니다.
욕구가 없어진 게 아니라 그동안 충분히 인정받고 지지받아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다.
1등으로 했어도 조용히 책을 읽으며 다른 아이들을 기다려주거나
서랍에서 연습장을 꺼내 그림을 그리는 일처럼 자신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
그러나 나의 미션. 나의 그 아이는
아직도 1등에 집착한 나머지 선착순이라는 생각이 들면 우다다다다 뛰어간다.
슬로 모션으로 재생할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수많은 아이들의 어깨를 뚫고, 비장한 표정으로
오직 하나의 목적지를 향한 집념으로
몸을 불사르는 열정. 강렬한 아기 불꽃같다.
만약 1등을 놓치면?
1등 앞에 서면 된다.
1등 옆에 서면 된다.
1등 앞 선생님을 앞지르면 된다.
1등이 될 수 없다면 어떤 것도 아예 안 할 거라고 교사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학습 포기를 일삼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다한 친구부터 선착순으로 줄 서서 이동할게요.
라는 교사의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곱씹어 본다.
맨 앞줄을 차지하기 위해 그 아이는 몇 명의 어깨를 치고 왔을까.
얼마나 대충 손을 씻고 종종걸음 그 이상으로 뛰어왔을까.
글자는 알아보게 과제를 썼을까? 색칠하기의 빈틈은 얼마나 많을까.
선생님도 내 차지여야 한다. 선착순 1등으로 선생님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쌤!
바로 다가와주지 않으면
쌤! 쌤! 쌤! 독창이 거세진다.
다른 아이들의 모든 소리를 뚫고 귀에 박히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고막을 뚫고 내 신경망 안에서 울려 퍼진다.
나보다 빠른 친구가 있으면, 나보다 앞선 친구가 있으면 참을 수 없는 그 아이의 버튼을 누르는 말
'선착순' 난 그 말을 지우기로 했다.
선착순 그게 문제다.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선착순부터 가르쳐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