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연작소설 #예민함이 달라 #에세이느낌의 소설 #나도 예민해
"왜 안 먹어?"
"배 안 고파?"
"맛이 없어?"
배꼽시계는 돌아가는데
숟가락과 젓가락은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왜 안 먹느냐고, 더 먹으라고 말할 수 없다.
편식하지 말라고, 한 입만 더 먹어보라고 권하는 게 사실은 무섭다.
눈을 마주치며, 힘주어 말했다가
선생님이 억지로 먹이려고 했다, 밥 먹을 때 선생님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선생님이 무섭다고 한다, 집에선 안 그러는데 도대체 학교에서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하며
없던 책임까지, 없던 일까지 의심받는 민원이 들어올까 봐 겁나기 때문이다.
올해 옆반선생님도, 작년에 동학년이었던 선생님도,
몇 년 만에 만난 선생님도 더 이상 급식지도를 하지 않는다.
괜히 관심을 가지고 한 마디 했다가 된통 당한 일이 사무치듯 잊히지 않는 거다.
나라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겁보 교사, 쫄보 교사가 돼버렸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이라
흰 밥 3 숟갈만 먹는 아이를 그냥 눈 감고 넘어가지를 못한다.
그냥 눈 감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나 자신이 나도 참 어렵다.
지도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나의 미션 그 아이는 언제나 흰 밥만 먹는다.
가-끔 디저트로 나오는 간식은 한 입 베어 물지만 반찬은 손도 안 되는 게
그냥 편식이라 보기엔 안타까웠다. 저거 먹고 힘이 날려나.
뜻밖에도 나의 미션 그 아이는 친절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새우튀김은 느끼해요. 튀김 껍질이 까끌거려 마음에 안 들어요.
생선구이도 그래요.
매운 건 못 먹어요. 식감이 불편해요. 싫어해요.
혀에 닿는 느낌이 싫어요.
와- 각양각색의 이유로 먹지 못하는 재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 넌 뭐 먹어? 알레르기가 있니?"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급식을 먹었다. 내가 한 입 먹을 때, 그 아이는 5마디를 내뱉었다.
내가 당장 뭘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물어봤다. 그래도 한 입 먹어보라고 말하는 게 차마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그렇구나, 근데 걱정된다. 배고플 것 같아서.."
그러는 사이 굳이,
아이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곳을 통과하는 1m 반경의 다른 아이가 눈에 보인다.
아! 하며 한 손으로 어깨를 부여잡고 인상을 쓴 채 왜 넌 날 치고도 미안하다 사과를 하지 않는냐며
화를 내고 있다.
아.. 내 앞에 아이는 미각이 예민하고 저 아이는 촉각이 예민하다.
모두 다양하게 예민함이 다르다.
나도, 섬세하게 예민한데
그 섬세함은 다른 아이들의 각기 다른 예민함을 발견하는데 쓰고 있다.
모두 예민함이 다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각각의 예민함을 잘 감싸줘야 한다.
근데 어디까지 감싸줄 수 있을까?
예민함을,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 갈 수 있는 쿨함으로 조금은 바꿔줄 수 있을까?
적어도, 흰 밥 위에 다른 반찬 하나 올려먹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사람이 많은 곳을 뚫지 않고 돌아가거나, 부딪혀도 쿨하게 지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그건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일까?
오늘도 밥을 먹는데,
분명 꼭꼭 씹어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삼키고 있는데
밥알들이 알알이 살아 식도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