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연작소설#갈등해결 #에세이적소설 #손톱갈등 #공룡발톱
아이들이 집에 잘 가져가는 게 있다.
친구와의 갈등을 집에 가져간다.
서운함, 속상함, 화남을 집에 가져가 버린다.
제발 가져가지 말라고, 뜯어말려도
집까지 바리바리 싸가지 말고,
여기 내 앞에 풀어보라고 설득해도
자꾸 집에 가져간다.
제발 집에 들고 가지 마.
내가 도와줄게.
내가 여기서 해결해 줄 수 있어.
내가 노력할게.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꽁꽁 묶은 보따리를 풀고
함께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여기, 학교 안 선생님 앞에서 보따리를 풀면
가장 빠르게, 어떻게 보면 최고의 효율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해도 풀고
친구의 이유도 들으며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익힌다.
갈등을 스스로 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갈등을 가져간 아이는
부모님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
주양육자가 들은 이야기는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상상할 수 없는 그날 교실의 온도와 습도, 교실의 모습들.
어른들보다 더 복잡하고 다단한 아이들의 관계
아이의 입에서 나온 감정과 사실의 뒤섞임 속에서
주양육자는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먼저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담임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분도 있지만
아이와 함께 해결방법을 생각해 보고, 같이 연습해 보는 분도 있다.
그래도 부모 마음은, 심장은 쿵쾅쿵쾅.
내 아이 어찌 될까, 내 아이 소외될까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불량불안을 가져가게 할 수 없어 오늘도 아이들에게
'제발 갖고 가지마'를 외치는 나.
갈등이 없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그리고 갈등을 대신 해결해 주는 사회 역시 건강하지 않다.
갈등을 숨기는 사회가 오히려 더 무서운 게 아닐까?
갈등은 잘못된 게 아니다.
공동체생활에서 갈등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며
그것은 더 좋은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도덕성 발달을 한창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대신 갈등을 해결해 주려는 주양육자의 불안이
결국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해칠 때가 많아 걱정이다.
주양육자가 불량불안에 시달리면 결국 아이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지고 전염된다.
아이들의 오해와 갈등이 손톱크기에서 공룡발톱까지 가는 걸 지켜봤던 나는
오늘도 말한다.
제발 집에 들고 가지마. 여기 나랑 이야기하자.
손톱크기의 갈등도 공룡발톱처럼 생각하며
아이들끼리 건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사가 여기 있다.
혼내는 게 아니라, 갈등상황에서
대신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연습시켜 주는 자가 여기 있나니.
다그치는 게 아니라, 옳고 그른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자가 여기 있나니.
감정이 잘못됐다고 혼내는 게 아니라, 부정적 감정은 자연스럽게 올라올 수 있으나,
그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알려주는 자가 여기 있나니
제발
그러니 얘들아.
집에 제발 들고 가지마.
집에 들고 가서 갈등을 공룡발톱으로 만들어오지 마렴.
공룡발톱은 선생님도 너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