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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Oct 23. 2024

<너는 내 미션>9. 않아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

#교실이야기#연작소설#다정한 것도 힘들어 #에세이적소설 #안 되는 것들

수업시간엔 돌아다니지 않아요.

교실에서 뛰지 않아요.

복도에서 달리기를 하지 않아요.

급식실에서 소리 지르면 안 돼요.

친구를 때리면 안 돼요.

친구에게 욕하지 마세요.

선생님에게 고함치지 마세요.

선생님에게 물건을 던지지 마세요.



않아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




안 되는 게 더 많은 학교.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을 더 먼저 배우는 공동체 생활.

모두의 안전을 위해, 모두의 학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않아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부터 해야 하는 나도 속이 쓰리다.


수업시간엔 앉아 있어요.

교실에서 걸어 다녀요.

복도에서 사뿐사뿐.

급식실에서 조용히 해요.

친구를 존중해요.

친구에게 바르고 고운 말을 써요.

선생님에게 예의 바르게.

선생님에게 존중을 표현해 주세요.


부정어를 긍정어로 바꿔서 말할 수 있다.

말하고 있다.

말하는 중이다.

말해야 한다.


선생님이

첫 번째 말해요. 두 번째 말해요. 세 번째로 말해요.

예쁜 말로 이야기해도 충분히 알아듣죠?


뛰는 아이들에 겐 -  다칠까 걱정돼요

소리 지르는 아이들에겐 -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 있어요

욕하고 때리는 아이에겐 -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요.

핸드폰을 자꾸 꺼내려는 아이에겐 - 수업 끝나고 핸드폰을 할 수 있어요.



그 말에,

왜요? 왜 안 돼요? 왜요?라고 무한 반복 대답하는 내 미션 아이와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긍정어를 무한반복 쓰다 보니 입에서 단 내가 난다.

부정어는 한 번만 말해도 되지만

긍정어는 자세히, 차근차근, 설명하며, 다정하게 말해야 해서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때로는 힘주어 말해야 한다.

소리 지른 게 아니고, 눈을 무섭게 뜬 것도 아니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힘. 주. 어. 강조해야 한다.


부정어를 안 쓰면 카리스마 없는 사람.

부정어를 쓰면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뭘 해도 나쁜 시선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아주 소수의 부정어를 남발하는 사람들로 인해 나까지 같은 종류의 인간으로 분류될 때는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긍정어를 무한반복 쓴다.



우리 이제 인정합시다.

사실, 공동체 생활에서는 안 되는 게 더 많다고요.

모두의 안전을 위해, 모두의 학습을 위해


본능대로 움직이고, 소리 내고, 감정을 표현했다간

갈등만 커지고

낙인만 찍히고

질서가 사라져

안전한 교실이 없어지니까요.


그러니 제발.

안 되는 게 많다고 먼저 알려주세요.

공동체 생활에선 안되는 걸 먼저 배울 수밖에 없다는 걸 알려주세요.


나는 계속

예쁘게 바르게 다정하게

말할 거예요.

말하고 싶어요.

말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왜요? 왜 안 돼요? 왜요?라고 무한 반복 대답하는 내 미션 아이도 이제는 알아요.

'나'를 지키기 위해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하여. 그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머리는 아는데, 마음으로도 알겠는데

순간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말을 내뱉고 행동을 저지르고 나면

그 아이도 상처를 받아요.


그런데도, 우리 아이가 느려요. 더 지켜봐 주세요.

하는 건, 아이를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드는 거예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걸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다정하게 여러 번,

마음대로 안 되는 그 아이의 마음을

여러 번 알아봐 주는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면


나머지 아이들의 시선과,

그 아이들의 뒤에 서 있는 다른 학부모의 눈살에

아이도 작아지고,

나도 작아져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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