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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Oct 24. 2024

<너는 내 미션>10. 너를 믿는 선생님을 믿어보렴.

#교실이야기#연작소설#존재의사랑 #에세이적소설 #너를믿는선생님

처음 만난 날, 그리고 헤어지는 날 

아이들에게 꼭 말해주는 말이 있어요.


다른 이유는 없어.

너희가 나한테 왔잖아.

우리가 같은 반으로 만났잖아.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선생님은 너희들을 사랑해.


믿거나 말거나

저는 아이들에게 '존재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조건부 사랑 말고 

유보된 사랑 말고

보상적 사랑 말고


그냥 존재의 사랑을 말이에요.


학교에 온 것 자체만으로도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이제껏 해온 일들이 많지 않나요? 


가끔은 존재 자체로 예쁨 받는 기억이 있어야, 아이들도 자신 있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생각보다 존재 자체의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없는 친구들도 많답니다. 


매년 만나고 헤어지지만, 매년 뭉클하면서도 시원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모양과 색깔이 다른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학급의 분위기에 매일을 살았던 저도

아이들이 떠나간 뒤, 휑한 책상과 의자만 남으면 헛헛할 때가 있어요.


몇 해전, 아이들에게 이별의 편지로 줬던 응원의 시를 남겨요. 


선생님이 보내는 응원의 시 

                                        

아, 바보 같으니라고

아, 멍청이 같으니라고! 

그럴 줄 알았어 

못할 줄 알았어 

그 문제 틀릴 줄 알았어


아휴 

난 왜 이 모양이야

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싶어


그만! 

으으으으으만!

너를 혼내면 안 돼

그럼 더 말을 안 들을 테니까 


너를 겁주면 안 돼

그럼 더 숨어버리고 싶어 지니까 


너를 탓하면 안 돼

그럼 진짜로 모든 게 다 네 탓이 돼버릴 테니까 


어떻게 다 잘 해낼 수 있겠어 

실수할 수도 있지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


내가 진짜로 해낼 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봐. 


거봐.

넌 이미 날아오르고 있는 중이야.

넌 이미 잘 해내고 있는 중이야. 


응원한다

너를 믿는 선생님을 한 번 믿어보렴.


잘 지내렴. 



더 쓰고 싶은 <너는 내 미션 > 시리즈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 네가 좋아하는 그 공룡 

- 예의 바른 무관심 

- 나도 힌트가 필요해 

- 그거, 배신 아니야!

- 행복 부진아

- 고요한 집중 

...

..

.


그래서 브런치북 시리즈로 방향을 다시 잡아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쓴 10개에 플러스, 더하기를 하며 <너는 내 미션>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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