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연작소설#거짓말 #에세이적소설 #존재의 사랑이 중요한 이유
거짓말은 나빠요.
거짓말은 솔직하지 못한 거예요.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일이에요.
거짓말 잘하는 친구랑 놀지 말랬어요.
거짓말하며 혼난다고 했어요.
거짓말을 하면 나쁜 어린이래요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진 않아요.
가족들한테도 배우고, 학교에서도 배우고, 책에서도 배우고
스스로도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서..
넌 왜 거짓말쟁이가 돼버린 거니.
왜 네가 한 말과 행동은 쏙 빼고 말하니?
그것도 거짓말이야.
너는 마치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안 한 것처럼.
친구가 너한테 한 말과 행동만 말하는 건 거짓말이야.
친구가 혼났으면 하는 그 마음만 들고 온 거잖아.
그런데, 아이의 눈망울은 너무나 선했다. 마치 사람들이 귀여워하는 고양이의 눈망울 같았다.
그래서 자주 속았다.
설마설마하며
아이들 사이의 갈등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결론은 도돌이표 거짓말들에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받고 상처받고 아이들 손에 놀아나 버렸다.
더 끔찍한 건
아이들의 건강한 갈등해결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받았던 민원들의 총합이다.
위압감을 줬다,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했다, 아이가 압박감을 받았다, 복도에서 이야기했다,
연구실로 데려가서 개별로 위협을 가했다, 방과 후 학원시간이 늦었는데 선생님이랑 말하다 늦었다, 쉬는 시간에 놀아야 하는데 선생님이랑 상담하다 못 놀았다 등등
수많은 이유들로 '거짓말 밝히기'는 실패로 끝났고, 나는 눈물로 얼룩진 퇴근길을 맞이했다.
순식간에 무능한 교사가 돼버렸던 그날들은 이제 흐릿해졌지만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다.
그래도 그 상처로 내가 알게 된 사실, 그리고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내가 한 말과 행동만 쏙 빼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이다.
우리는 속으면 안 된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눈망울은 사실
고양이가 공격하기 직전에 짓는 표정이란다.
그 눈망울 뒤에 숨어 있는 차마 말하지 못한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
그럼 왜 그렇게 순수한 얼굴로 거짓말을 할까?
아마, 자기가 사랑하는 가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차마 말을 못 하는 걸 수 있다.
학교에는 가족 대신 선생님이 있다. 모든 게 낯설고 친구관계도 힘들고 어렵다.
믿을 건 저 선생님 같은데.. 그 선생님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거다.
그 두려움에 용기 내서 차마 말하지 못한 아이들의 잘못을 알아내는 건 상당히 어렵다.
단순히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솔직하게 용기 내어 아이들이 진실을 말 할 수 있게 하는 건 정말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존재의 사랑을 잔뜩 줘야 한다.
너 자체로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알아야,
아이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감당할 준비가 된다.
그래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상호작용의 오류로
사회적 영양실조가 돼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