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운동요가/다시요가

by 봄날의 북극

전정신경염 이후 모든 운동을 쉰 것은 아니고 가벼운 걷기 운동과 웨이트를 대신해서 맨 몸 위주의 운동을 했다. 몸 안에 따듯한 온기가 날 정도로 가벼운 운동들이었다.

아프기 이전에는 워밍업을 위한 운동 정도가 지금은 본 운동이 된 그런 운동들로 컨디션 조절 중이었다.

워밍업정도의 운동이라고는 했지만 그마저도 사실 버거웠다.

버겁다는 사실이 어이없기도 했다.


난 체질적으로 상당히 둔감한 편이었다.

흔히 약빨이라고 말하는 약 효과도 둔감한 편이고 카페인에 대한 반응도 더디고, 고카페인 정도가 들어와야 약간의 각성이 될 정도였었다.

날씨 감각도 남들이 춥다고 하는 날에도 과장을 조금 더 보태 "따뜻한 것이 봄날이 올 것 같네"혼잣말을 하곤 했으니 내 감각 기관은 참 둔한 편이었다.

그래서 어제까지 따뜻했던 날이 하루아침에 쨍한 겨울 날씨로 돌변하는 환절기에 사람들의 옷이 반팔에서 두터운 패딩으로 하루 만에 바뀌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하루 정도 추워졌을 뿐인데 어제까지 덥다덥다 하더니 오늘은 아이 추워추워 하며 패딩의 자크를 목까지 잠그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해하지 못했다.


호들갑 떤다고 속으로 생각하곤 했었다.

그러나 전정신경염 이후에 그러한 것들이 호들갑이 아니구나 절실한 거였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의 감각들은 즉각적이다.

조금만 추워져도 견딜 수 없어 오들오들 거리며 두꺼운 패딩을 찾고 카페인에 대한 반응도 거의 즉각적으로 신체 반응을 보인다.

조금만 무거운 무게를 들어도 힘들고, 조금만 아파도 아픔이 즉각적으로 아야 소리를 낼 것 만 같은 반응이다.

호들갑 떠단고 속으로 빈정 거렸던 많은 사람들에게 속죄한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나가고 나니 자율신경이 안정을 되찾는 것인지 이제는 모든 감각들이 차분해지는 게 느껴진다.

무거운 걸 들어도 예전처럼 힘들지 않고 걷는 대신 조금씩 달려봐도 숨이 차지 않는다. 그 예전처럼 오래 멀리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무리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조절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오늘 요가를 하러 간다

2달 만이라 원래도 뻣뻣한 몸이 얼마나 굳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절하며 운동 가능한 것이 요가의 장점이니까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작고 아담한 교실은 그대로다 도구의 배치가 조금씩 바뀌어 있고 오가는 사람들 중 낮선이 가 늘긴 했지만 지도 선생님도 그대로다.

늘 앉는 자리에 매트를 깔고 나의 루틴들을 예전처럼 한다.

비틀기를 하는 동안 창 밖으로 보이던 풍경들도 그대로다. 마침 해지는 저녁 노을이 차츰차츰 붉게 물들어 가는 것도 반갑다. 교회 지붕위 십자가도 그대로다.

루틴을 끝내고 시작 1-2분전 무릎을 꿇고 숨을 가다듬는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가 식도를 거쳐 허파로 그리고 복부로 한 바퀴 순환해서 다시 코로 뱉어낸다.

감각을 최대한 인지하고 느끼려고 애쓴다.

아프기전의 내 몸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요가를 위한 준비는 끝났다.

곧 구령이 시작될 것이다.

반가운 인사말도 그리웠던 모양이다.

한 결 같은 지도 강사의 구령에 맞춰 나의 요가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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