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잠들지 못 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밤에도 도무지 식지 않는 열기 때문에 밖으로 부터 들어오는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문을 닫는다.
열기를 막았지만 이미 실내에 가득한 후덥함은 갈 곳 없이 방안에 고여서 농도를 더해 간다.
선풍기로도 밀어 낼 수 없는 짙은 후덥함에 결국에는 에어컨을 돌리고 만다.
차라락 에어컨의 송풍구가 개방되면서 시원한 바람이 열기를 착착 밀어내고 옅은 신음 소리 같은 웅웅 거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문을 닫으면서 차단 된 밖의 소음 대신 에어컨의 기계음이 대신 하는 이 밤은 무더운 여름이 아직도 한 참이고
잠들지 못 할 밤이 몇일일지 생각하게 된다.
한 여름에 들려오던 매미 소리는 정겨운 맴맴맴~ 대신 윙~ 거리는 고주파음을 쏟아 내는 기계소리 처럼 변해 버렸고 무더위에 지쳐 골목에 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하던 옛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골목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자리를 차지 한채 한 밤의 매미처럼 울어 대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장막 처럼 내렸는데도 장막 뒤에 뜨거운 태양이 느껴지는 것 같은 어둠.
그 소리없는 어둠을 바라본다.
제법 짙은 어둠인데도 밤 깊은 정적 대신 어둠속을 휘젓고 있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이 밤.
밖으로 부터 열기를 차단한 덕분에 외부의 소리도 단절 된 이 밤인데 어둠속을 휘젓고 있는 그거은 무엇일까?
고요한 방안에 기계음이 휘젓고 있는 어둠의 저편에는 기계음 말고 알지 못할 무언가가 이 밤을 휘젓고 어둠의 뒤편에서 소리없이 흘러가는 이 밤.
잠들지 못할 긴 밤
까무룩 잠이 들것 같던 노곤함이 찾아 왔을때
불현 듯 깨달아진 무엇가로 눈을 떴다.
그렇지만 깨달았다 생각한 무언 가는 어둠속을 휘젓고 있는 무언가가 솜씨좋은 째빠름으로 어둠속으로 쓰윽 가져가 버려 사라진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깨달음과 함께 잠도 달아나 버렸다
에어컨은 착실하게 후덥한 공기를 끝까지 밀어내버렸는지 이제는 더 이상 갑갑한 열기는 없다.
습습한 공기도 바삭하게 매말라서 피부에 닿는 공기는 사그락 거리는 쾌적함이다.
그럼에도 잠들지 못 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밤.
머리속에 잔상 처럼 남아있는 깨달음.
손에 잡히지도 않는
머리속에서 형상화 되지 않는 무엇.
생각하려 할 수록 수렁처럼 빠져드는 늪.
바삭한 공기가 오히려 답답해지는 순간.
긴 여름밤이 끝날 것 같지 않은 긴긴 시간으로 어둠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 밤에
나는 무엇을 깨달았더라 말인가.
잠들지 못 할 오늘이 몇일있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