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날 잘 할 수 있을까?
모든게 나른하고 지루한 일상이다.
뻣뻣한 인생다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비가와서 젖어 있는 땅 위에서 수증기가 올라와 습습한 공기 탓에 햇살 마저 눅눅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공기중에 습도가 몸에 척 감기는 것이 이른 아침인데도 더위는 벌써 시작 되어 있었다.
이런 날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던지고 느긋하게 수영장 몇 바퀴를 돌고 나면 개운한 맛이 제법 기분이 좋다.
물론 수영장을 나서는 순간 벌써 땀이 스믈스믈 올라와 축 쳐지고 말았지만.
1층 프런트를 지나 GX룸을 거쳐 주차장으로 가는 길
문득 아 오늘이 요가 첫 날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린다.
고단한 하루가 끝나고 녹초가 되어 버린 몸을 시원한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한다면
몸안의 차고차곡 쌓여 있는 피로감이 개운해 질 것 같은 기대감도 든다.
민망함은 잠시 일 거다.
움츠러드는 마음을 다 잡고 일 하러 간다.
수업 시작 5분전에 교실로 들어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매트 한 장씩 깔고 앉아 있다.
각자 몸을 풀고 있는 사람도 있고
편안하게 누워 있는 사람도 있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표정의 멍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화는 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할까
가능하면 뒤로 가야지 민망한 나를
웃음거리가 되지 않고 잘 숨어서 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둘러보면서 가장 뒷 줄에 어색한 매트 한 자락을 펴고 어색한 동작으로 앉는다.
시작전 5분이 제법 길다.
지나가면 봐왔던 풍경처럼 쫄쫄이와 브라탑에 면티를 받쳐 입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다행히 남자 회원도 나말고 두명이 더 있었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낮선 곳에 잘 못 들어선 구경꾼 들처럼 어설프고 경계인 같다.
그러고 보니 맨 앞에 우리와 마주보고 앉아서 눈을 내리깔고 있는 사람이 이 수업의 강사인 듯 하다.
강사는 회원들의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는 듯 하기도 하고 관찰하는 듯 하기도 하지만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곧 수업이 시작 되는지 그녀 아니 강사가 일어난다.
"자 다들 구르기 시작합니다. "
강사의 말에 다들 일사 분란하게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작은 매트위에서 오뚜기처럼 도로록 뒤로 말려갔다가 앞으로 돌아오는 구르기를 시작한다.
나도 그들을 흉내내며 구르기를 시작한다.
단순한 구르기 인데도 나의 몸은 자꾸만 매트 밖으로 나갈려고 한다.
강사는 그런 나를 본 것인지 아님 전체 수강생들에게 말하는 것인지 몸의 균형을 바라보며 매트 밖으로 나가지 않고 똑바로 구르기를 요구한다.
뻣뻣한 몸은 구르기에도 잼병인 것인가
이제 시작인데 뭔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못 한 느낌은 뭘까?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게 이것만이 아니지
인생도 삐닥하게 굴곡지는 마당에
이 좁은 매트위에 앞뒤로 구르는 것도 쉽지 않다.
민망함에 눈을 감고 있다가는 매트위를 벗어나 옆 자리로 침범 할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구르기만으로 살짝 몸안에 긴장이 풀리고 전신에 피가 도는 느낌이다.
구르기가 끝나고 서서하는 동작들이 시작되는데 도무지 낮선 용어와 어색한 자세들로 정신이 없다
강사의 말끝마다 이어지는 아사나 그리고 아사나 가끔 들리던 반다 그리고 또 아사나 끝없는 아사나의
흐름속에 한 시간이 훌쩍 끝났다.
긴 스트레칭이라고 생각했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어찌 흘러갔는지 모르게 끝나 있었지만
몸에는 땀이 살짝 베이있다.
스트레칭 만으로도 땀이 나는 것인가?
수업전 제일 걱정이었던 민망함은 수업을 따라가느라
주위를 둘러 볼 틈이 없어 그런 생각을 할 틈 조차 없었다
익숙하지 않아서였게 거니 생각한다.
첫 날 이지만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것은 수업이 그렇다는 거고
나의 몸은 상당히 나쁘다.
도무지 제대로 된 동작 하나를 따라 갈 수가 없었다.
나의 몸이 내 의지와 내 명령에 불복하는 순간 순간의 연속이었다.
요가는 단순한 스트레칭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가에 사용 되는 용어 부터 알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