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입니다.
노동절이기도 한 날입니다.
회사에 가지 않아서 느린 아침을 시작한 탓인지 하루의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흐릅니다.
그러다가 비가 왔지요.
그래서 비 오는 날입니다.
늦은 아침을 시작하는 날이라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다 느릿, 일어나서는 방에 창을 열고 밖의 공기를 방으로 들이고, 아직 비 냄새가 없던 오늘의 아침에 신발을 빨았습니다.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비 냄새가 없던 아침 시간이라 솔솔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신발 잘 마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에 다다라서 자동차 트렁크에 있는 러닝화를 가져와서 빨았습니다.
하얀 러닝화의 고무 부분이, 하얗던 것이 흙먼지가 묻어 누렇게 변했고, 신발코에는 어디서 묻은 것인 지 알 수 없는 얼룩으로 시커멓습니다.
무척 마음에 든 이번 러닝화가 참 좋습니다.
적당한 쿠션과 발에 꼭 맞는 피팅감도 좋고 달리기에 참 좋습니다.
그래서 자주 세척 합니다.
오래 신고 싶어서,
오래 달리고 싶어서.
빨래 비누에 솔을 박박 문질러 비누를 묻히고 오염된 고무 부분과 코 부분을 살살살, 꼼꼼히 문지르고 문지릅니다.
오래된 오염인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때들을 시간을 들여서 꼼꼼하게 문지르다 보니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그즈음에 번개가 번쩍.
잠시 후 천둥소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립니다.
창문을 열어둔 화장실 작은 창으로 빗소리와 비냄새가 스며듭니다.
하얗게 변해가는 신발과 비누 냄새가 가득한 화장실에 비가 스며듭니다.
그래요. 비가 오네요
깨끗이 씻겨져 가는 신발은 이제 마무리 단계인데.
그래요. 비가 오네요.
신발을 빨기 전에는 생각도 못한 비였지만 어쩌겠습니까. 비가 제 허락받고 내리는 것도 아니고.
늦은 아침을 시작하던 아침에 무슨 생각에 늦은 부지런을 떨었는지.
세차하면 비가 오고, 빨래하면 비가 오는 게 1차 방정식 마냥 정확합니다.
그래도 말갛게 씻겨진 신발을 보니 기분은 좋습니다.
금방 마르진 않겠지요.
그렇다고 영영 마르지 않지는 않겠지요.
늦은 아침은 갔고.
늦은 점심을 먹고.
대법원의 어이없는 판결도 보고.
세탁실 건조대 위에 신발을 널어 둡니다.
비가 내리는 노동절날 오후.
말갛게 씻겨진 신발이 마르면 저는 달리러 갈 겁니다.
비는 잠시고, 그것도 이미 곧 끝나가는 비라는 것을 지금 저는 강렬하게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