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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pr 13. 2022

노름과 놀음

동전이 가득 든 깡통을 들고 슬러트머신( Slot Machine) 사이를 익숙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노인들은 미국 카지노 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은퇴한 노인들이 걷는 운동도 되고 사람들이 우려하는 노름도 아니니 정신건강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공짜로 제공되는 술이나 커피 한잔 마시며 하루를 즐기다 돌아가는 그런 여유 있는 미국 노인네들의 표정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한해 4천만 명 정도가 찾는다는 라스베이거스를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그곳은 갬블보다는 볼 것과 즐길거리가 많은 관광과 휴양의 도시였고 가까운 거리에 그랜드캐년이나 후버댐 등이 있어 여행하다 들릴 수도 있는 친근한 도시였다. 웨렌비티가 주연한 벅시라는 영화를 보면 그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의 도시로 만들기 시작한 초창기라 했으니 불모의 사막지대에 기적을 만들어낸 대역사(大役事 )였다는 생각과 함께  오래전에 봤던 영화지만 인상 깊게 본 잘된 영화라 기억된다. 하여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라스베이거스 지만 연간 수입은 마카오의 절반도 안된다니 이해가 가질않았다.그걸 보면 마카오가 관광과 호캉스 하기좋은곳이라며 많은 홍보를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 비하면 정말 별볼것이 없는데도 그런 수입을 올린다는것은 그야말로 찐 도박의 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여행을 하다 보니 구름 위의 라스베이거스라는 말레이시아 겐팅 하일랜드부터 동남아 지역 카지노 여러 곳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도박의 성격이 짙은 도시의 카지노들은 그분 위기 자체가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아 흥미로운 느낌이 없었고 또한 내가 아는 거라고는 오직 슬러트 머신뿐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전에 화면에서만 보았던 몬테카를로의 우아한 도박장 같은 그런 곳을 상상했었는데 내가 봤던 몇 군데 카지노는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고 범죄의 온상 같은 그런 음침한 장소 같아 보였다. 우리에게도 옛날부터 내려오는 많은 노름의 종류와 방법들은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왔다 하니 가히 놀랄만하며 골패부터 마작. 포커. 화투 등은 늘 우리 생활 속에 묻어 다녀 사건 사고도 많이 만든 장본인인데도 지금 까지 이어져 내려오니 그 생명력 이 대단히 끈질기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그런 큰 규모의 카지노들 하고는 비교 자체가 안 되겠지만  우리나라도 강원도 정선에 강원랜드라는 카지노가 있긴 있는데 그야말로 도박 중독자들의 집합소 같은 곳이라 생각했다. 이곳에서 도박에 중독돼 전재산을 날리고 자살한 사람들도 지금까지 20여 명에 가깝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관심밖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폐광촌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이미 그곳은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 해가는 놀음이 아닌 노름의 도시로 전락해버린 느낌이었다. 도쿄 어느 동네 빠찡고 가 개앞에 아침부터 줄 서서 문 열기를 기다리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의 일부 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던 빠찡고 기계에서 쇠구슬이 와글와글 쏟아져 나오는 거나 슬러트머신에서 잭팟이 터졌을 때 번쩍이는 불빛과 소리에 부러워하는 주위의 시선들을 받는 그 순간의 쾌감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에 매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수백 년 전부터 노름에 대한 얘기는  많이 전해져 내려왔는데 대부분 패가망신 한 얘기부터 도박을 끊으려 손을 자르니 발가락으로 하더란 얘기까지 들었지만 이젠 경마. 경륜에 온라인 도박까지 그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 해졌다는 걸 매스컴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하여간 도박중독 치료 센터 간판까지 보이는 걸 보면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인데 우리도 호주처럼 동네 마다 미니 카지노가 있어 퇴근 후 맥주 한병들고 들어가 잠시 gambling 이아닌 game으로 즐길 줄 아는 생활속의 그런 장소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고스톱만 할 줄 아는 내가 노름의 세계를 이해 하기는 어렵겠지만 강원도 오지에 가두리 양식장 같은 카지노를 차려놓고  어려운 서민들을 상대로 수익을 내는 정부나 지자체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의 스트레스 해소나 오락으로 즐겨야 할 카지노나 경마장 같은 곳이 오히려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이런 상황을 정부는 지켜만 보고 있으니 이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며 성매매나 도박 등 모든 문제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결해야 할 정부의 책임이 크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옛말에 " 뜻대로 성취된 곳에 두 번 가지 말고 만족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했듯이 한두 번 재미 봤다고 자꾸 들락 거리다 보면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름꾼이 돼버리는 것이니 금분세수(金盆洗手)라했듯이 자신의 굳건한 의지만이 그수렁에서 벗어날수 있을것이다. 언젠가 경로당 할머니들의 화투놀이가 노름인지 놀음인지를 말하던 어느 패널의 유치한 얘기는 초등학생들의 판단에 맡기는게 옳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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