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明卵) 젓의 고향

취 경 전

by 구일권

1950년대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만 되면 춘천 서면 외갓집에 머물며 가끔 시내에 사시는 큰 이모님 댁에 놀러 가곤 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다락에 올라가면 꿀. 곶감. 명란. 귤. 계란 등 명절이나 때맞춰 들어온 선물들로 늘 가득했기에 몰래 맛을 보고 내려온적이 몇번 있었는데 결국 사촌누나들에게 꼬리가 잡혀 요주의 인물로 찍혀 출입 정지당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물건들은 당시 고위 공무원으로 계셨던 이모부에게 온 선물들 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나에게 최고인 식품은 당연 명란이었다. 높이 30cm 정도의 나무통에 명란을 차곡차곡 쟁여 놓았는데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소금으로만 간한 게 타라코이고 고추 등 기타 조미료를 첨가한 게 멘타이코라고 일본에서 불리는데 그게 아마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멘타이코(明太子)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나는 저염(低鹽) 타라코를 좋아해 일본 갔다가 올 때면 늘 잊지 않고 사들고 왔었고 일본 공항 어디서나 파는 명란은 후쿠오카의 특산품이라고 해서 명란은 일본이 원조(元祖)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명란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조선 노동자들에게 임금 대신 주는 생선 부속물로 한국인들이 그것을 젓갈로 담가 먹는 걸 본 일본 상인 이 그 맛에 반해 일본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 일본 명란이 만들어진 초기였으며 정식으로 명란을 수출한 곳은 부산이 원조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가끔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가자미식해가 그리울 때면 속초중앙시장 단골집에 부탁해 택배로 받는데 그때 명란젓 파지도 같이 부탁해서 파스타나 계란말이 그리고 두부와 무 그리고 명란만 넣고 끓인 찌개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었고 좀 비싼 온명란은 입맛 없을 때 더운밥에 날계란 노른자위와 함께 비벼 먹는 것이 나에겐 최고의 음식 중 하나이며 옛날의 그 명란젓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어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눈 덮인 추운 겨울날 진부령 산등성이에서 바라본 명태 덕장, 동해를 휘젓고 다니던 명태들이 우리에게 명란이나 창난젓 등 내장 말고도 껍질 까지 모든 걸 아낌없이 남겨주려고 저 혹한의 추위를 견디며 눈 덮인 덕장에 매달려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하늘 위로 띄어 보냈다. 장기간의 팬데믹으로 몸과 마음 모든 게 지쳐가는 요즈음 식욕도 전과 같지 않기에 명란에 참기름 바르고 쪽파와 함께 밥을 먹다가 사돈댁에 이번 추석선물로 명란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주문했는데 맛있게 드시고 바깥사돈의 건강도 빨리 쾌차하시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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