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행기 타기 전에 항공사 사이트에서 미리 자기가 원하는 좌석을 잡을 수도 있지만 오래전에는 일찌감치 공항에 나가 카운터 앞쪽에 서서 기다려야만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내 차례가 오면 항공사 직원에게 난늘 통로 쪽 자리를 부탁합니다라고 했고 해외에서는 I'd like an aisle seat, please라고 서둘러 말하곤 했다. 두 시간 정도 날아가는 거리라면 상관없겠지만 장시간 날아가는 일정인데 창가 쪽이나 가운데 끼이는 자리에 앉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공황장애의 증상이 어떤 건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하여간 답답하고 몸이 조여드는 그런 기분이었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피곤함은 그 두배 이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통로 쪽 좌석을 잡기 위해 항공사 좌석 사이트가 열리는 시간이면 한밤중이라도 대기했다 원하는 좌석을 잡아야만 긴장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통로 쪽 좌석을 원하는 이유는 첫째 내 몸이 plump 해서 이고 두 번째는 화장실 갈 때나 가끔 스트레칭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옆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식사나 음료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끔은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장관(壯觀)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때 아쉬움도 크긴 하지만 그래도 난 몸이 편한 쪽을 택했다. 하여간 좌석을 배정받기 전에 나는 항공사 여직원에게 저 날씬한 사람 옆에 앉게 해 주세요 라구 아양을 떨기도 했는데 실제로 비행기에 올라 내 자리에 가면 내 옆에 날씬한 여성이 앉아 있던지 아니면 내 옆자리가 비워있는 경우도 많았다. 가끔 내 옆에 나보다 뚱뚱한 사람이 복어처럼 몸을 부풀리고 앉아 있을 때는 나는 몸을 구겨 넣는 기분으로 앉아 있다가 이륙 후 빈자리가 보이면 얼른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래서 비행기가 오랜 시간을 날아갈 때면 그때마다 나는 앞으로돈 많이 벌어 적어도 비즈니스 클래스는 타고 다니겠다는 결심과 함께 다이어트 그 두 가지를 늘 생각했지만 둘 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앞으로 비즈니스 좌석이 아니면 여행을 안 다닐 거라고 당차게 말하는 마누라의 소원대로 됐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오래전 처음 여행 다닐 때 비행기 좌석이 없으면 서서라도 가겠다던 그 초심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늙은 몸과 오기만이 안쓰럽게 남은 듯하다. 가끔 기내에서 우는 아이 엄마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볼 때면 내손 주들도 저렇게 다녔을 텐데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며 언젠가 보았던 유럽 입양아들의 슬픈 눈망울이 다시 떠오른다. 비행기의 좁은 공간 안에서 별의 별일들이 다 일어나겠지만 구름 위로 날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참 마음 편해지는 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