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경전
한밤중이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소리에 잠이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한 채 나는 어둠속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살면서 몇번쯤은 이해할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길을 걸어왔는지 설명되지 않는 시간들. 내 삶도 그랬다.
엇박자로 꼬여버린 시간들, 풀어보려 애썼지만 끝내 풀리지 않던 매듭들.
하지만 그 모든것들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는것을.
기타나 첼로의 음률(音律)은 항상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이지만 ,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전주에서 들리는 거칠고 강렬한 그런 트럼펫 소리인 것 같다.
그 소리는 힘든 시간을 감추며 침묵 속에서 지낸 나를 위로해주는 외침이었고,나는 아직도,그소리를 따라 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들었던 Paul Anka의 You are my destiny 란 노래 속의 destiny(운명)는 늘 내 곁을 맴도는 단어 중 하나였다.
사는 동안 엇박자로 꼬인 인생의 매듭을 풀어 보려고 전전긍긍했지만 이것 또한 나의 팔자이고 운명 이란 생각에 나의 빈 가슴을 또 한 번 비워내 본다.
사는 동안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끝 마무리를 잘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마누라에게 남발한 많은 각서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그것을 볼모로 내사 후(死後)에 나를 부관참시(剖棺斬屍) 라도 할 것 같은 마누라의 눈초리가 매섭다.
어찌 됐던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작은 소원만 들어주신다면 짧게 살아도 후회 없다고 하늘에 계신 모든 분께 간곡한 호소를 드렸다.
하지만 그게 나의 운명인듯 그냥 팔자대로 살라는 게 하늘의 뜻인 것 같았다.
초라한 내 눈빛이 점점 생기를 잃어 가는 게 느껴진다.
한밤중 개 짖는 소리에 잠마저 날려버리고 멍하니 앉아있는 내게,
영혼을 달래듯 연인처럼 다가오는 Chris Botti의 나지막한 트럼펫 소리 ,
그 위에 우울한 마음을 실어 밤하늘 허공 속으로 날려 보내고 싶은 나의 마음,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만든다.
어릴 적 삼각산 승가사(僧伽寺)에서 만난 동자승인 여자아이의, 그미소가 그리워 다른 운명의 길을 다시 걷고 싶어 졌다.
具 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