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일권 Feb 07. 2023

다방(茶房)

고래가 사는 세상

다방이라 불리우던곳이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 약 을지어 바치던 부서(部署) 였다고 하는데 한때 번성 했던 우리의 다방 이젠 그 이름마저도 사라지는 듯 잘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일본에서 킷사텐(喫茶店)이라고 하는 다방은 그런대로 변두리 지역에서 가끔 볼수 있었는데  요즘엔 다시 늘어 나는 추세라고 하니 남의 동네 얘기지만 조금은 부럽다. 어두운 조명에 담배연기 가득하고 옛날 가수들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다방에서 단아하게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마담이 웃으며 반기던 곳이 우리의 옛날 다방 모습인데 서울의 다방은 거의 사라지고 몇 군데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래전에 보았던 전라도 지방의 다방은 서예나 동양화 전시관 같은 그런 레트로 감성이 남아 있는 우아한 곳이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을지 궁금해진다. 진짜 멋쟁이들이 들락거리던 명동에도 수많은 다방들이 존재했었는데 특히 명동 진고개 근처에서 다방을 운영하던 가수 신카나리아 씨의 노란 한복을 입은 모습과 명동 심지 다방이란 곳에서 해병대 군복을 입고 폼 잡던  가수 윤항기가 떠올려진다. 그런 옛 기억들이 멀어져 가는 요즈음  카페에서 노트북을 앞에 놓고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그런 풍경이 나에겐 조금 낯설어 내가 쉴 공간은 아닌 듯했다. 나 때는 그래도 디쉐네 나 바로크 같은 음악감상실이 있어 죽치기 좋은 곳이 많았는데 라는 아쉬운 기억 속에 오래전 음악감상실 초창기 DJ로 활동했던 최동욱 씨의 목소리를 LA 한인방송에서 들을 수 있어 너무 반가웠고 잠시 그리운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인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나는 나에게 맞는 커피맛을 찾아 지금도 기웃거리고 있다. 아직 강릉 커피 거리는 못 가봤지만 사진에서 본 일본 커피점의 방앗간 같은 모양의 카페들이 그곳에도 여러 군데 있는 듯 보였다. 일본에서 다방 간판을 보면서도 그곳  분위기를 느끼며  차 한잔 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게 조금은 아쉬워 언제 일본에 가면 꼭 한번  그분 위기에 젖어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다방에서 도라지 위스키 한잔 시켜놓고 폼 잡던 동네 한량의 모습이 눈에 떠오르며 한때 구하기 힘들었던 청자 담배 한 갑 챙겨주며 배시시 웃던 귀여운 미스 리의 얼굴이 떠오를 것만 같은 날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친숙했던 모습으로 남아 있던 다방을 서소문 배재학교 근처와 북창동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땅들의 쉼터 인 낙원동이나 인사동 근처에는 아직도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cafe 보다는 다방이 그리운 요즈음 산다는 게 누구나 고단하고 피곤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 때고 생각이 자유로울 수 있고 몸과 마음이 널부러 질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찾아 떠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오빠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