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작은 그릇에 너무 많은걸 담으려 욕심부리다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을 어쩌다 볼 수 있었는데 겸손함을 알았더라면 욕심을 멈출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쓰러운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몇몇이 있었다. 들고 있는 술잔까지 떨면서 과거 잘 나가던 얘기를 하는 그의 모습은 초라해 보일뿐 실패한 이유를 무용담처럼 얘기해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거나 다름없는 게 아닌가! 전에 H대에 근무하던 교수 한분이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어떤 소송에 휘말려 미리 떠날 준비를 한 거 같았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다음 해인가 LA에서 친구와 함께 그분을 만나게 되어 골프도 하고 술도 한잔 했는데 좋은 동네에서 여유롭게 사는 듯 보였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만났을 때 내게 자기 회사에 투자할 사람을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갑자기 무슨 일인가 했는데 후에 그와 잘 어울리던 친구를 통해 들어 보니 그간 여러 번 사기를 당해 지금은 형편이 매우 어려운 처지라 들었다. 소문에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미 많은 돈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하여간 그렇게 나를 만난 뒤 얼마 후 갑작스레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친구로부터 들었다. 참 즐겁게 살 줄 아는 분이었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그를 짓누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사회 물정을 잘 모르는 공무원 같은 사람들이 퇴직 후 사업한다고 나섰다 쪽박 찼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어봤을 텐데도 그런 걸 보면 개미지옥 같은 세상 인가보다.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 (空不異色) 같은 게 우리네 인생인데 더 많은 것을 탐하려는 사람들에게 알래스카 상공에서 바라보는 빙하조각들과 눈 덮인 마터호른의 장엄한 자태 그리고 이과수 폭포의 웅장한 물줄기를 보여준다면 인간들의 미미한 존재를 새삼 느끼게 되어 저절로 겸손 해졌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패딩에서 빠져나온 깃털처럼 인생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세월을 떠다니고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은 인생 베픈것은 흘려보내고 받은 것은 돌에 새기라는 어느 일본 스님의 말씀을 귀에 담아 두었다. 전에 일본 문예춘추라는 잡지에서 보면 나이 들어 병원을 들락거리는 것은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거라며 병원에 갈수록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고 했는데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매일 약을 한 움큼씩 털어 넣는 나는 언제든 떠날 준비는 되어있다. 요지경 같은 이 세상 안 좋은 건 보지도 듣지도 말고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일이 참 힘들었나 보다. 친구들과 마시려고 홍콩서 들고 온 수정방은 코로나 때문에 두해나 책상 아래 잠들어 있고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혼술에 절어가는 일상이다. 고장 난 시계처럼 잠시 세월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 속에 오래전 끊어버린 담배연기가 아롱아롱 떠오르는 건 많은 것을 버리지 못한 미련들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