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FreeRun2025
최근에 10km 마라톤을 마쳤다.
여름에 군대 동기 인스타 스토리에서 2025 Go Free Run 대회에 접수한 것을 보았다.
나는 어릴 적 중학교에서 행사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다 같이 10km 마라톤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준비 과정에서 체육 시간에 맨날 달리기만 시키고 3km, 9km를 시키는 게 너무 힘들었었다.
당시 살도 찌고 공부만 하던 시기라 더욱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었다.
자발적이지 않다보니 준비도 소홀히 했고 결과 역시 1시간 6분, 간신히 최악은 면했다.
그래서 나도 신청을 한 뒤 같이 뛰자고 그 동기에게 말했다.
훈련소에서도 친했고 내가 아픈 상태였는데 고민 상담도 잘 해줘서 고마웠던 사이여서 부담 없이 같이 가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나는 살찐 상태였다.(175cm / 90kg)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 가면서 10kg를 감량해서 75kg를 유지했었는데,
대학에 와서 데이트를 하다 보니 다시 체중이 늘었다.
그래서 살을 빼려고 대회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그래야 동기부여도 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으니까.
8월말부터 혼자 한강 주변 산책로를 뛰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내내 아침에 걷기는 했지만 2달동안 2~3kg 밖에 감량을 못했다. 닭가슴살과 샐러드도 먹었지만 그렇게 식단을 조절하지도 않았고, 걷기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달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내가 뛰는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분위기에 동조해서일까. 어느 새 유행을 따라 뛰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1.5km를 왕복해서 3km씩 뛰었다. 그마저도 오래된 운동화를 신고 한 번에 1km 이상을 숨이 차서 못 뛰었다. 살이 찌니까 불편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대학교에서도 일체형 책상에 앉을 때 살이 접혀서 배가 너무 불편했었다. 옛날에 맞던 옷도 터지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었냐고 물어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의 답답함을 나는 이미 여러 번 겪어봤고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 고비만 넘기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기에 버텼다.
그렇게 일주일에 6번 이상을 뛰다보니 3km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왕복 거리를 2.5km 로 늘렸다. 총 5km.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쉬지 않고 2km까지는 6분 페이스로 뛸 수 있었다. 중간에 한 번 쉬어주고 다시 오는 길에 달렸던 것 같다. 시간이 또 지나 85kg쯤 됐을 무렵에는 숨은 잘 안차도 근육통이 조금씩 왔다. 무릎이 특히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조금 살살 뛰면서 준비운동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식사 대신 프로틴을 마시고 밤에 배고파서 잠이 안 올 정도로 식이조절을 했다. 그렇게 83, 81, 80.78... 점점 숫자는 줄어갔고 몸은 더 이상 출렁이지 않고 근육이 잡혀갔다. 추가로 러닝용 새 옷과 신발도 구매하니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선순환이 되면서 나는 오히려 더욱 즐겁게 달렸다. 러닝을 술에 비유한 말이 있는데, 술도 마시다 보면 주량이 늘듯이, 러닝도 꾸준히 하면 거리가 늘었다. 그렇게 3년만에 체중의 앞자리수가 7이 되었다. 그러니까 방심을 하게 되어서 그동안 참았던 배달음식을 조금 먹다보니 8로 왔다갔다 하긴 했지만 현재는 77kg를 잘 유지 중에 있다.
2개월 반 정도 되는 기간동안 나는 최대 91kg까지 찍어봤고 14kg를 감량하여 현재 77kg이다. 거울로 몸을 보는 일이 이제 뿌듯함을 주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나는 근육을 키우고자 헬스장을 등록하기로 했다. 이 얘기는 추후에 할 예정이다.
대회에 대해 다시 말해보자면 그래도 현실적인 목표로 1시간 이내에 완주하고 싶었었다. 시속 10km로 60분동안 달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렇지만 1시간이 넘어가면 직관적으로 숫자의 앞자리에 1이 하나 더 생기고, 5분대 페이스면 성인 남성치고 할만한 기록이기에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대회 당일에는 생각보다 떨렸다. 모종의 이유로 잠도 설치고, 달리는 도중에 음식물로 인해 복통이 있으면 안되기에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출발했다.
하프부터 먼저 출발하고 10km, 그 다음 5km가 출발했다. 하프는 파란색, 10km는 초록색, 5km는 핑크색 배번호의 색깔을 배정받았다. 하프를 하자니 너무 힘들고, 5km를 뛰자니 색깔부터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배려한 난이도 같아서 적정한 난이도의 10km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코스는 여의도공원에서 출발해서 서강대교를 왕복해 다시 돌아오면 됐다. 처음에 오버페이스만 안하면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초반에는 오히려 천천히 달리고, 3km 지점부터 조금씩 속도를 냈다. 중간중간에 있는 대회 스폰서인 쿨링존의 파워에이드는 너무 달았다. 5km 지점을 넘어서 반환점을 돌아오니 슬슬 지쳐갔다. 그렇지만 50% 이상은 절반 이상인데, 해온 것이 해야 될 일보다 많기에 군생활처럼 그동안 한게 아까워서라도 절대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뛰면서 당분간은 마라톤에 참여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8km쯤 되었을까, 다리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슬슬 들었다. 그래서 8.5km, 9km, 9.5km 지점쯤에서 30초 가량씩 3번 정도 걸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골인 지점이 보이자마자 전력질주를 했다.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최종 목적지가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서 빠르게 돌진했다. 마지막에 주춤했기에 나는 1시간을 넘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내가 본 시계에는 57분 25초가 찍혀있었다.
이후 물과 음료수, 완주 메달과 간식을 받으며 배번호에 있던 스마트칩 기록을 조회해보니 나는 56분 08초의 기록을 남겼다.(처음에 병목현상때문에 1분대에 출발을 한 것이다.) 느려졌어도 5분대 페이스를 유지했으며 마지막 1km는 4분대 페이스로 들어왔다. 힘을 비축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달성해서 너무 뿌듯했고 의미있었던 경험이었다. 주최를 서울신문에서 해주었는데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진행과 좋은 운영을 해주어서 감사했다. 끝나고는 국밥을 먹고 집에 가서 푹 쉬어주었다.
걷다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드는 순간들이 참 많다. 그 동안의 고민들을 다 떨치고 좋은 음악을 듣다보면 무엇인가 명쾌해지는 순간도 찾아온다. 러닝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고 느꼈다. 이번 마라톤에서 느낀 것처럼 뛰다 보면 끝이 안 보이기도 하고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고개를 들고 하염없이 뛰다보면 어느 순간 도달해 있을 것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나에게 누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알려준다면 나는 기분은 좋겠지만 믿지 못하고 의심할 것 같다. 그렇지만 단기간 내에 나는 성장했고 미래는 정해지지 않은 것이기에,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역시 인생은 이러할 것이다. 때가 와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이 기회를 놓친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나는 진심을 다해 꾸준히 정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