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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숲길, 비가 선물한 하루

치악산 둘레길 대신 걸은 횡성호수길

by 맛깔전종만

원주 치악산 둘레길 걷기 오래전부터 이 길을 걷고 싶었다.

치악산 둘레길은 11구간, 총 139.2km로 흙길·숲길·물길·마을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나는 매월 둘째 주 좋은 길을 찾아 걷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원주 치악산 둘레길 중 2코스인 구룡길을 걷기로 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출발하기로 했다.

현장에 가서 걷지 못하더라도 비 오는 산새만 보고 와도 된다는 것이 우리 뚜벅이들의 지론이다.

목동역 근처에서 오전 7시 반에 모여 내 차로 출발했다.

오늘은 비 예보 탓인지 인원은 적어 6명뿐이었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 보니 원주 치악산 주차장까지 약 2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가는 동안 비는 제법 내렸지만 차량이 많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내비게이션이 고속도로 대신 국도로 안내해 주어 운치 있는 풍경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안개 자욱한 산자락, 굵은 빗방울을 받아내는 팔당호를 바라보며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걸으며 느낀 감정부터 앞으로의 트레킹 계획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구룡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지만 대원들이 그냥 돌아설 기세는 아니었다.

“우산을 쓰고라도 걷자”라며 모두 비옷을 챙겨 입었다. 걷기에는 진심인 사람들이다.

가까이에 ‘세렴폭포’가 있어 거기까지만이라도 가자고 의견을 모아 걷기 시작했다.

구룡사(아홉 마리 용이 살던 연못에 절을 짓기 위해 도술 시합을 벌여 용들을 물리친 데서 유래한 이름)로 오르던 중, 국립공원 관리 직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많은 비로 인해 산 진입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치악산 둘레길 걷기를 접고 인근에서 다른 길을 찾아보니 ‘횡성호수길’이 있었다.

횡성호수 둘레길은 6구간, 총 32.5km로 구성되어 있어 전 구간을 걷기는 어렵고, ‘가족길’이라 불리는 5구간을 걷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마침 그날은 댐 건설로 사라진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망향제를 하는 날이었다.

노래하고 먹고 마시는 실향민들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내 고향이 떠올랐다.

나 또한 용담댐 건설로 고향 마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후 인근 횡성 전통시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반쯤,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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