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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도시 칭다오와 만나는 시간

칭다오를 다녀오다

by 맛깔전종만

저렴한 여행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 없이 카톡으로 “가볼 사람?” 하고 묻자 동참하겠다는 분들이 생겨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지인이 부인을 모시고 가고 싶다며 말벗이 필요하다고 했고, 아내에게 의향을 물었더니 함께 가고 싶다고 해 결국 6명이 칭다오 2박 3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아내들을 제외한 남자들은 현직 시절 노동조합을 함께하며 끈끈한 우정을 쌓은 영원한 동지들이다. 올해로 나는 3년 연속 12월에 중국을 찾았다. 장가계, 황산, 그리고 칭다오, 내년에는 자유여행으로 중국 몇몇 도시를 다녀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중국 여행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여행은 준비 기간에 설렘을 만든다. 설렘이 키우기 위해서는 여행지의 역사와 유래를 미리 살펴보고, 다녀온 분들의 유튜브나 SNS 포스팅을 참고해 맛집과 명소를 파악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끔 여행을 마친 후 “여기 놓쳤네”, “사진을 왜 안 찍었지?” 하고 아쉬울 때가 있는데, 이런 정보 탐색 과정도 여행의 설렘을 쌓아가는 일이 된다.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것이 쇼핑과 옵션이다. 그래서 최근 여행은 대부분 ‘노옵션·노쇼핑’ 상품을 이용해 왔다. 전체 일정에서 실제로 쓰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경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광고에서 보이는 저렴한 가격에 혹해 선택했다가, 과도한 옵션과 쇼핑으로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된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쇼핑이나 옵션이 많은 상품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후기에도 좋다는 글과 불만이 섞여 있었지만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여행 일정이 확정된 후 많은 일이 있었다. 한 분은 교통사고로 발가락이 골절돼 깁스를 풀어봐야 여행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었고, 또 한 분은 통풍인지 염증인지 모를 손목 부기로 여행을 포기할지 결정해야 했다. 한 분은 절었고, 한 분은 손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다행히 두 분 모두 끝내 여행에 함께했다. 하지만 여행을 주선한 나로서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1시 반쯤 출발해 다다음 날 중국에서 1시 반쯤 귀국하는 일정이라 칭다오에 머문 시간은 이틀이었다. 여행은 전반적으로 순조로웠다. 수속 과정에서 중국행 여행객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가는 과정은 그동안의 어떤 여행보다도 수월했다. 인천에서 칭다오까지 비행시간은 약 1시간 반, 공항에서 목적지까지도 버스로 30~40분 정도로 짧아 일정이 매우 효율적이었다.

첫날에는 유럽풍 분위기를 품은 팔대관 거리와 칭다오에서 가장 높다는 해천빌딩 81층 전망대에 올라 5.4 광장과 주변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SNS에서 보던 맑은 풍경과 달리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다소 흐렸지만, 새로운 장소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특히 정부청사 앞 5.4 광장과 요트경기장 주변의 야경은 압도적이었다. 이 광장은 1919년 5월 4일, 북경 학생들의 반제국주의·반봉건주의 애국운동을 기념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건너편 베이징 올림픽 요트경기장과 주변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은 내가 보아온 야경 중 최고가 아닌가 싶었다. 가이드 말로는 하루 동안 건물 불빛을 위해 우리나라 돈으로 2억 원 정도 소비된다고 한다. 자유여행이었다면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한겨울이 아니라면 인파가 많아 힘들었겠지만, 한산한 분위기 덕분에 더 여유로웠다. 그리고 최상의 물로 만든 칭다오 맥주와 양고기·삼겹살 꼬치를 먹으며 나눈 대화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나라다’ 호텔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지모고성 안에 있어, 낮 동안 인파로 붐비던 고성도 저녁에는 고즈넉하고 한적했다. 중국 특유의 풍경을 온전히 누리는 시간이었다. 아내가 참 좋아했다.

둘째 날에는 100년 역사의 칭다오맥주 박물관을 둘러보며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역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공장에서 갓 만든 신선한 생맥주를 시음했다. 젊은 여행객이 특히 많아 활기가 넘쳤다. 이어 방문한 중산로 거리와 피차이 위 앤은 1902년에 조성된 상업거리로 독특한 음식점과 ‘꼬치 거리’로 유명하지만, 겨울이라 다소 한산했다. 칭다오 천주교회, 옛 골목의 정취가 살아 있는 곳들, 그리고 칭다오의 대표적 짝퉁시장 ‘찌모루 시장’도 들렀다. 이곳은 A급·B급 등급별로 짝퉁을 판매하며 점원이 부르는 가격에서 협상을 통해 최종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가이드 없이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명월산해 간 불야성은 평소 엄청난 인파로 유명한데,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는 적당하게 사람들로 가득했다. 칭다오 청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대형 수족관에서 펼쳐진 인어공주 쇼는 이곳의 하이라이트였다.

셋째 날에는 붉은 지붕과 푸른 바다가 맞닿는 신호산, 춤과 조각품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올림픽 조각공원(세기공원)을 둘러보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고성 안의 럭셔리한 호텔과 마음껏 먹은 양꼬치 덕분에 여행상품 비용 대비 충분히 만족하였지만 두 번의 쇼핑 강매는 조금 씁쓸했다. 그래도 여러 번의 패키지여행에서 겪은 경험이 있다 보니 그런 것마저도 이제는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시간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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