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고 이름 붙여진 늘솜캘리그래피 기획전시회(2024.10.6.~13)가 종료되었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완성한 작품이 만족스럽지 못해 늘 아쉽다. 게으름으로 인하여 꼭 며칠 남기지 않고 부랴부랴 준비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고쳐지지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번 전시회에서 많은 사람은 아니더라도 친구, 옛 직장동료 등 친분이 있는 지인, 양천문화회관 주변을 오고 가는 사람들 그리고 SNS 등을 접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즐겁게 감상하고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풍성해졌다. 이번에는 2년마다 있는 회원전이 아닌 기획전이었다. 전시할 작품들을 보기 좋게 배열, 배치하고 우리만의 잔치도 벌였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우리끼리 하는 퍼포먼스는 관객을 모시고 하는 다른 어느 전시회, 그전에 했던 전시회보다 더 멋지고 풍성했다.
내가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말쯤 된 것 같다. 글씨 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늘솜 신창숙선생님과 인연이 되었고 그의 공방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캘리그래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상점 등에 붙어 있는 간판 때문이다. 캘리그래피로 쓴 간판이 예쁘기도 하지만 정감이 가는 글씨들이 많아서이다. 그리고 글씨로 그림과 같은 모양으로 보이는 창의성이 참 좋았다. 또 한 가지는 늘솜 신창숙선생님의 글씨체 때문이다. 어리바리체이다. 이 글씨체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글씨체는 아니다. 쓰인 글씨가 삐뚤삐뚤하고 엉성하게 보이지만 구조 등에서 배어 나오는 글씨에서 정을 듬뿍 느끼게 한다. 그 글씨체 때문에 배우기 시작한 캘리그래피에 빠져 이제는 매일 쓰지 않고는 안 되는 루틴이 되었다. 그 후로 매일 붓이나 붓펜을 이용하여 하루에 한 줄이라도 쓴다. 그리고 좋은 문구를 접하게 되거나 나 스스로 좋은 글이 표현되는 경우, 그리고 좋은 시에서 아름다운 문구를 만나는 경우는 지체 없이 필사를 하거나 붓펜으로 글씨를 써본다. 그리고 그 글을, 앱을 활용하여 취미로 찍는 사진에 덧 입혀서 이미지화한다. 이미지화 한 사진을 단톡방 등에 안부 인사를 하거나 답장으로 이용한다.
나는 이번이 4번째 전시회다. 첫 번째는 ‘붓끝으로 나누는 이야기’, 두 번째는 ‘함께 그린 GREEN세상’, 그리고 공모전에 수상하여 참여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우리’라는 타이틀이다. ‘붓끝으로 나누는 이야기’로 정한 이유는 손에 붓을 잡고 화선지 위에 쓰는 행위에서 집중하고 있는 시간만큼 그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붓끝과 감정이 일심동체가 된다는 의미이고 ‘함께 그린 GREEN세상’는 멸종위기의 동물을 함께 찾아보고 초록이라는 대표적인 친환경 색상 GREEN을 담아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마음을 담아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 홀로 보다는 함께 사는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를 선택했다. 늘솜 신창숙선생님 지도와 운영진의 계획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회는 어느 때보다도 풍성하였고 전시회 때마다 단골로 찾아오는 분들로부터칭찬받기에 마땅하였다. 전시된 작품들이 이제는 기존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참여한 작가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많은 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했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나는 캘리그래피 개인전을 꿈꾸고 있다. 어느 시기에 전시회를 열개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지금 계획으로는 80살 전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조금은 빨라질 수도 있다. 멋진 전시회장이 아니어도 좋다. 누가 찾아와 주지 않아도 괜찮다.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면 충분하다. 전시회 장소는 장모님이 계시는 아내의 친정집이면 좋겠다. 마당과 옥상을 활용하고 싶다. 혹시 내가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한다면 그곳도 좋겠다. 캘리그래피 작품을 만들 때 나는 시를 많이 활용한다. 시를 좋아해서다. 작품은 시에서 좋은 문구를 찾거나 전문을 쓰는 경우도 있다.
처음 전시회는 장석준의 ‘대추 한 알’과 자작시 ‘그리움’으로 표현했다.
제1회 늘솜캘리그래피 회원전
그리움/맛깔
누가 기다려 주지 않아도
누가 오라고 하지 않아도
그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
그리움입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던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던지
그를 향한 마음이 그곳이면
그리움입니다
그대 생각에 잠 못 이루고
그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면
이 또한 그를 향한 그리움입니다.
나의 그리움
너의 그림움
그리고........입니다
두 번째는 시와문화사에서 주최로 개최된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 전시회이다.
세 번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인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의 문구를 활용했다.
제2회 늘솜캘리그래피 회원전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페리
네 번째는 전시회는 나태주 시인의 '꽃'이었다.
늘솜캘리그래피 기획전시회
꽃/나태주
다시 한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번만 용서받자
그래서 봄이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입니다.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 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