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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재도 Mar 21. 2023

나는 시를 본다

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목련  



       

          

하얀 목련 꽃잎 위에 한 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어깨를 움츠리고 아직은 시린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꽃잎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바람에 흔들립니다

아이의 몸도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나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입니다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나를 바라봅니다

아이의 뺨에 눈물 자국이 있습니다

그 자국 위로 또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아이의 모습이 애처로워 내 눈에도 눈물이 어립니다

아이의 모습은 누군가를 많이 닮았습니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그 아이는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는

머언, 그 머언 기억 속 어린 날의 바로 내 모습입니다     


눈물에 어린 빛은 투명하고 

가위의 양날처럼 예리하다

그 빛의 손톱 같은 하얀 꽃잎 꽃잎들  

가위 햇살에 잘린 목련이 지고 있다     


비명은 없다               






목련 가지에 맺힌 이슬과 하얀 꽃잎은 

피어난 햇살과 더불어 곧 스러질 것이다.

투명매니큐어를 칠한 손톱 같은 

하얀 목련 꽃잎에 앉은 햇빛은 

목련의 순결을 지키기 위한 예리한 가윗날이다.

비록 그 예리한 햇빛가윗날에 잘려 

퇴색한 낙엽처럼 버려질지라도

내 어린 날의 순수를 꺼내 보고 싶었다.

그 투명하고 맑은 영혼을 눈물 어린 시선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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