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보다

타자가 편하다

by 여섯달

양 엄지로 두드리든 키보드치듯 온 손가락으로 흘러가든


그래서 나는 대충 쓰게 될지도 모르고 군더더기 붙여 늘어뜨릴지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펜으로 글자를 형상화하기에 내 가슴이 너무나 강박적이다

하루에 수십 수백번도 넘게 나는 뒤와 밑바닥을 흘끔힐끔 훔쳐 본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더 이상의 강박은 나를 돌아버리게 할 것이다


너를 안고 네 품에 안겨 잤다

꿈을 한가득 꾸었는데, 내가 꿈결에 막 나올 즈음 네가 너와 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말한다

우리가 미술 전시에 갔고 너는 구석에, 옷속으로 들어갔던가

나는 친구들을 마주쳐 즐겁게 떠들썩거렸다고 했나


나는 도무지 내 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걸 붙들어 깨어낼 여유도 없었다

다섯시에 울린 알람에 너가 깨어나 내게 알렸다

나는 다시 네 품 속에서 잠들었다

반쯤은 머릿속으로 정신을 깨어보았다

결국 사십분이나 더 잤다

마음 속으로 너에 대해 모꼬와 그 주인, 지붕에 관해 글을 끄적거리다가 안심했는지 또 잠들었나 보다.


문학이 뭘까

내 앞으로는, 여러 고위 관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논의한다

나는 또다시 뒤처진다, 사실, 나뿐만이 아닐 테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뒤처지고, 안락에 가까운 망상 속으로 머리를 박고 흙을 덮는다

어쩔 도리가 없다-라는 문구는 내 가슴에서 지워내야 한다


유토피아를 염원하는 자들에게 위험한 기질이 있다고 했다

절망과

반사회적 반골 기질이 얼마나 버무려져 있나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나


조화는 선과 맑게 넘쳐나는 분수령을 노래했다

노동자들이 행진하며 부르짖는 선동가와 달랐을까

선동가?


피로하면 지리멸렬하게 낱말을 늘어뜨리려나


나는 아직 의문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본능에서인지

조커를 종종 찾아본다, 마음을 놓고서


맑은 물방울 하나와 선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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