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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n 13. 2022

당신은, 층간소음에서, 자유한가요?(1)


“탈칵! 탈칵! 탈칵!”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걸어도 들려오는 소리에 어두운 밤중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세상에나.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상가 앞에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발톱을 깎고 있는 듯한 젊은 남자 사장님이 보인다. 고개를 숙여 발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고 손톱깎이 소리가 들렸으니 손톱을 깎는 건 아닌 것 같다.      


‘우웩!’

비위가 상해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입구로 뛰어갔다. 하필이면 아무도 없고 마침 내가 지나갈 때 저런 소리를 낼 건 뭐람.


자격증 시험공부하느라 더운 여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내게 저런 비위생적이면서도 불쾌한 소리 공격은 하면 안되는 거였다. 더군다나 최근에 만난 이상한 알바생의 여파가 가시지도 않았으니 더더욱 이러면 안되는 거였다.     


지난주 일요일.

점심을 먹고 평소보다 늦게 스터디카페를 나섰다. 언제나처럼 4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탔는데 닫히던 문이 다시 쓰윽 열렸고 내 또래인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전단지를 내밀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무턱대고 들이미는 종이에 얼마나 무서웠던지...    

  

와인 매장이 새로 오픈했다는 전단지였는데 술을 안마시는 내가 가질 필요가 없는 것 같고 억지로 눈앞에 전단지를 들이민 게 조금 괘씸하기도 해서 조심스럽게 발 밑에 내려놓았다. 원래 길에서 전단지를 주면 알바하시기 편하게 꼭  달라고 해서 가방에 넣는 스타일인데 그날은 얼마나 기분이 상했는지 안하던 행동이 나왔다.      

그런데 그 남자가 다시 왔다. 

다른 사람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러 갔다가 언제 또 내쪽을 봤는지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고 전단지를 주워서 울분에 찬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전단지를 여기에 버리시면 어떡해요... 쓰레기통에 버리셔야죠...!”      


그건 맞는 말인데 저렇게 눈을 희번덕거리며 목소리에 울분이 섞일 일인가. 

“아... 네... 제가 술을 안마셔서 그런건데 죄송해...”라고 하는 찰나.      


내 신발 위로 전단지를 '힘껏' 내동댕이 치고 가버린 그의 모습에 황당해서 말도 안나왔다.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라 황당한 마음에 멍해져서 스터디카페에 도착했는데, 슬슬 열이 뻗쳤다.

    

‘가만, 아파트에서 몇 달째 잠도 못자고 이상한 이웃들 싸움소리에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 상가까지 이상한 사람이 있네. 도대체 저 매장 어딨어? 어디서 저런 알바생을 쓴거지? 한번 혼 좀 나봐라!’


1층에 다시 내려가보니 알바생은 없고 버려진 전단지들이 보인다. 매장은 지하 1층 마트 내에 새로 생긴 와인매장이었다.      


오케이. 다 주겄쓰!

씩씩거리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최대한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방금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고 전단지를 들이밀던, 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리라며 눈을 부라리던 알바생의 죄를 낱낱이 고하고 사과받으리라.     

와인매장은 ‘신규 OPEN’이란 글씨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그 알바생은 보이지 않았다.    

  

“저기요, 와인 매장 담당자 없나요?”

어딘가에서 나타난 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여차저차해서 화가 났다고 하자 난감한 표정으로 담당 매니저를 바꿔준다고 핸드폰을 누른다.


“저 너무 황당했어요! 아니, 여자 혼자 엘리베이터 타서 문이 닫히려는데 그걸 열더니 눈 크게 뜨고 전단지를 말없이 내미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받았는데... 제가 술을 안마시거든요. 그래서 그분이 마침 저쪽으로 가길래 바닥에 살짝 내려놓은 거에요. 


근데 언제 또 그걸 보더니 여기다 버리지 말라고 눈을 부라리면서 화를 내는 거에요. 술을 안마셔서 그랬다고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제 신발 위에다가 전단지를 던졌다니까요! 쓰레기통에 버리라면서. 정말 손님한테 이렇게 하는 알바생 처음 봐요! 너무 황당해서 사과를 받고 싶네요. 매장에서도 이런 알바생 있다는 걸 아셔야죠!”     


매니저 아저씨가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다고 반복한다. 알바생이 일주일간 계약을 했는데 방금전까지 일하는 거였다면서 그간 근무 행태도 좋지 못했는데 마지막 날, 마지막 타임에 이런 일까지 있어서 죄송하다는 거다. 매장에서 사과를 받았으니 이제 괜찮다고 말하고 스터디카페에 돌아오긴 했지만 불쑥불쑥 흥분되는 마음을 달래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며칠 뒤인 오늘, 밤중에, 집 앞에서 상가 아저씨한테 무참히 발톱깎기 공격을 당하다니.      

요새 내가 무슨 날인가보다. 하아......

스터디카페에서 친해진 언니는 

“그 사람이 너가 예뻐서 전단지 준 거 아냐?”라는데 하나도 위로가 안됐다.   

   

'그냥 조용히 살게 해주세요, 네?

아무도 날 좀 건들지 말아줘~!!'     


그 욕심이 너무 과한걸까?

세상이 날 얼마나 건들고 싶어하는지,

24시간 내내 가만히 놔두질 않는 이야기를 들려줄까 한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간단하다.      

층간소음과 벽간소음이 심한 집과

때마다 이상한 사람이 꼬이면 된다.       




CCTV를 항상 쳐다보는건지 많고 많은 스터디카페 사람들 중에 유독 내가 집에 갈 때 꼭 복도에 나와서 인사하고 말을 붙이는 스터디카페 주인장 아저씨 때문에 어느 날은 최대한 공손하게 ‘제가 공부 중이라서 조용히 있고 싶으니 저를 봐도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는 문자를 보냈. 


아저씨는 서로 아는 사이인데 마주치면 모른 척 할 수 없다고 황당한 대답을 하셨다. 그 바람에 며칠동안 말걸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토론(입씨름)을 하다가 본사에 항의 전화까지 한 뒤 결국 아저씨는 환불해줄테니 다른 카페로 가달라고 해서 옆건물 스카로 이사가기도 했다.

    

이사 간 조용한 스터디카페에서도 공부하는 자리에서 손톱, 발톱 다 깎는 재밌는(-_-) 사람을 만났고, 

어느날은 펜에서 딸깍 소리만 내도 크게 들리는 그곳에서 사탕 포장지를 부시럭거리며 뜯어서 까먹는 고등학생 남학생과 몇주간 눈으로 기싸움을 하다가 스터디카페 주인에게 신고하기도 했다. 


(훗날 스카 주인이 말해주기로는 남학생이 3번 이상 시끄럽게 하는 게 걸려서 결국 내보내기로 했는데 남학생 어머님이 간절히 사정하는 바람에 계속 있게 해주었다고...)     


아파트에서 결국 탈출해서 마을 전체가 30여 가구 밖에 안되는 산아래 경기도 어느 시골 마을로 이사 갔어도 농사짓는다며 새벽부터 손님들을 부르고 망치질하고 마당에서 하루 종일 시끄럽게 수다 떠는 이웃집을 만났다.


1달간 참다가 조금만 조용히 해주실 수 있냐고 내 입장에서는 '최대한 공손하게'도 말해봤지만 처음부터 ‘무슨 씨나락까먹는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각자 자기 할 일 하면 된다는 이웃집 중년 부부에게 결국 하소연하듯 큰 소리를 냈다.      


“저기요~! 새벽에 잠잘 때만이라도 조용히 해주면 안되나요? 저희 집 바로 앞 밭에서 이런 시간에 농사지으면 제가 깜짝 놀라서 깨요~! 어제도 그제도 하루종일 마당에서 친구들 데려와서 망치질도 하시고 마음껏 수다떨고 노셨잖아요! 저 여기 공부하려고 왔는데 너무 소리가 잘 들려요! 제발요~!”


그래봤자 돌아오는 말은 “나는 나대로 내 땅에서 친구를 부르든 수다를 떨든 농사를 짓든 할텐데 그쪽은 그쪽대로 공부를 하든 뭘 하든 마음대로 알아서 하시라!”는 말뿐이었다.      


“그래요? 그럼 제가 시험을 그만두든지 망치든지 알아서 할게요!” 

창문을 쾅 닫으며 나도 선전포고를 시작했다.      




♡사무엘상 12장 23, 24절♡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 선하고 의로운 길을 너희에게 가르칠 것인즉 너희는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행하신 그 큰 일을 생각하여 오직 그를 경외하며 너희의 마음을 다하여 진실히 섬기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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