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_설(雪)

#10-1. 우리 연애합니다.

by 묘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설은 멍하게 이부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제 지민과 나눈 대화가 하나하나 자세히 기억이 났다.

물론 술을 마시며 나눈 대화가 아닌지라 그 기억은 너무나 선명했다.

지민을 처음 봤을 때 심장이 멎을 정도로 눈부신 그의 외모에 반했지만, 저런 사람은 나와는 무관한 부류의 사람이다 스스로 정의를 내린 탓에 어제 그의 말은 더더욱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런 사람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 같고... 누구도 함부로 옆에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이 실제로는 나를 관심 있게... 그것도 대학 시절부터 줄곧 자신을 지켜봐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좀처럼 믿기지 않는 그의 말이었지만, 어쨌든 설은 나갈 채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지민과의 데이트 날이었다. 어제 연애하자는 지민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한 설이었지만 자신의 대답 여부와는 무관하게 오늘 데이트가 약속되어있었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네. 들어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펜션 주인이 따뜻한 차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은 몇 시에 드시겠어요?”

펜션 주인이 차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설에게 물었다.

“아니요. 아침은 괜찮아요. 나가서 먹을 생각이에요.”

“약속이라도 있으신 가 봐요.”

펜션 주인의 물음에 설은 웃음을 띠었다.

“먼가 좋은 일이 있으신 가 보네요. 우리 히로사키에는 신비하기도 하고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답니다. 작가님께도 그와 비슷한 일이 생기신 거 같네요.”

펜션 주인은 편안한 웃음을 설에게 보이고 난 후 밖으로 나갔다.


스키니 한 청바지에 검은색 목폴라를 입고 난 후 초콜릿 색 베레모를 썼다.

자신보다 어린 남자와의 데이트라고 생각하니 차림새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동안 설의 옆에는 항상 동갑내기인 도겸이 있었기 때문에 연하남과는 교류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동안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지민 또한 동안이라 동안 대 동안으로 비교해봐야 결국 설이 누나처럼 보일 것이 자명한 탓에 설은 옷을 다 입고도 쉽게 밖을 나서지 못하고 거울을 보고 있었다.

‘아... 어쩌겠어... 세월을 이길 수는 없지... 여기까지 하자.’

체념한 듯 카키색 사파리 점퍼를 위에 걸치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겨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도 날씨가 맑았다.

‘진짜 데이트하기 좋은 날씨네’라는 생각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데 누군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지민이 다가오고 있었다.

빛바랜 청바지에 청자켓, 청자켓 안에는 검은색 폴라티를 입고 청자켓 위에 검은색 항공 점퍼를 그리고 머리에는 검은색 비니를 쓴 지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젠장... 졌다... 옆에 서기 참으로 시르다.’

누가 배우 아니랄까 봐 청청 패션도 아주 멋지게 소화를 하고 그의 작은 얼굴을 과시라도 하는 듯한 비니를 쓴 모습에 설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본인 또한 괜찮은 외모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배우 앞에서는 그냥 한 마리 오징어일 뿐이구나 느끼는 순간 정말이지 데이트고 나발이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잠이나 처자고 싶었다.


“안녕. 일찍 나왔네.”

설의 마음은 예상도 못한 채 지민은 그 아기 같은 얼굴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에 설은 또다시 무장해제가 되었다. 햇살 아래에서 본 지민의 얼굴에는 솜털이 비칠 정도로 피부가 투명하고 맑았다.

“뭐... 엄청 비싼 피부숍 회원인가 보죠?”

“네?”

“아! 됐고. 보자마자 왜 반말이에요?”

“우리 연애하기로 하지 않았나?”

팔짱을 낀 채 평온한 미소로 설을 내려다보며 지민이 말했다.

“연애는... 뭐... 사귀는 사람들이 하는 게 연애 아닌가? 우리가 뭐 그런 사이도 아니고.. 뭐... 그냥 일단 만나는 보자 이런 거지 뭐... 혼자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아침부터 뭐가 이렇게 심통이 났을까... 혹시 배고파서 그래? 뭐라도 먹으러 갈까?”

설의 베레모를 지그시 누르며 지민은 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내가 심장이 안 좋은가? 이거 한국 가면 정밀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는 거 아냐? 심장이 미쳤나 봐...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터질 듯 닳아 오른 설의 얼굴을 보며 지민은 설의 볼을 어루만졌다.

“귀여워... 어제도 말했지만 우리 연애하는 거다...”

지민의 말에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설은 그대로 서 있었고, 그런 설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지민은 펜션 밖으로 설을 데리고 나갔다.



펜션 밖에는 자전거 두 대가 서 있었다.

“이게 뭐예요? 우리 거예요?”

자전거 주위를 한 바퀴 빙글 돌며 설이 물었다.

“혹시 자전거 탈지 몰라?”

“아니.. 잘 타, 자전거. 이거 빌린 거야?”

“응. 오늘 자전거 타고 동네 구경해 보려고 아침 일찍 나가서 빌려왔지.”

“어디서?”

“아... 실은 펜션 주인한테 어디 자전거 빌릴 곳 없나 물어봤는데. 기다리라고 하더니 손수 빌려오셨더라고. 얼마나 고맙던지.”

지민의 말을 듣고 설은 아침에 펜션 주인이 자신에게 한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신나게 달려볼까요?”

지민의 말에 설은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설과 지민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아오모리 골목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골목을 돌아서니 어제 같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던 작은 카페가 나타났다.

조금 더 내려가니 우나산이 나왔고, 우나산의 주인이 가게 앞 작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민과 같이 구경하던 소품 가게도 곧이어 나왔다.

어제 지민과 함께한 모든 곳이 순식간에 지나가며 어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 꿈같이 느껴졌다.

지민을 처음 보고 넋을 잃었던 자신과 지민 또한 설을 오랜 세월 지켜봐 왔다는 그의 말과 그리고 지금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꿈만 같고 행복했다.

이번 여행지를 아오모리로 선택한 것도 그동안 발간했던 소설들 중에 '그녀는 진심이었다'를 시나리오로 작업한 것도 모든 선택이 옳았다고 느껴졌고 심지어 모든 일들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골목을 다 내려오자 큰길이 나타났다.

아오모리에 온 첫 날 내린 눈 때문에 큰길 어귀에서부터 펜션까지 걸어 들어온 순간이 생각났다.

그때는 혼자 눈길을 힘들게 걸어왔는데 지금은 지민과 나란히 이 길을 자전거를 타며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지민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의 날렵한 턱선이 눈에 들어왔고 추위에 빨갛게 변한 코끝이 귀여웠다.


“조금 더 내려가 보자. 아주 멋진 곳이 나올 것 같아. 힘들지 않지?”

지민의 다정한 말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을 느끼며 설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차 조심하고 내 뒤로 바짝 붙어.”

지민의 걱정스러운 말에 설은 자전거의 속도를 조금 낮추어 지민의 뒤를 따라갔다.

한참을 더 내려간 곳에는 강둑이 있었고 강둑 내림 막에는 그늘이 진 터라 녹지 않은 눈들이 그대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저기 강둑에 잠깐 내릴까?”

“응!”

지민의 말에 설은 힘차게 대답을 하고 둘은 강둑에 자전거를 세웠다.

따뜻한 날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겨울 한중간인 터라 둘의 코와 뺨은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베레모를 고쳐 쓰고 있는 설을 지민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35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었으며 그녀가 쓴 베레모와 옷차림새는 그녀를 더욱더 어려 보이게 했다.

무엇보다 추위에 불쑥 튀어나온 그녀의 핑크빛 입술은 저 여인을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끈 쏟아내기에 충분할 만큼 탐스러웠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지민의 시선을 느끼고 설은 지민을 쳐다보았다.

동화 속의 왕자님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지민은 완벽 그 자체였다.

큰 키만큼 잘 어울리는 그의 쭉 뻗은 청바지 실루엣이며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했던가... 얼굴은 입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비율이 완벽했고 무엇보다 설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

자전거를 세우고 옷차림새를 매만지는 동안 둘은 서로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또 한 번 서로에게 반했다.


“귀여워...”

지민이 설에게 말하였다.

“뭐가...”

“코가 빨간 게 귀여워서... 큭큭.”

“님 코도 빨갛거든요...”

서로의 빨개진 얼굴을 보며 웃었다.

“설아. 우리 저기 강둑 밑에 내려가 보자. 저기는 눈이 그대로야. 밟아보고 싶지 않아?”

“응. 밟아보고 싶어. 얼른 내려가자.”

둘은 강둑 아래로 향했고, 눈 덮인 둑길에 혹시나 설이 넘어질까 걱정이 되어 지민은 설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설은 자연스럽게 잡았다.

강둑 한가운데 내려가 뒤를 돌아보니 하얗게 펼쳐진 눈밭에 발자국이라고는 설과 지민의 발자국뿐이었다.

“여기 우리 발자국뿐이야. 아무도 여기 오지 않았나 봐. 묘하게 기분 좋다.”

설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고 지민은 자리를 잡고 눈 위에 앉았다.

앉아있는 지민을 보고 설은 그 옆에 누웠다. 누워서 파란 하늘을 쳐다봤다.

설이 아무런 경계심 없이 눈밭 위 지민 옆에 눕자 지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설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올려다본 하늘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잠시 설의 옆에 눕는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만큼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고 드높았다.


“그런데... 너...”

설이 지민에게 말을 하였다.

“응?”

“왜 나한테 반말이냐.”

“왜?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는 어제 처음 통성명을 했고. 뭐 그러고 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로 뭐 말을 편하게 하자거나.. 뭐 그런 약속이 없었잖아. 거기다가 나는 너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데...”

“그래서 싫냐고?”

“야! 그 말이 아니잖...”

버럭 소리를 지르며 상체를 일으켜 지민을 쳐다보는 바람에 설은 지민의 얼굴 위로 자신의 상체가 바짝 다가가 있음을 느끼고 흠칫 놀랐다.

지민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지민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한없는 애정을 담아 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놀란 설은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자리에 누웠다.


“아니.. 싫은 게 아니라.. 왜 그런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랑 사귀자. 설아...”

나지막하게 훅 내뱉는 지민의 말에 설의 가슴이 뛰었다.

‘진짜 내 심장 어디 고장 났나 봐... 어떡해... 또 튀어나올 것 같아.’

“대답해 설아. 나랑 사귀자.”

설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이번에는 지민이 상체를 일으켜 설의 얼굴 위로 자신의 상체를 바짝 기대어 설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설은 지민의 촉촉한 눈과 다시 마주치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그 순간 고개를 돌리며 자그마하게 끄덕였다.

“대답을 해야지. 설아...”

지민의 속삭이는 말투에 설은 자신이 또 졌음을 느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제야 지민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파란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 참 파랗다. 이쁘다. 그지?”

“응.”

“강둑 위에 카페 있던데 그리로 가까? 따뜻한 커피랑 브런치 먹자. 배고프겠다. 너.”

“응.”

둘은 강둑 위를 올라왔다.

강둑을 내려오던 때와는 다르게 지민의 손은 설의 좁고 약한 어깨 위에 올려져 있었다.




카페 안에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고 그 온기에 둘은 훨씬 편안함을 느꼈다.

커피 두 잔과 브런치를 주문하고 둘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좋은 것 같아. 여기 스키장도 유명해서 여행객이 꽤나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난 폭설 때문인지 생각보다 여행객이 없네.”

지민은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설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만지고 있었다.

“그래. 여행객은 없는데 너는 왜 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손가락에 마킹 질이냐.”

지민은 설의 말에 쿡 웃으며 말했다.

“여행객이 없으니까요. 우리 둘 뿐이니까요.”

“어쭈. 배우님이 용감도 하셔라.”

설의 말에 또 한 번 웃으며 지민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제 설의 주인은 나니까요. 내 맘대로 마킹을 하죠.”

설은 지민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며 놀란 눈으로 지민에게 말을 했다.


“네가 왜 내 주인이냐!”

“그래?”

“그래!”

“그럼 네가 내 주인 해라. 나의 주인님이 되어주세요.”

지민의 낯간지러운 말에 설은 닭살이 돋는 것 같아 팔 여기저기를 손으로 문질렀고 그런 설을 보며 웃는 사이 커피와 브런치가 나왔다.

“맛있겠다. 배고플 텐데 얼른 먹어, 설아.”

둘은 브런치와 커피를 먹으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며 맛난 음식을 먹는 게 이런 행복일까라고 설은 생각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거기다가 상대가 서지민이라니 설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것은 지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민이 배우가 되기 훨씬 전부터 설은 학교에서 유명한 인사였고 그녀의 매력적인 글과 외모에 몰래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물론 설 자신은 이러한 사실을 아직도 전혀 모르고 있지만 그 흠모하던 남자들 중 지민 또한 한 명에 속했다. 그녀를 언젠가는 만나겠다, 그녀를 언젠가는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 다짐하면서 그녀 주위를 맴돌았지만 김 도겸이라는 건장한 사내의 벽에 가로막혀 설 옆에는 얼씬도 못한 채 학교를 졸업했다.

김 도겸은 자신이 봐도 매력적인 남성이라 그런 도겸과 설 또한 잘 어울린다고 단념하려던 찰나 그 둘의 사이는 친한 친구이자 동료라는 사실을 알고 지민은 다시 전의를 불태우며 먼 훗날 설과의 만남을 기대하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 자신 앞에서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고 브런치가 맛있다며 더없는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거기다가 조금 전 그녀는 자신과 사귀는 사이임에 동의를 하였다.

조금 강제적인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럼 또 어때... 자신의 여자가 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설만을 바라보며 설만을 위해 살겠노라 지민은 다짐했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은 입가에 소스를 묻혀가며 열심히 브런치를 먹고 있었다.


“역시 음식 앞에서는 아주 솔직하구나... 한 설... 큭큭.”

한참 코 박고 브런치를 먹던 설이 고개를 들어 지민을 쳐다보았다.

“응? 무슨 말이야?”

그 순간 지민의 길고 하얀 손이 설의 얼굴로 다가왔다.

설은 음식을 목으로 넘기지도 못한 채 지민의 하얀 손 끝을 쳐다봤다.

“애기네... 설이... 맛난 거 여기저기 다 묻히고 먹고.”

지민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설의 입 주위에 묻은 소스를 닦고 그 소스를 자신의 입에 넣었다.

“맛있다. 이게 제일.”

지민의 행동에 얼이 빠져 설은 지민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얼른 먹어.”

지민의 말에 설은 빨개진 얼굴로 다시 접시에 코 박고 먹기 시작했다.

“우리 다 먹고 뭐 할까?”

“뭐 생각해 둔 거 없어?”

“근처에 히로사키 성이 있대. 거기 가볼까?”

“응.”

설은 지민이 추천한 대로 히로사키 성으로 가기로 했다.

그 성은 사실 설도 보고 싶었다.

오사카성 보다는 작고 초라할지 모르지만 사진으로 본 히로사키 성은 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멋있었다.

아오모리에 오면서 내내 생각하던 그곳을 혼자가 아닌 지민과 같이 갈 생각에 설은 행복했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심 생각하며 남은 브런치를 먹었다.


사진출처 : www.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