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_설(雪)

#13. 연수 이야기

by 묘해

‘하아...’

‘타닥타닥’

‘하아...’

‘타닥타닥’

“대표님!!!”

“어? 왜?”

“아... 진짜! 계속 계실 거예요?”

집필실에서 도겸과 앉아 있던 연수는 버럭 화를 냈다.

“왜 화를 내고 그래, 연수야~”

“아니. 아까부터 계속 한숨만 쉬고 계시잖아요.”

“내가 그랬어? 언제?”

“오자마자! 자리에 앉아서부터 계속 쭉!”

“내가 그랬구나...”

“계속 그러실 거면 글 쓰는 데 방해하지 말고 좀 가시라고요.”

연수의 화에 도겸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연수야...”

“왜요...”

“설이 말이야...”

“그니까 작가님이 뭐요.”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연락 한 통 없잖아.”

“그래서요...”

“너는 설이가 걱정도 안 되냐?”

“작가님 걱정을 왜 해요, 제가... 제 코가 석자 구만.”

“정 없는 것. 혼자서 일본까지 가서 연락 한 통도 없는데 걱정이 돼야지. 걱정도 안 되면 그게 사람이냐!”

“저는 작가님보다 대표님이 더 걱정이네요. 제 소설이 더 걱정이고.”

“내가 왜?”

키보드를 치던 연수는 잠시 작업을 멈추고 도겸을 쳐다봤다.


“지금 대표님 꼴을 좀 보세요. 그렇게 멋 내고 다니시던 분이... 오늘 씻고 나오긴 하셨어요? 작가님 없으니까 이제 대표님이 작가님 행세예요? 다들 돌아가면서 왜 그래 진짜...”

“왜? 나 더러워? 냄새나? 샤워했는데...”

“일은 안 하세요? 작가님이 자리 비우고부터는 일도 안 하고 계속 작업실에만 오시잖아요... 그것도 트레이닝복만 입고...”

“일은 내가 없어도 직원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고. 트레이닝은 뭐... 이쁘게 보일 설이도 없는데 내가 뭐하러... 귀찮아...”

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네... 사정은 잘 들었고요... 작가님도 없는데 왜 여기로 출근을 하시냐고요... 대체... 귀찮아 죽겠어, 정말.”

“설이 보고 싶어서... 자꾸 오게 돼.”

다 내려진 커피를 머그컵에 담아 도겸에게 건네주며 연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도겸에게 말했다.


“아니... 십 년을 꼬박 붙어있어 놓고는 일주일 떨어진 게 그렇게 슬퍼요?

그렇게 힘들어요? 예전에 작가님 작품 구상차 여행 떠났을 때는 어떻게 견뎠대.”

연수가 내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도겸이 대답했다.

“모르겠어 나도... 이번에는 뭔가 좀 이상해. 좀 불안하달까? 그리고 연락이 한 번도 없었던 적은 없었거든... 그래서 그런가... 아니 그거보다는 뭔가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 뭔가 께름칙함이 있달까...”

“그럼 작가님한테 연락해보시던가요.”


들고 있던 머그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연수에게 말했다.

“얘가! 큰일 날 소릴! 너 설이 성격 모르냐... 왜 전화질이냐고 욕할게 뻔한데... 뭐하러 전화를 해...

그리고 혹시나 설이가 구상 끝내고 아우트라인 작업에 들어갔을 수도 있는데, 그 타이밍에 전화했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고.”

“그거야 그렇죠... 그러니 대표님도 작가님 걱정 그만하시고 제발 일하러 좀 가세요.”

“일하러 가는 거보다... 설이한테 가볼까? 너도 갈래?”

“저는 작가님한테 죽고 싶지 않아요. 갈려면 혼자 가시든가... 뭐 가봐야 좋은 일은 없을 테고.”

도겸은 또 고개를 푹 숙였다.

“갔다간 뼈도 못 추리겠지?”

“네. 아마도... 백퍼...”

연수는 다시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연수야.”

“아! 또 왜요?”

“나 배고파.”

연수는 노트북을 세게 쾅 닫았다.

“진짜 대표라는 작자가 일도 도움이 안 돼요. 일도! 배고프면 나가서 맛난 거 사드시든가!”

“나 떡볶이 만들어주면 안 돼? 설이표 떡볶이.”

“그게 왜 설이표 떡볶이예요? 내가 만든 건데!”

“설이가 좋아하니까.”

“어이구... 작가님 없어서 소설에 좀 집중해볼까 했더니... 둘이 아주 그냥 똑같아! 귀찮아 죽겠어, 진짜!”


투덜거리는 말투와는 다르게 연수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떡볶이 재료들을 꺼내어 조리대에 옮겼다.

그런 연수에게 순진한 웃음을 지어 보인 후 도겸은 창 밖을 바라봤다.

‘설아... 언제 올 거야... 그만 돌아와...’

그런 도겸을 연수는 애잔한 눈으로 바라봤다.




연수는 5년 전 무작정 설의 집필실을 찾았다.

끄적끄적거린 습작을 가슴에 안고 무작정 설의 집필실 문을 두드렸다.

말아 올린 머리에 연필을 꽂고 안경을 쓴 설이 집필실 문을 열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나서 크게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한 설 작가님! 저는...”

“네... 안 사요.”

밑도 끝도 없이 집필실 문을 닫으려는 설의 팔을 붙잡았다.

“그게 아니라 작가님, 잠시만요!”

설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럼 뭐요?”

“아... 저는 윤연수라고 합니다! 작가님 팬입니다.”

“사인해드려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뭐냐고 대체~~~”

“제가 작가님 글을 엄청 좋아해요... 쓰신 글은 전부 다 읽었어요...

대학 때 학교 신문사에 쓰신 글까지도요! 그래서 작가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뭐... 지금 고백하는 거예요? 갑자기? 초면에? 이제 내가 거절할 타이밍인가?”

“그게 아니고...”

“뭐가 그렇게 아닌 게 많아. 본론이 뭐요.. 대체.”

“저를 작가님의 문하생으로 받아주십시오!”

“거절할 타이밍이 맞네.”


다시 문을 닫으려는 데 연수가 이번에는 문을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말했다.

“그냥 문하생이 되겠다는 거는 아니고요... 일단 여기... 제가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

글 보시고도 영 소질이 없다 싶으시면 제가 포기하겠습니다.”

연수는 설에게 가지고 있던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저기요~ 연수 양~ 저는 문하생을 둘 생각도 없고요. 문하생까지 둘 정도로 저 또한 굉장한 작가도 아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글을 평가할 만한 글쟁이가 아니랍니다. 제 말 알아들으셨어요?”

“아니요! 작가님은 굉장하세요!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쿡쿡 박혀요! 저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고백 맞네. 큭”

그때 설의 뒤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겸이었다.


“설아~ 누군데~ 왜 이렇게 안 들어와.”

도겸이 설을 부르며 문 쪽으로 걸어왔다.

‘아... 저 사람이 출판사 대표 김도겸이구나. TV로 보기는 했는데... 헉.’

연수는 도겸이 가까이 다가오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떨어뜨렸다.

TV로 본모습보다 도겸은 훨씬 키가 컸고 훈남에 목소리까지도 깔끔한 중저음이었다.

연수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도겸은 문 밖에 서 있는 작고 귀여운 연수를 보고 이내 연수의 발 밑에 떨어진 서류봉투를 집어 들었다.


“귀여운 아가씨. 물건을 떨어뜨린 것 같은데? 이거 자기 꺼 맞지?”

다정한 말투로 연수에게 봉투를 건네주었고 연수는 선물이라도 받은 듯 봉투를 꼭 껴안았다.

“언제 봤다고 자기래... 너 또 작업 걸래?”

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도겸에게 쏘아붙였다.

“근데 설아... 아는 사람이야?”

“몰라... 금방 문 앞에서 조우한 게 다야.”

연수는 계속 멍한 표정으로 도겸만을 쳐다봤다.

“저기요... 연수 양? 저기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연수가 설을 쳐다봤다.

“계속 이러고 있을 거예요? 나는 내 의사전달 다 했는데...”

“네? 아...”

“뭐지? 아까의 그 패기가 어디로 갔지? 봉투 떨어뜨리면서 패기도 떨어뜨렸나?”

설이 연수 주변 바닥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도겸은 연수가 안고 있는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연수 양? 들고 있는 거는 뭔가요?”

연수는 멍하게 도겸을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고 도겸에게 말했다.

“아... 이거요? 작가님 보여드리려고... 제가 좀 써 본 건데...”

“그거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예?”

“뭐?”

설과 연수가 도겸을 쳐다보며 동시에 말했다.

“내가 한번 볼게요... 설이 얘는 지 글이나 쓸 줄 알지... 다른 사람 글은 잘 안 봐요... 그러니 내가 한번 보도록 하죠... 일단 안으로 들어와요.”

“야! 누구 맘대로 안으로 들어오라 마라야. 여기가 니 집이냐!”

“내 집은 아닌데... 세는 내가 내는데?”

“치사한 자식.”


머뭇거리는 연수에게 도겸이 들어오라고 손짓했고 연수는 집필실 안을 드디어 들어가게 되었다.

자리로 연수를 안내한 다음 도겸은 커피를 내렸다.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연수는 책꽂이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에 눈길이 갔다.

다른 사람 글은 안 읽는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집필실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다.

“저 책들? 다 제가 읽은 거예요... 내 거야.. 내 거.. 큭... 내가 보기에는 날라리, 개양아치로 보여도 알고 보면 문학인이거든.”

두리번거리는 연수를 보며 도겸이 말했고 도겸의 말에 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다.

설의 집필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 연수의 눈에는 동경과 존경의 빛이 가득 담겨있었고 그런 연수를 지켜보던 도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연수에게 커피를 건넸다.


“이거 마셔요... 연수 양.”

“감사합니다.”

“내 꺼는?”

설은 자신의 빈 머그잔을 가리키며 도겸에게 말했다.

“설아... 너는 오늘 너무 많이 마셨어. 오늘은 그만 마시자. 아니면 다른 차줄게... 뭐 줄까?”

“그럼~~~”

“그래그래... 뭐 줄까?”

“과테말라 많이 마셨으니까 콜롬비아?”

“우유 줄게. 따뜻하게 데워 줄테니까 우유 마시자~”


의자 위에 양반다리 모양으로 자세를 바꾸며 설은 투덜거렸고, 다리 접어서 앉지 말라며 투덜거리고 있는 설에게 도겸이 잔소리를 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연수는 도겸을 마음에 품지 말자고 생각했다.

둘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연인의 모습이었고 도겸이가 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이 넘쳐흘렀다.

도겸을 보자마자 넋이 나갔지만 둘의 투샷을 생눈으로 지켜본 후 바로 마음을 접었다.

설에게 따뜻한 우유와 마카롱을 건네주고 연수에게도 마카롱을 권했다.


“그거 한 번 볼까요? 가지고 온 거?”

연수는 마시던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정중하게 봉투를 건넸다.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어 보던 도겸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끼?”

“먼 시끼? 이 시끼가... 지금 나한테 욕했지!”

갑자기 설이 도겸에게 화를 냈다. 도겸이 당황하여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렸다.

“그래... 설아... 우유 다 마시면 콜롬비아 줄게... 아무래도 우리 설이 커피 마셔야겠다... 정신이 사납네...”

도겸의 말에 설은 따뜻한 우유를 한 번에 다 마신 후 마카롱을 입에 물고 도겸을 쳐다봤다.

도겸은 커피를 들고 설 앞에 가져다주며 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이 애완견같이 보였다.

설은 한껏 차분해진 얼굴로 커피 향을 맡더니 이내 커피를 마셨다.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설은 도겸을 쳐다봤고, 도겸은 한숨을 내쉬며 설을 쳐다봤다.

다시 서류를 든 도겸이 연수에게 물었다.


“제목이 이끼... 예요? 왜요?”

“아... 그게... 아직 다 완성한 거는 아닌데요... 지금 쓰고 있는 소설.. 단편집이긴 한데...”

“그냥 제가 읽어볼게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도겸은 연수가 쓴 글을 읽기 시작했고 설은 그런 도겸을 슬쩍 보고 나선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둘은 평온해 보였으나 연수는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설이 자신의 원고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겸이 읽는다는 것은 바로 출판사 대표가 읽는다는 것이기에 너무나 긴장되었다.


잠시 후 글을 다 읽은 도겸이 연수에게 말했다.

“이거 언제 쓴 거예요?”

“아... 최근에요...”

“반은 쓴 거예요?”

“아뇨... 아직... 지금 삼분의 일 정도?”

“다 쓰는 데는 얼마나 걸려요? 일단 초안을 좀 빨리 보고 싶은데...”

“아... 두 달? 세 달? 잘 모르겠어요... 첫 글이라...”

“두 달 드릴게요... 완성 안되어도 좋으니 최대한 쓰고 다시 가지고 와봐요... 조금 더 보고 싶네요.”

“처음 몇 장에 사로잡지 않으면 틀린 거라고 들었는데...”

“에? 누가요? 어떤 미친놈이요? 뭐 첫 술에 배부른 그런 인간이라도 주위에 있나 봐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어디서 본 것 같아서요.”

“이상한 거 봤네... 그런 말 듣지 마요...

처음 몇 장보고 어떻게 알아요.. 뭐 광고 카피인가? 첫 줄에 확 사로잡게...”

“아... 그런가요? 그럼 최대한 쓰고... 어떻게 연락드려요?”

“뭘 연락을 해요... 오늘처럼 여기로 오면 되지... 나는 항상 여기 있으니까 이리로 와요.”

“뭐? 인마? 쳐돌? 누구 맘대로!”


설이의 째려보는 눈빛을 받으며 도겸이 연수에게 말했다.

“오... 오늘은 그만 가 봐요. 설이 오늘 카페인 너무 드링킹 한 거 같아서... 오늘 본 설이 모습은 잊고요... 항상 이런 거는 아니에요.. 하하.. 하하...”

“네.. 그럼.”

둘의 투닥거리는 모습을 뒤로하고 연수는 집필실에서 나왔다.


“어떤데?”

“왜 관심이 가?”

“관심은 무슨... 네가 읽었으니까 물어보는 거야... 읽어보면 딱 느낌 잡잖아... 되겠다.. 안 되겠다...”

“괜찮은데? 처음이라 그런가 산뜻함 있잖아.. 그런 거...”

“여자가 산뜻한 게 아니고?”

“설아...”

“응?”

“나는 너 밖에 없...”

설은 머리에 꽂은 연필을 빼서 도겸의 목을 겨냥했다.

“헛소리 치우고... 글 얘기나 할래? 아까 뭐? 이끼? 그 시끼?”

“아니.. 그냥 뒷얘기가 궁금해서... 좀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더 써보라고 한 거고... 괜찮게 나오겠다 싶어서...”

“흠... 그래? 네가 그러니 나도 좀 궁금해지네.”

“그지?”

“뭐... 다음에 오면 나도 한번 읽어보지 뭐.”

“아까 문하생 하고 싶다고 그랬지?”

“그렇다네... 큭큭... 내가 무슨 문하생을 들이냐... 안 그러냐... 큭큭.”

“혼자 있는 거보다는 괜찮을 거... 아니지.. 너는 나 빼고 누가 있으면 불편해서 안되니까... 흠...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하자.”


연수는 거리를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작품 생각이 아니라 도겸을 생각했다.

출판사 대표치고 젊은 나이의 훈남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그 정도로 미남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만나는 자신에게 오빠처럼 다정히 대해주는 모습에 반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글을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도겸이 설을 쳐다보는 눈빛이 떠오른 순간 이내 기운이 빠졌다.

도겸은 설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했고 설은 도겸의 마음을 모르는 것 또한 분명했다.

둘이 대학 동기라는 것은 이미 기사에서 읽었지만 둘에게 어떠한 스토리가 쌓여왔는지 알 수 없었고 그런 미지의 스토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러기에는 설 또한 너무나 매력적인 여자였다. 이쁘고 날씬한 데다 톡톡 튀는 매력까지 있었다.

그런 매력에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연수는 모든 마음을 접고 잡념을 없애고 글에 집중하자 다짐을 한 후 바삐 걸어갔다.




그랬던 그가...

그런 멋진 젠틀맨이던 도겸이가 지금 연수 앞에서 울고 있다.

떡볶이가 맵다며 울고 있다.

맵다면서도 용케 떡볶이를 계속 먹어대며 또 계속 울고 있다.

가끔은 이 사람이 처음에 봤던 그 멋진 남자가 맞나 헷갈리기도 하는 연수였다.

“내가 언제 이렇게 맵게 해 달랬어?”

“아니 설이표 떡볶이 해달라면서요... 해줘도 뭐라 해... 그럼 먹지 말든가.”

연수가 떡볶이 접시를 가져가려고 하자 도겸이 접시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누가 안 먹는데? 하여간 성질이 점점 누구 닮아가요.. 처음에 그렇게 나긋나긋하고 상냥하고 어? 얌전한 연수는 어디 갔냐.”

꾸역꾸역 떡볶이를 먹으며, 눈물 흘리며 말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접시 끌어안고 먹는 모습이라니.. 누가 생각나네요.. 이건 뭐 거의 빙의 수준이야...”

“설이 그 계집애는 이렇게 매운 걸 대체 왜 먹는 거야.. 커피 아니면 매운 거 아니면 고기.. 그러니 성격이 그 모양이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대표님도 못지않게 잘 드시는데요?”

“연수야..”

“왜요.. 뭐...”

“매워,, 나 물 좀.”

“아! 진짜! 아유... 내 팔자야.. 한 설 아니면 김도겸... 김도겸 아니면 한 설.”

“설아~~~ 이거 먹으니 더 보고 싶다~~~”

도겸은 눈물을 훔치며 매운 떡볶이를 계속 먹어댔고 연수는 한숨을 푹푹 쉬며 이 위인이 그 남자가 맞는가를 또 한 번 되짚어보며 도겸을 쳐다봤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딱이야... 성공했음 어쩔뻔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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