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멋진 사람이 아닌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길 가 아스팔트 사이에 오롯이 피어있는 들꽃 한 송이의 애처로움과 강인함에 대해 아름답다, 대단하다 느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비 내리는 밤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따라 밥을 챙겨주고 박스를 내어주고 따뜻한 담요 한 장 깔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는 할머니 옆에 서서 택시를 태워드리고 인도블록에 걸린 휠체어를 같이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나를 싫어하고 한 가지로 단죄하는 이들에게 나를 설명하려 애쓰기보다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에게 정성을 쏟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직장 동료와 후배들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다독이며 조직문화가 조금은 변화하였으면 좋겠다고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하고 그른 것에 대해서 물러서지 않고 그르다고 말하여 까칠하다는 평을 듣더라도 아님은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읽은 책의 십 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하는 글쟁이더라도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나의 일상과 생각들을 얘기하고 그 안에서 아주 작은 감동이라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글이 어둡고 심지어 자조적이더라도 예민함을 센서티브함으로 끌어내어 나를 성찰하고 반성하여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고, 그 삶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을 하여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나'로서 오롯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누군가는 음악을 만들어 사람들을 기쁘게도 애틋하게도 하고 누군가는 책과 영화를 만들어 여운을 남기는 것처럼, 거창한 사회운동가는 아니더라도 내 가족과 내 이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생의 마지막 기로에 서게 된 사람들, 가로막힌 인생 앞에 갈 길을 잃은 사람들,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된 자연, 소모품처럼 쓰이다 가족을 잃은 고양이들... 그 모든 것들에 내미는 따뜻한 손이 되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먼 훗날 '묘해'를 떠올릴 때 나와의 일상을 공유한 이들이 많기를 그리고 멋진 사람이기보다는 따뜻한 사람으로 멋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아하는 것들, 가슴 뿌듯한 것들이 무엇인지 오랜 성찰 끝에 그 길을 정하였고 선택의 시간이 오는 순간 망설임 없이 길로 나아가 세상에 조그마한 '울림'이 될 수 있는...
그런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 그림 by 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