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쓰는 것에 실패했다. 심지어 작심 삼일도 힘들었다.
남들은 장점이라고 하는 그런 나의 성격이 오히려 나의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20대 초반, 한 친구가 신세한탄을 한 적이 있다. 진로에도 실패했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고비를 맞았던 친구였다. "난 이제 인생 바닥까지 왔어. 더 이상 내려갈 때가 없다." 나는 그 친구의 괴로움에 공감했고, 위로하고 싶었다.(과연 위로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당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나와 둘이 있는 틈에 화가 나서 말했다. "걔는 어떻게 네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니?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힘들다고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닐까? 그걸 객관적으로 덜 힘들어야 하고 더 힘들고,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당시에 나는 힘든 상황에 있던 나를 생각해 주고 염려하는 친구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내 친구를 비난하는 그를 이해시키려고 했다. 아니 오히려 비난했다.
이후로도 가끔씩,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대화를 떠올린다.
'나는 (흔히 말하듯, 객관적으로)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황에서도, 나는 괜찮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때 괜찮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고민을 입 밖으로 내놓으면 주로 들리는 답은 비슷하다.
"네가 성격이 긍정적이라서 그래. 그게 좋은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예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 이따금 생각나는 '무서운 그림' 하나가 있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친구의 모습과 대비되는 그냥 지금이 괜찮은 채로 바닥에 있는 내 모습. 언젠가부터 나는 그런 그림을 그렸다.
나는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 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는 것 같은 시련은 꽤나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스스로 길을 찾아 노력하고 성공을 바라고 좌절을 맛보는 일들은 하지 않았다. 시도하지 않았고 도전하지 않았고, 모험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나는 항상 그게 두려워서 돌아 나왔었지.' 하는 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정말 사실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에게도 숫한 좌절이 있었다.
올 해를 시작하며 나는 멋진 다이어리를 장만했다. 시간을 정말 잘 쓰고 싶고, 기록하고자 하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벌써부터 공란이 대부분이다. 습관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맞다. 새해 계획 실패다. 다이어리를 기록하는 것에 좌절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대게 이런 것을 실패라 말하지 않고, '다시 해야지, 할 수 있어.'하면서 짜증을 가라앉히고 화를 가라앉힌다. 이것은 좌절이 아니고 실패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이럴 때의 수순은 '그래, 나는 원래 이런 것과는 맞지 않아.' 하면서 다이어리를 쓰려고 했던 이유까지 외면하는 것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 행세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좌절이었다. 다이어리를 쓰고자 했지만 하지 못했고, 괜찮다고 말하면서 실패를 직면하지 않았다.
의도했던 일과 그 결과에 민감해지고 보니 하루에도 수많은 계획을 하고 실패를 한다는 사실에 놀랍다. 잠자리에서 알람 한 번에 눈 떴으면 좋겠고, 아니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주 가볍게 일어나서 신나는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다. 일어나면 방황하는 시간 없이 하루 일과가 착착 진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만도 이런 실패들이 있었다. 그러려니 하면서 체념했고, 언제 그런 것을 원했냐는 듯,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원한 것'이 있었고 이루지 못했으니 실패고 좌절이었다. 이에 좌절을 인정합니다. 그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내 기분이 확 가라앉고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나 스스로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이리라.
좌절 )
나는 2025년 매일 나의 시간을 계획하고 효율적으로 쓰고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것에 다이어리를 적극 활용하고
매일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고자 했지만
1월 한 달 동안 작심 3일도 채우지 못했다. 여기에 좌절이 있다.
원인과 대책)
아침에 다이어리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제시간에 눈 뜨는 것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눈 뜨자마자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것으로 루틴을 수정하고
하루 일정을 디자인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다루어야겠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 연재글에도 좌절이 있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미치지 못하는 현실.
새롭게 시작한 유튜브콘텐츠 역시 마찬가지이다.
4번째 영상을 올렸어야 하는 타이밍이지만 올리지 못했고,
콘텐츠의 메인 콘셉트조차 아직이다.
내 글과 영상에 피드백을 적극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고, 관심을 가져 주는 이조차 없다.
내가 이제 나 스스로를 작가로서, 크리에이터로서 인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흔들림이 있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낭독이 나의 재주라고 했지만, 과연 그런가 싶기도 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주체적인 인간으로 자유롭게 키우며,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엄마,
강요하거나 압박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자 했지만 거기에도 실패했다.
나는 일찍 일어나려고 했지만..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이려고 했지만..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나는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나는 투자 공부를..
나는 우리 집을 가족 모두가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나는 그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자 했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경험하고 있는 나의 크고 작은 실패들에 민감해지고,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마치 내 모습이 자신이 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선수의 모습이다.
이전까지 나는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다."라는 말만 반복하거나, "괜찮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매력 없는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다."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정신력에서 졌다." "무엇을 더 개발해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등 패한 이유를 분석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좀 멋진 선수가 된 것도 같다.
실패하다 (네이버 국어사전)
1. (동사)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치다.
2. (동사) 어떤 일에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하다.
좌절 (네이버 국어사전)
1. 어떠한 계획이나 일 따위가 도중에 실패로 돌아감.
2. 마음이나 기운이 꺾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