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에 커피가 일상 같던 날

by 필승작가

문득 고등학생 때 읽은 에세이 한 편이 기억난다.

그전까지 나는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작품을 읽는 것이 멋인 줄 알았었다. 누구나 칭송해서 나 역시 그래야할 것 같은 책들 말이다. 그런 책은 읽어봤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뿌듯했지만, 정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 헐거운 에세이라니(아쉽게도 책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후루룩 읽었던 책이 나에게 숨이 좀 쉬어지는 경험을 주었다.


그중에서 글쓴이가 밥그릇에 커피를 먹는 장면이 가장 인상 적이었는데,

지금이야 그것이 대수인가 싶지만, 당시 나에게는 내 삶이 온통 '밥그릇에 커피를 마시는' 일 투성이었다.

격식과 형식, 아니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내 삶이 창피했고, 들키기 싫었다. 아니, 항상 누가 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혼자서도 부끄러웠다.


아무튼.


내몸에 무슨 냄새라도 나진 않을까 킁킁거리기 바빴던 나에게, 그 글은 참 구질구질했고, 부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적어도 밥그릇에 커피 마시는 일에 대한 나의 생각만큼은 바꾸어 놓았다.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어쩌면 나름의 사유와 낭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갑자기..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