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앞둔 어느 토요일 일상
오롯이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었던 지난 토요일. 보통은 매일의 사이클을 유지하기 위해 주말에도 기상 알람을 맞춰 놓지만, 때때로 알람을 꺼두는 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 시간은 언제나 대동소이하다. 몸의 시계는 속일 수가 없나 보다. 주말임을 느끼고 싶었는지, 기어코 침대에서 뜬 눈으로 한 시간가량 누워서 뒹굴거리다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했다. 언제나 내 첫 일과는 운동이다.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메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주말은 출근 부담이 없다 보니 시간 제약 없이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중간중간 휴식시간도 더 많이 갖고, 러닝머신 위에서 보고 싶었던 영상을 실컷 보며 여유를 즐긴다. 그게 휴식이야?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이다.
운동을 마치고, 모처럼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유튜브에서 봐두었던 부산의 모 독립서점으로 향했다. 진열된 책들과 작가님들의 글귀를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유를 즐겼다. 그러다 문득 나태주 시인님의 한 산문집에서 보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지난날을 돌아볼 때 나는 어떤 때가 행복했던가? 기뻤을 때이고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이고 어떤 일에 몰입했던 시간일 것이다."라는 문구였다. 몰입. 내가 운동과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였음을 깨달았다. 잠시 외부로부터 분리된 시간 속에서 그 행위에 집중한다. 흔히 즐겁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서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라고 하지 않는가. 책방을 느지막이 두 바퀴는 돌고서야 점찍었던 여러 책 중 가장 끌리는, 마치 또 다른 내가 쓴 것만 같은 산문집을 하나 골랐다. 독립서점에 갈 때면 설령 마음에 드는 책이 없다고 한들 작은 단편집이라도 한 권 꼭 구매하는 습관이 있다.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방지기님에 대한 귀여운 의리랄까?
나는 어떤 일에 있어 걱정을 충분히 하고 대안을 마련해 놔야만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피곤한 일상을 보낼 때가 많다. 사서 걱정하는 편이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하는 행동들이 '걱정'이 아니라 '대비'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사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그 일을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까지 대비할 만큼 많은 준비를 해서가 아니었을까.
기분 좋게 개운하게 새벽 운동을 마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서점에 찾아가서 맘에 드는 책을 한 권 고르고, 눈부신 광안리 경치를 앞에 두고 산미가 없지만 향이 진한 커피 한잔을 하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 우리가 때때로 좋은 것들로 나를 채워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게는 그것들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행복감을 안겨다 줘서 일 것이며, 더욱더 나아가서는 내가 가진 부정적인 생각과 고민들을 건강하게 치환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걱정을 없애기 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불안하고 염려되는 일들이 있다면, 잠시 그 고민들을 멈춰두고 조금의 여유를 가져보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에게 선물하자. 그 후 다시 그 고민들에 대해 다뤄본다면, 걱정이 아니라 건강한 대비를 해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