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고 있는, 애쓰다 지친 모두에게
"현재를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 "오늘은 남은 인생에 있어 가장 젊은 날이다."와 같은 말들을 수없이 접하지만 그것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회사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반복적인 일상의 연속, 안팎의 여러 개인적인 일들, 이로 인해 그간 원활히 유지했던 몸과 마음의 건강이 상하게 되니 일상의 탐탁지 않았던 부정적인 조각들이 도리어 시너지를 내며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는 현재를 살지 못하며 당장의 현실에서 도피하여 과거와 미래 어느 한 영역에, 허상에 머물러 있다.
최근 청년들의 실업률,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심정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한다. 온갖 노력을 다해 취업한다고 한들, 회사에서 인정받고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다고 한들, 매일 회사에서 마주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내 미래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객관적으로 그 선배들의 삶이 별로라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2~30년 가까이의 시간을 한 조직에서 보내며 견뎌내는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미래의 내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나는 그간 내가 해왔던 노력과 이뤄낸 여러 성과들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환경, 일상의 변화를 원했다. 허나 그 목표를 명확화 하고 구체화할수록 조급한 마음이 커져 갔다. 안 좋은 일들은 꼭 한 번에 몰아친다고 하던가.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다른 여러 힘든 일들이 겹치며 함께 몰아쳤고, 매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삶의 중심은 현재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의 어느 순간에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라는 시점은 곧 과거의 한 순간으로 편입될 찰나일 뿐이라 가벼이 여기게 되었다. 심지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조차 결국 지나고 보면 큰 의미 없는 과거의 한 조각이 될 뿐이라 생각하며 스트레스와 불안은 가중되었다.
물론 이겨내고자 했다. 내가 행하고 있는 노력이 부족한 건지, 방법이 잘못된 건지 고민했다. 흔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하지만 그 물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겠다 다짐하며 노력해 왔다. 하지만 기약 없는 밀물은 나로 하여금 현재에 집중할 수 없게 하였으며 비관적인 생각과 노력에 대한 의심의 크기는 날로 커져만 갔다.
열심히 노력하여 배와 노를 구매하고 노 젓는 방법을 익히더라도 정작 물이 차오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물이 들어올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면 배와 노는 부식되어 상할 것이며 노를 잘 젓는 방법 또한 잊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아직 물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계속 노를 젓는다면 얕은 물에서나마 혹은 맨땅에서나마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내공은 우리의 노젓기 기술을 성장시켜, 언젠가 진정 물이 들어왔을 때에 더 적은 힘으로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노 젓는 방법, 물론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우리가 함양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물에 빠졌을 때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장 먼저 물에 뜰 줄 알아야 한다. 물에 뜨기 위해서는 몸의 모든 긴장을 이완시키고 힘을 뺴야 한다.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한다면 오히려 몸이 긴장하게 되어 깊이 가라앉게 된다. 당황하지 않고 안정감을 가지며 자연스레 몸에 모든 힘을 뺄 줄 알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와 다시 배에 올라탈 수 있다. 즉, 맞닥뜨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동안의 나는 노 젓는 행위, 노 젓는 방법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것이 아닐까?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며 그저 물이 들어올 때를 기다리며 앞만 보고 달린 것은 아닐까? 정작 물이 들어온 후 위기가 닥친다면 그를 이겨낼 수 있는 대응력과 안정감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어쩌면 노를 젓지 않아도 모터를 통해 나아가는 더 큰 배를 얻게 될 수도 있다. 구명정과 구명조끼를 보유한 배에 탑승하게 되어, 물에 빠지게 되어도 쉽게 이겨낼 환경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배도 결코 영원하지 않다. 고도의 기술로 개발되어 만들어진 배조차도 10년 주기의 정기적인 수리/보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며, 세상은 어쩌면 아주 친절하게 이를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밀물을 선물해 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아픔과 상처, 고통을 겪고 또 가지기 마련이다. 이는 피할 수 없으며 심지어 필수불가결하다고도 생각한다. 아픔은 우리를 성장시켜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픔과 고통은 반사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다가오는 미래에 이를 보상받고자 하는 맹목적인 기대, 더욱 부정적으로는 무기력감과 체념, 노력 포기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현재를 살지 못하게 된다.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와 '어떤 것도 하지 않고 모든 긴장을 내려두는 쉼' 모두를 필요로 한다. 눈부신 미래에 대한 기대를 동기삼아 하루하루의 노력에 의미를 부여하되 그 노력의 방향은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중 어떤 것은 내가 그간 해오던 노력과 정반대 되는 방향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모든 고통이 나에 대한 시험이자 나를 성장시키는 단계라 여기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거기서 오는 행복을 찾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비록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모든 순간들이 내게 복을 가져다주는 경험치이며 이는 복리로 작용하여 꿈꾸던 미래가 어느새 바로 오늘이 되어있는 그날을 분명 맞이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나는 무던히 애쓰다 지치면 쉬려고 '노력'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긴장을 풀기 위해 '힘을 주며 애썼다'. 이제는 내게 필요한, 진정한 쉼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