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기대를 만들고, 기대는 집착을 만든다.
30대 중반에 중반에 접어들며, 어느덧 사회생활에 익숙해지고 나름대로 자리를 잡게 되며, 문득 또 새로이 앞으로의 삶의 목표를 다시금 고민해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막연함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목표 설정 자체가 어렵고 두려운 경우이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불명확할 때 우리는 막연함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동안의 삶 속에서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경로와 방법에 자연스레 탑승하여 대학을 목표로, 또 취업을 목표로 달려왔으나, 이는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중장기적인 고민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생각보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반복적인 일상에 지루함과 답답함을 느끼며 이를 “노잼시기”라 일컫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목표로 설정했던 다음 단계들이 맘처럼 진행되지 못해 불안을 느끼는 경우이다. 나름대로 중간 목표들을 설정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최선을 다했으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뜻대로 풀리는 일은 없음을 통감하고 우울감과 무기력함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목표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앞선 케이스보다는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벽에 부딪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될 때 느끼는 좌절감은 오히려 목표를 고민하는 앞선 단계에서보다 훨씬 더 크게 우리를 괴롭히고 또 무너지게 한다.
나의 경우는 앞서 말한 두 경우 중 후자에 해당하였다. 한 때 나는 불안의 해결책을 욕심내지 않는 것,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것, 각자의 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 방법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꺼이 그런 마음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다만 이러한 생각의 방향은 나로 하여금 그것이 사실 일종의 순응과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도록 하였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나를 다그치며 부단히 노력해 왔는데, 이런 나에게 작금의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라니... 그건 체념과 포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비관적인 생각은 순응하는 태도와 여유를 가지는 자세를 진정으로 또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하였다.
두 경우, 즉 목표의 설정 여부에 따라 불안이 생기게 되는 단계는 다를 수 있지만,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내 행동과 그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행동은 결과를 향한 과정이며 우리는 과정 그 자체를 신뢰해야 한다.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곧 "내가 가진 믿음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기대와 믿음을 혼동한다. 기대는 믿음으로부터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것이라는 기대, 그 믿음은 점진적으로 내 정신을 잠식시키며 집착이라는 것을 파생시킨다. 이에 지배당한다면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나 진로, 꿈과 목표 등의 이유로 불안을 겪고 있다면, 먼저 나를 지배한 감정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자. 그 감정과 함께 떠오른 생각은 무엇인가? 그 생각을 떠받치고 있는 믿음은 또 무엇인가?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 믿음에 묻어있는 통제와 강박적인 기대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두려움과 집착, 불안이 생기게 되는 일종의 사이클이다. 우리는 이 패턴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새로이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그렇게 집착에 대한 해소를 실천하면 본질적으로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고민과 노력의 과정으로부터 얻는 배움이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고 정체되어 있지도 않다. 내가 꿈꾸는 위대한 것을 건설하기 위한 도구를 배울 뿐이다.
내가 행하고자 하는 모든 과정을 도전이라 여기지 않고, 얻고자 하는 목표를 위한 준비라는 것을 인지하자.
집착을 내려놓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라는 것 자체를 새로이 정의하고 내 행동과 그 행동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프로그래밍하여 변경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이러한 고민들을 하고 이 글에 공감할 수 있는 세월을 겪어내고 있는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주자. 잘해와 줘서 고맙다. 잘하고 있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