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직선에 놓여있다

by 서아

삶을 계속 바라보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오래 생각하다 보면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직선 위에 놓여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삶은 없지만, 숨을 쉬며 살아가는 존재라면 언젠가 그 숨이 다해 멎는 날이 온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젠가 마주할 그날을 매 순간 앞당겨 떠올리며 살아갈 수는 없다. 대신 나는 언젠가부터 가족과 고마운 사람들, 알고 지내는 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의 일상 속에서 이 시간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은 평온한 공기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듯 마음이 건드려진다.


우리가 이렇게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일상을 나누고, 또 한 주를 서로 격려하며 살아가는 일이 언제까지 당연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언젠가는 누군가의 부재로 빈자리가 생기는 일이 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언제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측할 수 없는 사고와 비극이 현실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세상의 전부를 말할 수는 없다.


우리의 눈앞에는, 아픔으로 인한 죽음이 너무 많다. 스스로 원해서였다고 말하기 전에,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 관계와 사회 속에서 감당되지 못한 상처들이 얼마나 깊게 쌓여 있었는지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


나는 그런 죽음에 대해 분노한다. 누군가를 그 지점까지 몰아간 모든 상황과, 그 상황을 만들어낸 사회적 조건들과 환경에 대해.


사람의 생명을 향한 소멸의 권한은 사람의 손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범죄의 문제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게 하는 ‘악’에 대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작은 흉터 하나가 나면, 곧 염증이 되고, 잘 낫지 않는다며 스스로 더 깊은 상처를 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우리는 언제나 한결같이 스스로와 타인을 긍휼히 바라볼 수 없다. 각자의 삶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내 안의 문제들이 커지며 날 선 시선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 또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죽음의 시점에 닿기 전까지 지나온 수많은 삶이 있다. 죽음은 모든 삶을 중지시킬 수 있지만, 지나온 모든 시간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다. 생명의 소멸은 단순히 물리적인 호흡이 멎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을 중심으로 흐르던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일이다. 수많은 시간과 관계 속에서 서로의 의미가 되어주던 날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하나하나의 모든 세포에 산소가 닿지 않게 되는 것.


그러나 모든 죽음이 비극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함께 견디며 살아가는 동안 삶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어느 순간 이전보다 넉넉해진 평안이 찾아올 때. 우리는 그 마지막 순간에도 고요함 속에 머물 수 있을지도 모른다.


30대 초반의 나는 사랑받지도, 사랑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날들도 아직 많다. 외롭고 고단한 시간 속에서 매일을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날이 오기도 한다. 그런 삶을 견디며 아직 사랑을 찾아가는 이에게는 죽음이 너무 이른 시점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아직 알아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이 시간을 홀로 견디는 일이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안을 맴도는 많은 생각들을 나눌 이가 곁에 없다는 사실은 늘 고독의 자국을 남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나와 함께해 온 사랑들이 있었기에, 나는 여전히 주어진 하루의 의미를 바라보려 애쓴다.

애쓰는 것조차 힘겨운 날에는 그 마음 그대로 하나님께 기도한다. 시편의 시인이 그랬듯이. 그리고 같은 시간을 견디며 아픔과 사랑을 함께 바라보는 이들을 통해, 내 안에도 다시 무언가가 살아나기도 한다.


이 모든 시간들이 이어져 하나의 직선으로 연결되는 것, 그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야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아픔을 덮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여전히 어렵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끝없이 반복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일이 당연한 삶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 속에서도 삶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각자가 겪어온 시간 속에서 조금씩 알아간 사랑을 우리는 함께 공유하고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현실이 여전히 고단하더라도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는 그 작고 연약한 믿음을 놓치지 않고 싶다. 그 믿음이 우리를 가장 평안하고 아름다운 길로 이끌어 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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