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 써도 괜찮아:일생 단 한 번의 자서전 쓰기【별강2_#1】
별볼일없는 강의 쫓아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2강을 마치면서 내드린 ‘한 꼭지 써보기’ 과제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으시죠? 시간을 좀 더 드리겠습니다.
빨리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 않죠. 마음을 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께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이걸 선물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준비하면서 제가 더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에는 노래가 하나 담겨 있습니다.
휴대폰이나 테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서 플레이하시면 새로 창이 뜰 수도 있습니다.
놀라지 마시고 노래를 끝까지 들으신 후 백(back)하셔서 이 글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노래가 마음에 드셨나요? 어떤 부분이 그나마 좋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아직 마음이 덜 커서’라고 중얼거리듯 노래하는 마지막 부분이 좋습니다.
이 곡에 가사를 붙인 사람은 접니다.
‘아직 마음이 덜 커서’라고 읊조리는 게 저다워서 부끄러우면서도 좋습니다.
저는 세 해 전에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병원에 꽤 계셔서 그런지 보내 드리는 마음이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저도 몰랐던 마음 한구석 아쉬움을 느낀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친한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커서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죠.
왜 그랬을까 싶다가도, 아버지가 다시 살아오시면 살가운 아들이 될 수 있을까?
그러지는 못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게 저다운 겁니다.
"아직도 마음이 덜 컸다."
그런데 궁금하지는 않으신가요? 작가라고 하니 가사야 어찌어찌 썼겠는데 대체 누가 곡을 붙여줬을까요?
이 노래의 작곡자는 AI입니다.
여러분께 AI파트너와 자서전을 써보시라 권해드린 것처럼, 저는 AI파트너와 함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음악을 공부하고, 음악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노래가 좋습니다.
노래에 담긴 ‘아직 덜 큰 마음’은 부끄러워도, AI파트너와 함께 만든 이 곡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들을 때마다 위안이 됩니다.
그 누가 ‘이 노래는 네 것이 아니고, AI의 것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저와 우리 부모님의 얘기가 분명히 담겨 있는데요.
‘저녁마다 힘들어서 반주 못 끊고, 연기로 한숨 뱉느라 담배도 못 끊고’
누가 봐도 우리 아버지시고,
‘다섯 살에 큰이모 손 붙들고 삼팔선 넘은 울어머니’
누가 봐도 우리 어머니시죠.
우리 가족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노래를 듣고
“아, 그 사람들 얘기구나”하고 단박에 알아챌 겁니다.
저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악보에 익숙하지도 않고, 잘 다루는 악기도 없습니다.
만약 AI가 없었다면 이 노래는 영영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제 머릿속에만 맴돌다가, 어느 날 저와 함께 사라졌겠죠.
여러분에게 자서전은 어떻습니까?
훗날의 언젠가 여러분과 함께 사라질 운명은 아니었을까요?
분명히 쓸 이야기가 있고, 마음도 있는데 ‘글쓰기’라는 낮은 담장 하나 넘기가 어려우셨나요?
제가 강의를 연재하기로 마음먹은 지점이 딱 거깁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말 그렇다면 내가 허리를 굽혀서라도 담을 넘도록 받쳐드려야겠다.
목표는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초안은 AI가 써주더라도 그 위는 글쓴이의 마음과 생각이 온전하게 덮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마치 층층이 올라간 빵 위를 감싸안은 케이크의 생크림처럼 말이죠.
그래서 여러분께 드리는 제 강의는 여느 자서전 집필 강의, AI 글쓰기 강의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좋은 글이 무엇인가는 알려주지만,
정작 펜드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강의가 되어선 안 되겠다 하며 머리를 짜냈고,
프롬프트 몇 줄 갖고 공장에서 빵 찍어내듯 자서전을 뽑아낼 수 있다 허풍 치는 강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얕은 기교를 입힌 글쓰기, 허세를 바른 자서전보다는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글쓰기, 개성과 정체성이 살아 있는 자서전 만들기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AI파트너가 도와주는 자서전이라고는 해도, 결승점까지 도착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타이핑을 하는 것부터가 어려운데,
모니터를 쳐다보기만 해도 눈이 시리는데,
AI를 다루는 게 쉬울 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고비만 넘어서 이쪽으로 건너오시면 됩니다.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납니다.
2강까지 따라오신 여러분은 이미 9부 능선까지 다 오르신 겁니다.
한 번의 별강이 더 준비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공부해온 것들에 대해 복습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과제는 이후로 미뤄두셔도 괜찮습니다.
다음 별강에서 뵙겠습니다.
1. 이 강의는 주 2회(매주 월/목요일)을 기본으로 진행합니다. 1강당 약 3회 분량입니다.
2. 댓글로 질문 받습니다. 짧게 즉답이 가능한 답변은 댓글로 드리고, 중요한 내용은 모아서 마지막 강의에서 QnA로 진행하겠습니다.